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올해로 서른 번째 독주회를 갖는 피아니스트 오정선

6월 3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에서 제30회 독주회 개최

피아노를 치고 있노라면 그 소리와 음색이 주는 매카니즘에 빠져 든다는 피아니스트 오정선 교수. 그는 첫 연주회가 있었던 1988년부터 지난 36년 여간 거의 매일같이 피아노를 마주하며 피아노와 함께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또 그 시간은 은사이신 김동진 전주대 명예교수께서 만들어 주신 시간이라고 고백한다. 전주에 살며 예향 전북의 이름을 높이는 오정선 교수, 오는 6월 3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에서 제30회 독주회를 앞두고 있는 그를 프레시안이 만나봤다.

프레시안: 피아노 독주회를 30회 째 갖는 소감은?

오정선: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내가 잘하고 있었는지…. 1988년 광주시향과 그리그 콘첼토 전 악장을 독일인 지휘자 한니혜닝과 전주 예술회관에서 연주한 것이 데뷔무대였습니다. 그 후 1989년 첫 독주회를 전주대 소연주홀에서 하면서 처음엔 2-3년만에 한번 정도 했던 거 같아요. 그 당시는 지금과 달라서 전문 연주가가 활성화 되지 않던 시절이라 독주회를 한다고 하면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분위기였습니다. 3회 이후 독주회를 거의 해마다 해 왔고 2014년에는 저를 이끌어주시는 김동진 교수님이 매달 다른 프로그램으로 4회의 독주회를 해 보라 하셔서 그렇게 한 적도 있습니다. 그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해 왔던 길이였는데 30회가 되니 바쁜 시간 쪼개 자신의 일도 아닌데 연주장에 오셔서 격려 해 주셨던 분들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집니다.

▲오정선 교수  ⓒ프레시안

프레시안: 30회를 이어 올 동안 어떤 생각이 가장 많았나?

오정선: 연주회 때마다 테마를 설정하여 프로그램 짜는 것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30회를 해 오면서 많이 달라진 건 연주에 대한 생각입니다. 처음 할 때는 독주회를 준비하면 모든 일을 접고  피아노 연습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희한하게 연주 날짜를 잡으면 제가 아프거나, 가족이 아프거나, 사고가 나거나 하여튼 연주에 방해되는 일들이 생겼고 시간과의 싸움인 연주 스트레스로 연주 때마다 많이 아팠습니다. 그러다 현실이 가르치는 일, 가정에 관계된 일 등으로 점점 더 바빠지면서 시간이 저에게 많이 허락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 연주 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보러 가는 제자를 점검해서 보내야 하는 일이 생기거나 내 연주 날 다른 곡으로 오디션을 봐야 하는 현실적인 일들이 생기면서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연주는 나와 청중과의 음악을 통한 대화법이기에 내가 불안하면 불안한 음악을 하게 되더라고요. 연습은 충실히 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 들이면서 손놀림이 아닌 음악으로 연주에 임하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완벽한 연주는 2번 정도? 1년이면 20-30회 정도 무대 서지만  연주는 맘대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그 곡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청중들이 느끼시고 좋아하시더라고요. 전달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잘 안되지만 몰입하고 그 무대를 즐겨보려 노력합니다. 연주 때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가족에 대한 미안함입니다.

프레시안: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회는?

오정선: 협연으로는 1997년 4월에 삼성문화회관에서 블라디미르 꾸드라의 지휘로 Russia Philharmonic Academy Orchestra와 베토벤 황제 전악장을 협연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당시 2월 말경 예정되어 있던 연주자가 갑자기 사정이 생기면서 대타로 맡게 된 무대였는데, 러시안의 싸운드를 만끽할 수 있었고, 그들의 연주에 대한 프로정신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무대였습니다. 비엔나 지휘국제콩쿨 1등 경력의 노련한 지휘자 블라디미르 꾸드라 덕에 정말 맘에 드는 좋은 연주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독주회로는 2018년 6월 16일에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했던 “O!, Sole Mio 릴테이프 녹음기와 설장고” 무대입니다. 고아가 된 그 당시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꺼내 놓았던 무대였습니다.

프레시안: 연주회 때 피아노 앞에 앉아서는 어떤 생각을 하나?

