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정상 공동선언 없다? 민주당 "추억여행이냐"

국민의힘 "미래 위한 결단"…與 일각서도 "日총리 반성, 전범기업 배상참여 있어야"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으로 출국한 가운데 여야 정치권에서는 상반된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방일 정상외교가 "추억 여행", "굴욕·무능 외교"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강제동원, 오염수 배출 등 현안에 대해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반면 윤 대통령이 경제·안보 위기 돌파와 한일 양국의 미래를 위해 "고뇌에 찬 결단"을 한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의 방일 첫날인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께서 걱정이 참 많으시다"며 "오염수 배출 문제나 여러 가지 현안들이 있는데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과 국격이 훼손되지 않도록 많은 성과를 얻어오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요미우리> 인터뷰에서 정부의 셀프 강제동원 피해 배상안에 대해 '내가 생각한 것이고 합리적이다. 걱정 안 해도 된다. 구상권 행사한다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며 "강제동원 생존자들이 정부 해법을 공식 거부했고 우리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데 대통령이 일본만 걱정하며 안심시키려 애쓰는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어제 '방일 자체가 큰 성과'라고 평가하고 사전에 '공동선언은 없을 것'이라고 공식화했다"며 "한일회담 성과의 기대치를 아예 낮추거나 예상과 달리 일말의 성과가 나올 시 과대포장하기 위한 정략적 호소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일이 윤 대통령의 추억 여행으로 끝나서는 결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기본 역할만큼은 해주길 바란다.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일본의 진정어린 사과와 해법을 끌어내고 민주당이 국민 대신 요구한 4가지 사항을 관철해 굴욕·무능 외교를 조금이라도 만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4대 요구는 △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전까지 한일군사정보협정 정상화 유예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계획 철회 △ 독도 영유권 주장과 도발 중단 △ 마라도 남단 7광구 점유권 의제화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정책의원총회에서 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김상희 전 국회부의장의 선창으로 태극기를 들고 "제3자 변제 강제동원 해법을 즉각 철회하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계획 철회를 요구하라"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구호 제창 중 한 민주당 의원은 "왜놈"이라는 말을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오늘 한일 정상회담은 안보 위기, 경제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며 나아가 미래 시대를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일본은 싫든 좋든 우리의 중요 경제 파트너일 뿐 아니라 북이 이야기하는 안보 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반드시 공조해야 하는 국가"라며 "긴밀한 협력과 공동 대응이 절실한 만큼 장기간 대립과 갈등을 이어가는 건 양국 모두에 손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야당의 비판을 겨냥해 "죽창가만 부르며 반일감정을 국내정치용으로 쓰기 급급했던 민주당이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폄훼하고 곡해하며 또 다시 반일 정서를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 혈안이 돼 있다"며 "무책임한 반일 선동에 현혹될 국민은 없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다만 "일본도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이에 상응하는 진지한 호응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오후 의원총회에서 "오늘 윤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했다"며 "역사관이나 개인 가치관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교착된 한일관계를 풀고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한일관계의 새 역사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내일 오실 때까지 큰 성과가 있기를 바라고 일본도 걸맞는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여당 내에서도 윤 대통령 방일 정상외교에 대해 다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를 보면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대승적 결단 차원에서 판결금과 이자분에 대해 행정안전부 산하 강제징용재단에서 모금을 하고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왜 일본 전범 기업이 사죄도 손해배상도 안 하느냐'에 대한 반발(이 있다)"이라고 진단했다.

윤 의원은 "일본이 1999년 '무라야마 담화'에서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우리에게 과대한 고통, 손해를 가한 것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 사죄하겠다고 했다"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이 문제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 사죄 이야기를 언급해야 한다. 나아가서 일본 전범기업들이 강제동원, 인권침해에도 사죄하고 강제징용재단의 기금 모금에 응하든지 미래 청년 기금에 하든지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 공군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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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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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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