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다시면 4만평 양파밭, 집중호우로 배수로 둑 터져 '쑥대밭'

농어촌공사에 배수로와 저수지 준설공사 수차례 요청했지만 '묵살'

"애지중지 키워온 양파밭이 하루 아침에 쑥대밭이 돼 버렸네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나주 다시면의 양파밭이 진흙으로 변한 밭을 넋 놓고 바라보던 농민 오행우씨(42)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피해현장을 살피다 지네에 다리를 물려 통통 부어 올랐지만 자식같은 양파밭이 물에 잠긴 모습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나주시 다시면 동곡리 일대 농경지  옆 배수로가 지난 28일 새벽 내린비로 둑이 터졌다. 배수로 내부 대부분 수초로 가득차 있다.2023.6.28ⓒ프레시안

이곳 다시면 동곡리 일대에서 4만평 가량의 양파를 재배하고 있는 오씨는 28일 새벽 3시간 동안 내린 비로 인근 저수지가 넘치고 배수로 둑이 터지는 바람에 8억원 가량(농가추산)의 농작물 피해를 입었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해 미리 수확된 양파와 수확 예정이던 양파들이 빗물에 밀려 토사에 묻히고, 2㎞가량 떨어진 저수지(송정제)는 물론 도로와 인근 논밭까지 훌쩍 넘어 수확된 양파들이 널부러져 있는 상태다.

28일 새벽 나주 다시면 동곡리 일대는 3시간 동안 160㎜ 정도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마을주민들은 이번 농작물 침수 피해는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송정저수지로 내려가는 배수로가 막히는 바람에 배수로 둑이 터져 일어난 '인재'라고 주장한다.

피해 주민 오씨는 "3년 전부터 저수지와 인근 배수로 준설을 농어촌공사에 요청해 왔었다"며 "특히 송정저수지는 물이 차면 넘쳐흐르게 돼 있는 구조라 준설되지 않은 수초들로 위험하다고 생각해 수문을 만들어 달라고도 여러 번 요청했으나 묵살 당했다"고 주장했다.

▲피해 농경지 아랫쪽에 위치한 송정저수지 상류. 30일 현재 이곳은 빗물에 휩쓸려 내려온 나뭇가지와 흙, 양파, 수초들로 가득차  저수지인지 조차 알수 없는 상태다.2023.6.30ⓒ프레시안

송정저수지는 저수용량 10만3560톤 규모로 1945년 만들어졌다.

농어촌공사 나주지사에 따르면 현재 이곳의 저수용량은 설립 당시보다 7만톤 규모로 줄어든 상태며, 저수지 상류 쪽은 거의 흙으로 메워진 상태다.

나주지사 관계자는 "현재 송정저수지 상류쪽에 흙이 많이 차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이번 농가 피해가 준설되지 않은 저수지와 배수로 탓은 꼭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송정저수지로 유입되는 배수로 둑이 터진 것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이어 "정부에 저수지 준설과 관련 예산을 10억 원 요청했으나 올해 1원도 배정받지 못했다"며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준설을 아직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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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광주전남취재본부 김영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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