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영상'은 올려선 안 됐다

[이은의 변호사의 예민한 상담소] 황의조 범죄 여부와 별개로 '촬영물 게시'는 가해 행위

요 며칠 축구선수 황의조 씨와 관련한 영상 유포가 이슈가 된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서 몇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중복된 질문들이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있다.

우선 타인의 휴대폰이나 컴퓨터에 임의로 접속해 그 안의 정보를 보거나 획득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형법상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획득한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행위는 불법정보유통에 해당한다. 그것이 비방의 고의로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라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의율된다.

한편 우리 사회는 'N번방' 사태를 거치면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카메라촬영죄를 보완, 강화, 신설했다.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만한 영상을 임의로 공개하는 행위는 중범죄에 해당한다. 즉 공개된 해당 영상이 설령 최초에 황 선수가 성폭법 제14조를 위반하여 촬영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임의로 공개한 이의 행위가 중범죄임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게시자가 올린 영상에 등장한다는 상대방 여성은 게시자 본인이 아니라고 한다. 이 지점에서 게시 글을 올린 이가 한 행위엔 심각성이 더해진다.

황의조 선수의 촬영물이 불법촬영물이라고 가정한다면 상대방 여성은 불법 촬영을 당한 피해자인데, 심지어 게시자에 의하여 자신의 불법촬영 영상이 유포되는 더 광범위한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반대로 공개된 촬영물이 불법촬영물이 아니라면,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졸지에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게시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은밀한 영상이 만천하에 공개된 꼴인 것이다.

그래서 게시자의 행위는 단순히 황의조 선수가 '그저 범죄피해자냐, 아니면 범죄피해를 입은 범죄자냐'만의 문제로 볼 게 아니다. '나의 분노' 때문에, 혹은 '나는 피해자'라는 생각 끝에 애꿎은 다른 피해자를 만들었다는 문제가 남는다.

한편 상대가 가령 'X놈'이라 치더라도, 그 'X놈'의 행태가 범죄나 불법행위 수준이 아니라면, 그걸 제3자들에게 알리는 행위에 정당성이 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극단적으로 연애 과정에서 낙태를 종용받았다면 이는 불법의 영역이 되고 공적 관심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귀던 중 낙태를 한 적이 있는데 잘해주지 않았다'는 수준의 내용이라면, 낙태라는 여성들의 공분을 살만한 태제를 이용해서 상대를 비방하여 타격하려는 취지를 넘어서기 어려워진다. 상대가 알려진 사람이니, 사랑과 이별의 과정이 내게 상처가 되었으니, 그저 타격을 준다는 것이 데이트폭력과 뭐가 다른가.

게시자가 가졌을 마음의 상처도 있을 수 있고, 어쩌면 황의조 선수가 범죄나 불법행위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불법촬영물 혹은 불법복제물의 게시여선 안 된다. 그랬다면 게시자는 경찰서나 법원을 찾았어야 한다.

우리들이 하는 모든 일엔 대가가 따른다. 내게 피해 입힌 사람에게 허용된 범위의 대응을 넘어 적정 수준을 넘는 가해를 끼치는 것이, 혹은 그 과정에서 애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 '피해입었음'으로 합리화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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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의

이은의 변호사(ppjasmine@nate.com)는 이은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위 글의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문의 사항이나 법률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메일이나 아래 전화로 연락을 주십시오. (평일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 02-597-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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