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야당 대표라 구속? 대통령 부인 구속될 이유 더 크나?"

李 기자회견서 45분간 검찰 맹공…불체포특권 포기, 사퇴설은 일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불체포특권 포기, 대표직 사퇴 가능성에 대해 모두 일축했다.

이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평화 시대에는 담장도 없애고 대문도 열어 놓지만,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당연히 담장도 있어야 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불체포특권 내려놓기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검찰이 지금처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돼있는 상황에선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의향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 권노갑, 이재명 면전서 "다음엔 당당하게 솔선수범해야" 충고)

이 대표는 아울러 '(검찰이 기소하면) 재판에서 사실을 다퉈야 할 텐데 대표직을 어떻게 수행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경기지사일 때 네 가지 혐의로 기소돼 전부 무죄를 받았다"며 "약 2년간 재판에 시달렸는데 그 사이 경기도정은 꼴찌에서 1등 평가로 바뀌었다는 점을 상기해달라"고 했다. 재판 진행 중에도 대표직 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사실상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최근 비(非)이재명계로 꼽히는 설훈 의원이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부결하고 나면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당 안팎에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됐다. 이 대표가 설 의원에게 대표직 사퇴 또는 총선 공천권 내려놓기를 약속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았다.

이 대표는 이같은 관측을 염두에 둔 듯 "당이나 정치 세계에는 생각이 다양한 사람이 많다. 단일한 생각만 한다면 정상적 사회가 아니"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이어 '사법 리스크가 총선에서 불리하게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는 지적에 "국경을 넘어서 오랑캐가 불법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 격퇴해야지, 침입 자체를 회피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라는 지적에는 "큰 흐름 중에 표면의 출렁임"이라며 "지금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중이어서 소위 컨벤션 효과(경선이나 전당대회 등 정치적 이벤트 직후 해당 정당이나 정치인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가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떨어진다는 것에 동의가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45분 내내 검찰의 권력 남용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그는 "대선 때에도 무도한 검찰의 권력 남용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처럼 없는 사건을 만들어 조작하는 것, 대놓고 할 것은 예상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치를 빙자한,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두고 '이재명 없는 이재명 구속영장'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주어에 이재명이 거의 없다. '누가 뭐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이재명이 뭐라고 하는 말을 했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영장에 보면 '이재명이 돈 받았다'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찾아낸 게 없다 보니 이전에 문제 없다고 한 것을 다시 뒤집어 검찰에 포획돼 궁박한 처지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해 번복된 진술을 하고 검은색을 흰색으로, 흰색을 검은색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말 어처구니없는 게 '야당 대표라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속해야 된다?' 그러면 대통령 부인은 어떻게 되나. 구속되어야 할 이유가 더 커지나,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윤석열 정권이 하고 싶은 일은 아마도 이런 것일 것"이라며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구치소에 갇혀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수갑 찬 이재명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승자로서 윤석열 정권이 지금 벌이고 있는 일들은 저의 최대치 상상을 벗어나고 있다. 영원할 것 같지만 권력이 길지 않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사위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바로 그 얘기를 판사 앞에 가서 하시면 된다"고 비꼬았다. 한 장관은 이 대표의 회견 내용에 대해 "말씀이 점점 험해진다"며 "새로운 이야기가 있진 않고 했던 얘기를 한 것 같다. 본인 혐의 부인 취지"라고 일축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 말씀처럼 다 조작이고 증거가 하나도 없다면 대한민국 판사 누구라도 100%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방탄' 프레임으로 비판받는 상황에 대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이걸 방탄으로 생각 안 할 분이 계실까"라며 "(이 대표) 본인에게 제기된 '사법 리스크'를 일거에 제거할 기회일 텐데 특권 뒤에 숨으려는 이유를 국민은 궁금해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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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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