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돈봉투 사건 질문에 "태영호는?" 반문…당내에서도 비판  

"박수받기 어려워", "당대표다운 발언 아니다"…의총서도 "李 사법리스크 때문에 미온 대처" 지적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사건' 대응과 관련, 당 내에서 쓴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의혹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대표와 윤관석·이성만 의원을 탈당시키고 '쇄신 의원총회'를 열기도 했으나, 당 내 일각에서는 당 차원의 사실관계 조사를 하지 않는 등 이재명 지도부의 초반 대응이 미온적이었고 특히 이 대표가 여당 쪽 정치인들의 비슷한 의혹을 언급하는 식으로 언론 취재에 대응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일 이뤄진 두 의원의 탈당 등 돈봉투 의혹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태영호 의원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가나.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인다"고 말을 돌렸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에도 돈봉투 의혹 관련 질문이 나오자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몰라요?"라고 되묻고, 이튿날에는 또 비슷한 질문에 "박순자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가나? 관심이 없으신가"라고 했었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에 대해 4일 오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슨 뜻인지는 대략은 알겠는데 그러한 대응을 쉽게 공감하기는 좀 어렵다고 본다"며 "왜 저런 반응을 굳이 보였을까"라고 한탄했다. 이 의원은 "질문이 왔으면 진솔하게 최선을 다해서 답변을 하든지, 아니면 하지 못할 사정이 있으면 있다고 하는 게 정석"이라며 "상대 당 그런 부분, 우리가 얘기 안 해도 국민들이 다 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그것은 별도의 채널에서 비판을 하든지 문제 제기를 하면 될 일이고, 이미 또 문제 제기도 우리 당에서도 했다"며 "굳이 그렇게 당 대표가 그런 식의 반응을 보이면 (여론이) 별로 호의적이지 않을 것 같다. 언론이나 그걸 바라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썩 그렇게 '잘했다'고 박수 받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도 같은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의 균형 잃은 처사에 대한 지적일 수 있고 너무 편파적이라는 것을 에둘러서 지적을 하는 것 같은데, 저는 당 대표가 하실 수 있는 그런 발언이나 행위가 아니라고 본다"고 같은 취지의 지적을 했다.

최 전 수석은 "국민들 기준에서 민주당의 돈봉투 문제나 이런 것을 기자들이 질문하면 그것에 맞는 얘기를 해야지, 타 당을 끌어들여서 그렇게 하는 것은 당 대표가 하실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저는 아니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전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2명 이상의 의원이 사실상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강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 아니냐', '비리 연루 의원의 출당 원칙과 기준이 뭐냐'고 면전에서 따져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이 뭐냐'는 말은, 탈당한 윤·이 의원과 달리 이미 기소된 이 대표와 노웅래·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 등은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한 지적으로 해석됐다. 

이소영 신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의총 결과를 브리핑하며 "(이 대표 사례와) 직접적으로 비교한 의견이라기보다, 이번 돈봉투 의혹 사건을 포함해서 지금 우리 당 관계자에 대한 다양한 사건들이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판단·처리돼야 하고 시스템에 의해 대응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자료사진). ⓒ연합뉴스

민주당이 당 차원의 사실관계 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한 지적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당이 먼저 나서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을 하고 그에 따라서 책임을 지우든지 무고함을 밝히든지 했어야 되는데, 그런 것을 하지 않고 강한 의심을 받는 상태에서 본인들은 억울하다 하고 물러나니까 뭔가 찝찝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강제 수사권이 없어서 조사를 안 하겠다? 그러면 학교에서는 어떻게 학생들 잘잘못을 따지나. 일반 주식회사 기업의 경우에도 감사 제도가 있지 않나"라며 "(정당도) 자체 정화 기능이 있는 게 기본인데 그 기본을 왜 스스로 멈췄을까 하는 점은 동의하기 어렵고, 저도 여러 번 저도 얘기를 했는데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또 돈봉투 사태 관련 쇄신 방안으로 대의원제 폐지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당연히 선거와 관련해서는 돈봉투 주고받고 하는 일은 없어야 된다. 그거를 가지고 대의원제를 없애느니 마느니 하는 건 정직하지도 않고 비겁한 태도"라고 일침을 가하며 "당 제도 개선은 별개의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이고 돈봉투 건과 관련해서 그런 문제를 논의하는 건 가려운 곳이 분명 있는데 알면서도 다른 데 긁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고문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쇄신은, 돈봉투는 민주당이 입이 천 개여도 잘못한 것"이라며 "차떼기 사태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천막 당사로 나가는 그런 혁신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지도부에 위기감을 주문했다.

박 전 원장은 특히 "지금 현재 아직도 10여 명의 거명된 '돈봉투 의원'들이 있다"며 "이런 사람들 이실직고해서 민주당이 빨리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검찰 수사 이전에 당내 자체 조사를 시행하고 그에 따른 엄정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전 원장은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두했으나 검찰이 '부를 때 오라'는 취지로 돌려보낸 일에 대해 "저는 (송 전 대표에게) 가지 말라고 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차떼기'하고 한 번 찾아간 게 쇼를 한 건데, 그 쇼도 안 먹혔는데 두 번째 하면 먹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심정적으로 이해는 하지만 정치인은 내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문제다. 그래서 나는 '국민이 쇼로 볼 것이다. 그래서 안 가는 것이 좋겠다'라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했고 그 분(송 전 대표)도 '옳다' 했는데 가더라"며 "화날 때는 참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전 원장은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이 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의 회동을 간접 제안한 데 대해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만나는 게 먼저'라고 거절한 일을 놓고 "대통령의 꼼수 제안에 박 원내대표가 진짜 잘한 답변"이라며 "여기까지 잘한 것이다. 지금은 이재명 대표가 가르마를 타줘야 한다. '나는 만나지 않더라도 여야 대화를 위해서나 대통령과 대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박 원내대표 당신이 먼저 만나라' 그러한 정치력을 발휘해주는 것이 이재명의 정치가 앞서가는 길"이라고 조언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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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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