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제헌절까지 선거제도 협상 마무리하자"

"17일 이후 본격적 개헌 추진…방중 의회외교로 정부외교 공백 보완"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달 15일까지 선거제도 개편 협상을 마무리하자고 여야에 제안하며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선거제도 협상으로 여야 간 신뢰가 쌓이면, 제헌절인 17일 이후로는 헌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김 의장은 4일 국회 사랑재에서 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 우리 국회는 퇴행적 선거제도를 고치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했다"며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이제 협상을 마무리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내년 총선을 헌법정신과 선거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치러내기 위해 다음 주까지 선거법 협상을 끝내고 후속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며 "얼마 전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은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선거법 협상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약속대로 오늘부터 본격적인 선거법 협상에 착수하자"고 했다.

그는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여야 지도부가 책임 있게 각 당의 협상안을 마련하고 협상 개시를 선언하면, 약속대로 7월 15일까지 충분히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며 "여야협상이 끝나면 7월 17일 협상 결과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로 이관하고, 본회의에서 의결 절차를 밟자. 이후 중앙선관위의 선거구 획정 작업을 거쳐 늦어도 8월 말까지 선거법 개정과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일정을 제시했다.

그는 "파부침주, 불퇴전(不退轉)의 결단이 필요하다. 여야 지도부의 용단을 기대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그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2주일 남았는데 되겠느냐고 걱정을 하지만, 저는 가능하다고 확신한다"며 "지금은 각 당이 지도부를 중심으로 입장을 정리했고 협상을 통해 결정하면 되는 시기"라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국민의힘이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 등을 통해 '의원정수 축소'를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김 의장은 "국회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부 정당에서 국민들 민심에 부합하기 위해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정치적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의원 정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많은 게 아니고 오히려 비례대표를 더 늘려야 한다고 한다. 정치적 협상 전략으로서 그런(줄이자는) 주장을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정수를 늘리느냐 줄이느냐가 정치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김 의장은 선거제도 개편의 중요성에 대해 "최근 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정부가 이를 거부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며 "극한 대립과 갈등의 정치가 반복되는 핵심 원인은 현행 선거제도에 있다. 지금 우리 선거제도는 한 표만 더 얻으면 모든 것을 다 차지하는 극단적인 승자독식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치가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적어도 국민 60~80%가 동의하는 보편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정치의 정도(正道)"라며 "그러나 지금 여야는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대화와 타협을 외면하고 극단적인 자기주장만 고집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핵심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선거에서 한 표라도 이기면 된다'는 식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헌절 이후 본격 개헌 추진…균형있는 의회외교, 방중 추진"

김 의장은 선거제도 개편의 다음 발걸음으로는 개헌을 제안했다. 그는 "제헌절까지는 선거제도 개편 협상을 마무리하고, 제헌절부터는 본격적인 개헌 추진에 나서겠다"며 "여당과 야당, 대통령과 우리 국민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개헌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다만 "선거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여야 간 최소한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게 첫째"라며 "그것을 제헌절까지 마무리하게 되면 그 신뢰를 바탕으로 개헌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단계적 추진 구상을 밝혔다.

그는 "(한국이) 정치를 빼놓고 모든 게 선진국 문턱에 왔다고 한다"며 "정치 선진국으로 가는 길의 시작은 선거법 개정이지만 마무리는 개헌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는 30년간 못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고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21대 국회 임기 내 달성이 어렵다. 여야와 대통령, 국민 모두 공감할 최소한의 개헌안에 합의하면 큰 정치적 부담이 없기 때문에 내년 총선과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또 "의회 외교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동맹 중심의 외교에 우선 집중하고 있는 정부 외교의 공백을 보완하는 역할을 의회 외교가 맡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특히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인 중국을 방문해서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은 패권경쟁 와중에도 경제인과 외교관 교류를 이어가고 있고, 일본도 북한과 협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국익을 지키는 균형 있는 의회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 경제와 안보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의회에 대한 교류와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 하반기에 미국을 방문해서 '한미의원연맹' 창설에 나서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정부외교와 의회외교가 협력·보완적으로 운영될 때 외교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며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만나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균형외교를 포기할수 없다. 미국·중국과의 보완적 균형외교를 국회가 담당해야 한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의 최근 방중으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중국이란 존재가 우리에게 가볍지 않다"며 "국회가 나서서 한중 간 실질적 대화협력을 통해 어려운 현실의 문제를 푸는 것을 도와주고 미래를 위해서도 사드 때와 같은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의장은 대일 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사 문제 갈등으로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어려운 결단으로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가 회복되고 한미일 안보협력 방향으로 가는 것은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면서 "다만 우리와 일본과의 역사적 관계 때문에 풀어야 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의 좀더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면 현안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도, 이것은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이 IAEA검증만으로 국제사회의 불만을 달랠 수 없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제사회와 협의해 다른 대안이 있는지, 방류할 경우에도 그 시기를 좀더 길게 잡고, 일정 기간 동안 방류하고 검증과 피드백을 하는 식의 여러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민 80%가 걱정하는 후쿠시마 문제 같은 것은 야당의 반대나 국민 걱정을 일본을 설득하는 지렛대로 삼는 외교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조언하기도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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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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