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비디오' 손정우는 4년 구형, 'N번방' 조주빈은 42년형…왜 그럴까?

[이은의 변호사의 예민한 상담소] 아동 대상 성적학대 범죄의 해악,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공유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범죄자금은닉죄 혐의에 대한 판결이 지난 5일 있었다. 1심 법원은 손정우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간 동종 범죄에 대한 내려진 판결과 비교하거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은닉자금의 규모만 생각한다면, 손정우에 대한 집행유예 없는 실형 2년 선고는 굉장히 높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판결을 두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 여론이 높았다.

당초 손정우가 아동성착취물로 기소되자 손정우 단죄에 관심을 기울인 나라가 한국만이 아니었다. 손정우가 운영한 불법사이트에는 7000개가 넘는 아동성착취물이 유포되고 음란물이 유통되었다. 그 중에는 생후 6개월 아기를 대상으로 한 것까지 포함되어 있었고, 음란물로 분류된 것 중에도 단순 음란물인지 성착취물인지 모호한 것이 상당했다. 손정우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로 감형됐다. 

손정우가 1년6개월의 복역을 마칠 무렵 손정우의 아동성착취물 유통 사건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손정우의 아버지가 미국의 송환 요구를 막기 위해 아들을 범죄자금은닉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 'N번방' 이슈를 겪은 직후였기에, 손정우를 미국으로 송환하라는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높았다. 이처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으나 법원은 손정우의 송환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손정우의 아동성착취물을 수사하며 범죄자금은닉죄를 함께 기소하지 않은 수사기관에 대해, 고작 실형 1년6개월 처벌에 그친 법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 회원들은 지난 2020년 7월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사법부의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규탄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이 익명 게시판에 "약자를 보호하라"고 쓰고 있다. ⓒ연합뉴스

손정우의 송환에 걸림돌이 된, 뒤늦은 범죄자금은닉죄 등에 대한 형사재판이 마침내 열렸다. 관련 법규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은 이 사건에서 4년을 구형했다. 대게의 형사재판에서 해당 법률에 기재된 것보다는 현저히 낮게 구형하고 선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최근 1조가 넘는 규모의 스포츠토토사이트 관련 범죄자금은닉죄 피고인들에게도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검찰의 4년 구형은 유례없을 정도다. 하지만 검찰의 구형은 손정우가 저지른 범죄의 해악성이나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란 측면만이 아니라, 당초 손정우가 저지른 아동성착취물 등 관련 원 사건의 수사와 구형 등에 기여했던 원죄에 기반했다. 당시 성의를 갖고 제대로 수사해서 기소했다면, 손정우는 진즉 엄벌에 처해졌을 것이며, 이번 재판 또한 열릴 일이 아니었다. 

이 원죄는 수사기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1심 재판부는 손정우에게 고작 2년6개월을 선고하며 그나마도 집행을 유예했다. 항소심이 손정우에 대해 실형을 언도했으나, 혼인하여 부양가족이 생겼다는 이유로 형량은 40%나 낮아졌다. 이후 원 범죄에 대한 형량이 징역 1년6개월인 상황인데, 그에 연동된 범죄자금은닉죄를 평가하며 원 형량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처럼 손정우의 사건에는 각 사법기관들의 원죄가 쌓여있다. 원 사건 판결이 있을 때만 해도 법원에 관련 사건에 대한 양형기준조차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못했다. 

이렇듯 치열한 고민과 제대로 된 기준 없이 처리된 지난 사건의 족적은 사건이 마무리되기는 커녕 원죄가 되고 족쇄가 됐다. 'N번방'이 디지털성범죄의 위중함이나 그에 대한 허술함을 환기시킨 사건이었다면, 손정우는 고민 끝에 마련된 기준이 없는 관련 법규의 존재만으로는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기 어렵고 그런 사회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판결이 난 후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이 있다. ''N번방' 사건으로 검거된 조주빈과 손정우에 대한 처벌 결과가 다른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사안의 특성이 범죄를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느냐가 달라 적용된 법조가 달라서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게 본질이었을까? 

손정우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단독범행이라서가 아니다. 법원이, 우리 사회가, 디지털 성범죄, 특히 성착취물 유통이나 아동 대상 성적학대와 같은 범죄가 피해자 개인에게 미치는 피해는 물론 사회에 미치는 해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N번방'을 겪고 조주빈에게 42년이 선고된 지금은 그 이해가 충분할까? 법원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적절한 양형기준의 부재를 직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일 열린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 117차 회의에서 의겨된 '성범죄 수정 양형기준'은 고민의 끝이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 피해와 폐해를 들여다보고 계량하는 뼈아픈 첫 걸음이 되어야 한다.

*'이은의 변호사의 예민한 상담소'는 '성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가 직접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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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의

이은의 변호사(ppjasmine@nate.com)는 이은의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위 글의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문의 사항이나 법률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메일이나 아래 전화로 연락을 주십시오. (평일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 02-597-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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