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안보실장 "누가 적인지, 우리편인지 분명한 인식해야"

"당당한 외교로 건강한 한중관계 만들 것"…中대사 '작심 불만'에 응수?

조태용 대통령실 외교안보실장이 "누가 우리의 생존과 안보를 위협하는 적인지, 그 적에 대항해 우리 편에 서줄 나라는 어느 나라인지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조 실장은 9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국립외교원, 통일연구원, 한국국방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연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분야 평가와 과제' 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 외교안보실장은 한국 외교안보통일정책의 컨트롤 타워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하는 자리다. 그의 입에서 나온 '적과 우리 편'이라는 이분법적 표현이 주목을 끈다.

조 실장은 지난 7일 발간한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전략서에 대해, 윤석열 정부 안보전략은 위협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이전 정부와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담보로 하는 현재의 취약한 평화가 진짜 평화라고 믿으며 스스로를 속이고 진실을 회피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철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 원칙과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실장은 이날 연설에서 특히 한중관계에 대해 "대한민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당당한 외교를 통해 건강한 한중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국가 간 관계는 상호존중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국익을 중심에 두고 원칙과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한다"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다를 바가 없다"고 부연했다.

이는 전날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한중관계가 어려워진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 "중국의 핵심 우려인 대만 문제를 존중해달라", "한국의 대중 적자는 일각의 탈중국화 추진 시도가 원인",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외부 요소의 방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는 이들은 나중에 후회할 것" 등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조 실장은 연설 후 기자들이 싱 대사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기조연설에 중국 얘기가 있다. 말씀드린 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해, 한중관계를 언급한 연설 내용이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한 대응 성격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9일 오전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4개 국책연구기관 공동학술회의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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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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