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한국 교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故 이순 목사님을 그리워하며

▲한국교회의 가장 존경받는 목사님 중 한 분인 고 이순 목사님

1997년 여름, 이순 목사님께서 시무하셨던 대한예수교 장로회 천안중앙교회 장로님들은 목사님께서 낡은 승용차를 타고 계시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사비를 모아 목사님께 승용차를 선물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국가외환위기(IMF)가 터지자 목사님께서는 송구영신예배 중 광고 시간에 “나라가 위기에 처했는데 목사가 고급승용차를 타는 것이 말이 되느냐. 교회에 있는 승합차를 타고 심방을 다닐 테니 돈이 있는 사람은 내 차 좀 사가라”고 안타까워 하셨다.

이 목사님께서는 함께 사역하면서 지도를 받았던 부교역자들에게 예배당을 지어 단독 목회를 하게 하셨다. 그리고는 광고 시간에 “우리 교회에서 부목사님으로 수고하신 아무개 목사님이 다음 주부터 ○○동에 새로 개척해서 담임목회를 하게 되셨습니다. 인근에 사시는 성도님들은 그 교회에 출석해서 은혜를 받으세요. 하나님은 이 곳에만 계시는 것이 아닙니다”라며 단독 목회를 시작하는 목사님들에게 힘을 실어주셨다.

암 치료를 위해 제주도의 수양관에 계셨던 목사님은 그 곳에서 함께 투병 중인 신학생을 위해 학비를 대주셨고, 아드님이신 이기둥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에 출석하실 때도 중국인 유학생의 학비를 대주셨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며 자립심을 일깨워주는 전세계적 사회복지단체인 해비타트운동 천안아산지회장을 맡으셨을 때에는 지자체단체장을 만나 시유지 중 사용하지 않는 땅을 기부 받아 이곳에 수 십 채의 집을 짓는 등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실적을 나타내셨다. 이후 한국해비타트 이사장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벌이기도 하셨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페루를 돕기 위해 교인들로부터 입지 않는 옷을 모아 보낼 때에도 목사님께서는 깨끗하게 세탁해 기부해 주기를 당부하셨고, 기부받은 옷들은 사이즈별로 나누어 정성스레 포장해 보내 받는 곳에서 필요한 옷을 편하게 고를 수 있도로 하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은퇴 후 교회에서 원로목사실을 마련하겠다고 했을 때 목사님께서는 현 담임목사님께서 부담을 가질 수 있다며 마다하셨고, 아예 천안을 떠나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작은 빌라로 이사하셨다. 성남으로 목사님을 찾아뵈었을 때 목사님께서는 “내가 죽으면 살던 집과 차를 모두 팔아 교회에 헌금할 계획”이라고 말씀하시는 등 끝없는 교회사랑을 나타내 헌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셨다.

목사님은 암이 재발하면서 또 다시 투병생활을 하시는 중에도 호서대학교의 학교법인인 호서학원 이사장을 맡아 후학양성에 힘을 쓰셨다. 필자는 목사님께서 처음에는 “나같이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대학교 학교법인 이사장을 맡겠느냐”며 거부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목사님께 “목사님 같은 분이 이사장을 맡아주셔야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부탁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목사님께서는 이후 호서학원 이사장직을 수락하셨으며 완벽하게 역할을 해내셨다.

지난해 초 목사님께서는 아드님에게 “내가 올해 상반기 중에 하나님께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빈손 들고 앞에 가 십자가를 붙드네’라는 글을 남기시고는 이를 묘비에 새겨달라고 하셨다. 이 문구를 봤을 때 일생을 아무 욕심 없이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보고 사신 목사님의 인생을 함축한 것 같아 가슴이 저려왔다. 그리고 목사님께서는 지난해 오늘 하나님의 품에 안기셨다.

▲이순 목사님이 지난해 초 아들 이기둥 목사님에게 직접 써준 묘비 내용. '빈손들고 앞에가 십자가를 붙드네'라는 글귀가 신앙인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기둥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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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김규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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