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김용균 죽음, 면죄부 주는 재판부"

김용균 재판 2심 판결 규탄 "대법원 만큼은 다른 판단 내려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작업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 사망 사건에서 재판부가 원·하청 책임자들의 형량을 대폭 감형해 준 가운데 노동계가 재판부 판결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재판부의 이번 판결이 원·하청 구조에서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에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균 재단과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등은 15일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만큼은 그 이름의 무게만큼 숙고하여 수많은 죽음과 그 죽음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염원을 제대로 바라보길, 다른 판단을 내리기를 촉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최형철 부장판사) 오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서부발전 대표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권유환 전 태안발전본부장에게도 원심(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의 판단으로 핵심 책임자들이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다.

징역 1년 6월·집행유예 2년을 받았던 하청업체 대표 백남호 전 한국발전기술 사장도 금고 1년·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서부발전 법인 역시 1심의 벌금 1천만원에서 무죄로 선고됐다. 이근천 당시 태안사업소장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에서 징역 1년2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량이 4개월 줄었다.

▲김용균 재단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고(故)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건 원청 2심 무죄 선고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누구 하나의 결정적인 과오에 기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개개인의 과실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한국서부발전은 안전보건관리 계획 수립과 작업 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을 발전본부에 위임했고, 태안발전본부 내 설비와 작업환경까지 점검할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사업주가 개별 공정의 위험성을 인식할 수 없었고 하급 관리자에게 업무를 위임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며 "권한을 가진 자에게는 책임을 면해주고, 권한도 없는 자들에게 책임을 백번 물어봐야 일하다 죽어가는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상대적 약자인 하청만의 책임으로 돌렸던 원청에게도 권한만큼 책임을 지울 수 있어야 사장이 안전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적절한 예산 투입만이 적절한 안전장치와 인원 배치로 노동자의 죽음을 야기하는 헛구멍을 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1심보다 심각히 후퇴한 항소심 결과를 유족으로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김용균 특조위 간사로 활동한 권영국 변호사도 "특조위 활동을 하면서 용역업체는 운전과 정비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일일이 보고할 뿐 설비와 관련해 원청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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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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