석연치 않은 故 채수근 상병 조사보고서 변경…국방부 '윗선' 개입 의혹 제기

국방부 "보도 사실 아냐" 해명했지만, 갑작스러운 조사 보고서 변경 납득하기 어려워

지난달 폭우로 실종된 주민을 수색하던 중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과 관련, 군이 갑작스럽게 조사보고서를 회수하고 수사단장을 입건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면서 국방부보다 '윗선'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해병대 수사단 조사 보고서의 경찰 이첩 시기가 당초와 달라진 이유가 이종섭 국방부 장관보다 윗선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내부적으로 확인해 봤는데 해당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31일 해병대는 이날 오후 2시 조사 결과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1시간 앞둔 오후 1시 돌연 이를 취소했다. 이후 경찰에 이첩하려던 자료도 이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중단시켰다.

이 장관이 전날인 30일 조사보고서를 보고 받고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다가 언론 발표 직전에 갑자기 이같은 행동을 보인 것을 두고 국방부는 특정인의 혐의를 적시해서 보고서를 경찰에 넘길 경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2일 해병대 수사단은 조사를 통해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모두 혐의를 적시해야 한다며 경북 경찰청에 조사 자료를 제출했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이를 바로 회수했다.

이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이날 해병대 수사단장 A대령을 직무 정지 및 보직 해임 조치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A대령이 군형법 제45조에 따라 집단을 이뤄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집단 항명의 수괴'라며 입건 및 수사에 착수했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이종섭 장관 등 해병대와 해군, 군의 핵심 인사들에게 수사 결과를 설명했을 때 특이점이 없었기 때문에 발표가 결정된 것임에도 하루만에 결과가 뒤집히고 수사 실무자까지 입건한 것을 두고,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는 국방부의 설명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국방부보다 윗선에서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시아투데이>는 7일 익명의 군 관계자를 인용, A대령이 지난 7월 30일 장관 보고 후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한 이후 국가안보실 관계자가 해병대사령부 관계자를 통해 수사결과보고서를 보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같은 요구에 대해 "A대령은 '수사중인 사안이라 안된다'고 거절했고 잠시 후 김 사령관이 전화로 다음날(31일) 있을 언론브리핑자료를 보내라고 해 수사단 실무자를 통해 안보실 관계자에게 언론브리핑자료를 보냈다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이어 이 관계자가 "31일 오전 대통령실 회의에서 '해병대 1사단 익사사고 조사결과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는 보고가 있었고, 이후 윗선 누군가가 이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는 이야기를 군 고위인사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석연치 않아 보이는 과정을 통해 보고서 결과가 변경된 것을 두고, 변경하게 된 법무 검토 결과가 법과 원칙에 한 점 위배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 전하규 대변인은 "법무 검토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그 보고서(혐의가 적힌 이전 보고서) 보고 내용을 그대로 이첩했을 경우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건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경 결과 보고서는 언제 경찰에 넘겨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전 대변인은 "법적 추가 검토 후에 이첩하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숨진 고 채수근 상병의 분향소가 마련된 포항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에서 해병대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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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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