오정선:  피아노에 앉으면 “오늘은 실수 없이 잘해야지”, “자, 집중하자, 할 수 있어” 두 가지 생각만 하는데 결과론적으로 성공한 일이 거의 없습니다. 연습 할 때는 “ 아 이 음악 너무 좋아!” 하면서 연습하는데 무대는 긴장이라는 요소를 빠뜨리고 갈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그 곡이 하고자 하는 이미지즘에 몰두 하려 애씁니다. 저희들의 영원한 숙제이지요.

프레시안:  무엇이 그렇게 자신을 피아노 앞에 앉게 하는가?

오정선: 전 피아노의 청아한 소리가 정말 좋습니다. 뉴스를 틀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고 두렵기도 하고 하지만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그 소리들이 그 음색들이 주는 매카니즘이 너무나 좋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작곡할 수 있었는지 그저 작곡가들이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마음이 시원하고 편안해집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피아노를 쳤다면 전주대인이라는 책임감? 지난 2월 베트남 연주 때 초청해 주신 분 중 한분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제 연주를 보고 전주대 피아노과가 실력이 대단한 학교라고 생각이 드셨다고!!” 제가 상품이기에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레시안: 자신의 연주회에 오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정선: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에게 시간이 중요했듯이 바쁘신 시간을 쪼개서 오시는 거잖아요. 좋은 음악으로 보답해 드리고 싶습니다. 관객분들이 계셨기에 제가 30회 독주회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제 독주회를 보러 오신 어떤 교수님이 매진되어 못 들어가는 독주회는 처음 봤다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음악회를 만들어 주신 분들이 바로 관객분들이기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 올리고 싶습니다.

프레시안: 언제까지 독주회를 이어갈 것인가?

오정선: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사실 독주회는 조금씩 버겁게 느껴지고 있어서 고민 중에 있습니다. 해마다 제가 계획한 연주는 1-2건입니다. 하지만, 1년 동안 20-30회의 연주를 하게 되는 건 아직은 찾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이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신체적 변화도 고려 해야 하기에 생각이 많습니다.

프레시안: 다음달 3일로 예정된 30회 독주회와 관련해 가장 감사하고 싶은 사람은?

오정선: 첫째는 피아노를 할 수 있게 능력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둘째는 같이 사는 가족이고요, 가족 도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기에 그리고 이 모든 연주에 항상 길을 안내해시고 이끌어 주시는 은사님들! 특히 프로그램 짜 주시고 다음 연주 기획 해 주시는 김동진 전주대 명예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30회는 아마 김동진 교수님 이 만들어 주신 시간들일 거예요. 혼자 한 것들이 아니고 항상 옆에서 전폭적으로 도와주는 친구들, 지인들!! 모두의 도움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피아니스트 오정선은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전주대학교 음악교육학과와 전북대학교 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하였으며  불가리아 소피아(Sofia) 국립음대에서 실기 만점으로 Master of Degree를 취득한 후 국민대학교에서 음악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Salzburg Hochschule Sommerakademie Diplom, Russia Gnesin 음악원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했으며 러시아 필하모닉 아케데미 오케스트라, 페테르부르크 현악4중주단, 폴란드 라도미엔시스 현악4중주단, Adular stuttgart 현악4중주단, 우크라이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익산, 서울 예술의 전당), 하이델베르크 챔버 오케스트라, 광주시향, 정읍시향, 클라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글로리아 스트링 오케스트라, 내추럴윈드오케스트라, 드림 오케스트라, J챔버 오케스트라등 국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또 서울, 독일 등 국내외에서 29회의 독주회와 협연, 전라예술제, 전주소리축제, Carnegie Weill hall Concert(Duo) 공연 등 다수의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인간의 영혼에 향기를 느끼게 하는 진지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피아니스트 오정선은 제 9회 YOKOHAMA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2015)에서 3위 입상 했으며 제 24회 전북 예총 하림예술상 음악부분 본상 수상(2020), 제 28회 전주시 예술상(2017) 수상, 제1회 전주음악상(2017), 전북 하림 예술상 공로상(2011)을 수상했다.

숙명여대 대학원, 전북대학교, 원광대, 백제예대, 한일 장신대, 예원 예술대학, 순천대 강사를 역임한 후 현재  전주대, 전주교대, 국립 순천대, 선화예고, 선화예술중, 전주예고, 전주예술중 영재원에 출강하며 후학을 지도하고 있으며 한울 피아노 트리오 멤버, 전북 성악회, 필그림 부부선교 합창단 반주자, Musica Duo, PianoDiary, Virtuoso, PMC for rest, Duo Jung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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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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