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동성혼 법제화' … 가족구성권 3법 발의됐다

정의당, 혼인평등법·생활동반자법·비혼출산지원법 발의 기자회견

동성부부, 비혼출산, 생활동반자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인정하자는 취지의 '가족구성권 3법'이 발의됐다.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장혜영 의원 등은 31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혼인평등법, 생활동반자법, 비혼출산지원법 등 '법적 가족의 범위를 늘리는' 취지의 3개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3개 법안의 대표 발의자는 장혜영 의원으로, 각각 민법 일부개정안(혼인평등법),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비혼출산지원법)으로 구성된다.

장 의원은 "(가족구성권 3법엔)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다양한 가족들에게 법적 권리와 사회적 지원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라며 "이 법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건 자유롭게 사랑하고, 돌봄을 주고받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시민들의 보편적 소망을 사회적 지원을 통해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법안은 △동성혼 관계의 법적 인정 △혼인·혈연과 관계없는 생활동반자 가족의 법적 인정 △비혼출산에 대한 출산지원 법제화 등을 구체적인 내용으로 담았다.

혼인평등법은 민법상 '혼인의 성립'을 '이성 또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 간의 행위로 개념화하여 동성부부의 혼인을 법적으로 보장한다. 이에 따라 민법상의 부부와 부모 개념에도 '동성부부', '동성부모'의 개념이 추가된다.

지난 4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동명 법안을 최초 발의하기도 했던 생활동반자법은 성인 2명이 생활동반자 관계를 등록할 경우 혼인·혈연관계와 상관없이 가족으로서의 법적 권리 및 사회보장제도를 누릴 수 있도록 규정한다.

비혼출산지원법은 임신을 원하는 산모가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보조생식술 등 출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현행 모자보건법을 개정한다. 현행 생명윤리법상 보조생식술 시술 대상엔 비혼여성도 포함되어 있지만, 시술 '지원' 대상을 규정하고 있는 모자보건법은 지원 대상을 난임 부부로만 규정하고 있어 비혼여성의 경우 출산 지원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가족구성권 3법은 특히 혼인평등법을 통해 오랫동안 '금기'처럼 다루어져 왔던 동성혼 법제화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현행 민법은 명시적으로 동성혼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법원 및 행정기관 등에선 '전통'이나 '사회적 합의' 등을 명분으로 동성 간의 혼인신고를 인정하지 않아왔다.

그간 발의된 생활동반자법,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도 동성부부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일부 담고 있었지만, 해당 법들은 동성부부의 법적 혼인관계를 규정하지는 못해 '동성혼' 의제에 대해서는 일종의 우회법안으로 평가 받아왔다. (관련기사 ☞ "동성부부 승소 이후? 대안은 동성혼이 필요하다는 것")

해당 맥락에서 동반자법, 차별금지법과 함께 동성혼 법제화의 개별 도입을 주장해온 국내 인권단체들은 이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이날 오전 성명을 내고 "오늘 발의된 가족구성권 3법은 성소수자를 비롯해 모든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삶과 관계를 존중받고 더 많은 기본권을 누리기 위해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법안들"이라며 "이제 1년이 남은 21대 국회가 최소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조속히 이들 법안에 대한 논의와 제정에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가족구성권 관련 입법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 혼인평등연대는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이번 법안은) 성소수자가 이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임을 확인하고 동등한 시민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진전"이라며 "혼인평등 실현을 위한 국회의 역사적 진전을 환영하며, 가족구성권 3법에 대한 국회의 진지한 논의와 조속한 통과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 연대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또한 "가족구성권 3법의 발의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온마음으로 환영한다"라며 "이 사회에 견고하게 자리잡은 정상가족 중심의 낡은 가족제도가 모두의 평등을 향해 변화하길 촉구한다"고 이번 법안 발의에 대한 소희를 밝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가족구성권 3법(혼인평등법·비혼출산지원법·생활동반자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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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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