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피하라" 오경보에 국민의힘도 "잘못", "어이없다"

정치권 한목소리 비판…野 "위기관리 아닌 위기'증폭'시스템", "코미디"

북한이 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직후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취지의 위급 재난문자를 오발송한 사태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질타가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명백한 유엔 결의안 위반이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백해무익한 행동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히고 이어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오발령하고 행정안전부가 뒤늦게 바로잡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미 북한이 국제기구에 발사 사실을 통지했는데, 이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새벽에 경계경보를 오발령하는 무책임하고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위기 상황일수록 정부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부 기관들끼리 허둥지둥하면서 손발이 맞지 않아서야 되겠나"라며 "국민 불안·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행동은 주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또 "민생이 어렵다"며 "이번 사태가 민생경제에 충격을 가하지 않도록 정부는 상황의 평화적 관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도 뒤이어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고 같은 지적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북한 무인기가 용산까지 들어왔을 때는 전혀 작동하지 않던 위기관리시스템이 북한이 (국제기구에 사전) 통보한 발사 사실에는 오발령을 내는, 참으로 국민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며 "위기관리시스템이 아니라 위기 증폭 시스템", "국민을 매우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고 누군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오발령) 진상을 밝히는 것도 그 전에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도 놀랐다"며 "아이들은 학교 가다가 '이게 뭐냐?', '어디로 대피해야 하느냐?' 그런 형국이었다"고 했다. 윤 의원은 "정부의 역할이라는 게 국민을 불안케 하지 않아야 되는 건데 불안을 조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위기관리 대응 시스템에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라는 건 며칠 전부터 예견되어 있던 것이고 그러면 사전에 우리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에 따라 준비가 됐을 것인데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는 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서울시, 국방부, 수방사 등 여러 경로를 확인해 보고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철저히 따져볼 사안"이라며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제가 보기에는 국방안보 차원의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붕괴된 게 아닌가"라고 했다.

김 의원은 "얼마 전에 용산 대통령실(인근)에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까지 와서 대통령이 집무하는 곳까지 충분히 공격할 수 있는 지점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지하고 대처하지 못했던 사건이 있었다"며 "이번 건은 사실 북한에서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민과 서울로 출근하는 모든 사람들은 대단히 혼란스러웠고 위험스러웠던 상황이었다"며 "나라가 과연 나의 생명을 지켜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아침"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오전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발령 위급 재난문자(왼쪽). 행정안전부는 이어 6시41분 서울시가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이라는 문자를 다시 보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도 비판…조은희 "어이없다. 시정 촉구해야"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6시 32분에 경계경보를 서울시에서 (발령)했는데 결국에는 행안부에서 다시 오발령이라고 했다"며 "국민 안전에 관한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오발령을 하다니 참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행안위 차원에서 서울시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시정을 촉구해야 되겠다"고 했다.

조 의원은 "미사일이 수도권에 온다고 시스템이 잘못 인지한 것 같고 그래서 방향을 잘못 인지하고 발령을 내린 건데 굉장히 신중하지 못했다"며 "서울시가 안전 문제에서는 빈틈이 없도록 한다고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이런 실수가 일어난다. 사람이 너무 경솔했다"고 재차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 시스템을 다시 (점검)해 보고 또 담당 직원들도 다시 교육을 해야 한다"며 "서울시민들을 놀라게 하지 않는 방안이 책임지고 다시 나와야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국회 외통위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자체 자체적으로 낸 공보였고 서울시에서도 잘못 발령했다고 밝혔다"면서, 라디오 진행자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묻자 "네, 네"라고 긍정했다.

앞서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 41분께 시민들에게 "오늘 6시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영.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으로 위급 재난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7시3분께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는 재난문자를 다시 보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행안부 중앙통제소로부터 이날 아침 6시 30분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할 것)'이라는 지령방송을 수신하고 이같은 문자를 보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보 미수신 지역'을 '백령도 일대에서 경계경보를 받지 못한 곳'이 아니라 '서울 등 백령도 이외 지역'으로 오인했다는 얘기로, 서울시의 '문해력'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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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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