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의 한 마을에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최근 이 마을에 이천 역세권 인근을 잇는 도시계획도로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인사들이 일대 '맹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일각에선 "마을 일을 보는 사람들이 사전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4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장록동 회전교차로에서 복하천을 건너 이천 역세권 인근 이섭대천로(구 국도 42호선)로 이어지는 도시계획도로가 추진 중이다. 현재 설계 용역이 발주된 상태다.
이천시가 이 도로 개설을 본격 검토한 건 지난해 하반기쯤으로 알려졌다. 같은해 7월 진행된 김경희 이천시장의 중리동(장록동 관할 동사무소) 초도방문 때 주민들이 해당 도로 개설을 건의한 이후 부터다.
도로가 개통되면 장록동에서 이천 역세권과 중리동 행정타운까지 차량으로 5분 내 진입이 가능해진다. 시는 하이닉스에서 이천시가지를 잇는 경충대로의 교통량 분산을 위한 우회도로 성격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이 도로와 관련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이천시 본예산에 도로 설계비가 확정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과 3월 사이 장록동 도로 예정지 인근 '맹지' 논바닥이 집중 거래됐다.
땅을 산 사람은 해당 동지역에서 이른바 '감투'를 쓰고 활동하고 있는 A씨의 부인과 마을 통장을 맡고 있는 B씨 등이다. A씨는 이천시장이 위촉한 관변단체장이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단체장 A씨는 부인 명의로 2578㎡, 통장 B씨는 1587㎡, B씨의 인척 관계로 알려진 C씨는 1054㎡를 각각 사들였다. 평당 가격은 30~35만원 선이며 총 3필지 5219㎡에 달하는 맹지를 매입했다.
이 도로에 대한 정확한 노선이나 차선 여부는 아직 결정이 안됐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장록 회전교차로에서 이들이 산 땅 일원을 거쳐 역세권 인근 율현동으로 개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리동의 한 주민은 "마을에서 감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면서 "도로가 그 사람들이 산 땅 쪽으로 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게 부동산 투기지 뭐가 부동산 투기냐"고 분개했다.
이 도로는 장록동 주민들의 끈질긴 요청에 의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하천을 건너는 교각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차선 규모에 따라 200억원 안팎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마을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하지만 A씨와 B씨는 도로와 무관하게 땅을 샀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이장(통장 B씨)이 농사를 지어줄 테니 땅을 사라고 해서 산 것"이라며 "작년에 얘기를 들은 적 있지만, 도로계획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리고 내꺼도 아니고 집사람꺼다"라며 투기 의혹을 일축했다.
통장 B씨도 "내가 농사를 200마지기 진다. 내 땅이 (이번에 새로 산 땅) 옆에 있어서 산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 그런 건 절대로 아니다"고 말했다. 도로 계획은 들어본 적 있어도 아직 확정은 안 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천시 관계자는 "현재 (율현동~장록동간) 도로 설계를 의뢰한 상태"라며 "노선과 차선 규모는 아직 미확정이다. 향후 도시계획도로 관리결정 시 주민설명회를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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