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4·3 발언 논란에 유족들 "살갗 찢어지는 아픔과 고통 시달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이념적 공세 종지부 찍고, 대화합 시대로 가길"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주요 인사들이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일제히 불참한 가운데, 제주4.3희생자유족회 김창범 회장은 "4.3의 역사적 진실에 대한 왜곡 폄훼로 인하여 우리 유족들은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살갗이 찢어지듯 깊은 아픔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회장은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5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제주 4‧3은 진보나 보수의 역사가 아니라 인권유린에 관한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라며 이같이 밝혔다.

2003년 정부가 펴낸 '제주 4.3 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과 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선, 단정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최근 4.3 추념일을 앞두고 제주 전역에는 '역사 왜곡'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 우리공화당, 자유논객연합 등 극우 단체들은 제주 시내 곳곳에 내건 현수막에 "제주4.3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며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라며 4.3을 폄훼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이날(3일)에는 도민학살을 주도한 단체를 추종하는 서북청년단이 제주4·3평화공원 앞에서 깃발 집회를 하려다가 평화공원을 찾은 도민들과 4·3단체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유족들의 코앞에서 제사일에 사실을 왜곡하는 극우적 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일부 극우 단체 뿐 아니라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등 정부 여당 지도부가 4.3 추념식에 일제히 불참한데 이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극우세력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지난 2월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4.3은 명백히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날도 태 의원은 기자들이 사과 의향을 묻자 "어떤 점을 사과해야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되물었다.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박주영 제주대 총학생회장과 박혜준 표선고 학생이 미래 세대의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회장은 "75년 동안 생존 희생자와 유족에게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저마다의 가슴에 가늠하기조차 힘든 응어리를 간직한 채 살아야만 했던 한 맺힌 세월이 있다"며 "그 모진 질곡의 세월 속에서 4.3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고, 금기의 역사로 묻힐 것을 강요당하면서도 대한민국의 역사로 드러내기 위한 애끓는 외침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속슴허라 살암시민 살아진다'(조용히해라 살다보면 살아진다)며 그 모진 통곡의 세월을 견디며 평화로운 제주공동체를 일궈내신 도민과 유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회장은 특히 "이제는 4‧3에 대한 이념적 공세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국민 대화합의 시대로 향해 가는데 동참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제주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통하여 다시는 제주공동체를 넘어 대한민국에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소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김창범 4·3유족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시민단체도 논평을 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그간 우리 사회가 합의하고 이룩한 모든 과정이 부정당하고 있다"며 "최근 수구 정당의 명의로 제주 곳곳에 4.3을 왜곡하고 모욕하는 현수막이 나붙고, 심지어 오늘 당시 육지에서 몰려와 백색테러를 자행하던 '서북청년단'이 공개적인 준동을 선포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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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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