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낮다? 하후상박 특수성 이해 필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국민연금 보장성,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 아니라 '실질 소득대체율 강화'로 …

연금개혁 논의에서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을 두고 논란이 크다. 최근 국회 연금특위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여부를 두고서는 의견이 갈렸다. 한쪽은 국민연금의 낮은 급여를 보강하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반대쪽은 국민연금 재정이 미래 불안한 상황에서 소득대체율 인상은 곤란하다고 비판한다.

이때 나오는 논점 중 하나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수준의 국제 비교이다. 인상하자는 쪽에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OECD 평균에 비해 낮다고 이야기하고, 반대쪽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반론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다?

우선, 국민연금은 기여와 급여가 짝을 이루는 제도라는 사실을 유념하자. 현재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9%는 OECD 회원국의 공적 소득비례연금 평균 보험료율 18.4%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2020년 기준).

그렇다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어느 수준일까? 2021년 OECD 연금보고서에 의하면,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OECD 회원국 평균은 42.2%이고, 한국은 31.2%이다. 외국에 비해 11% 포인트나 낮다.

그런데 국내에서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 40% 제도로 알려져 있다. 평균소득자가 40년 가입하면 40% 소득대체율이 부여된다. 왜 OECD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국내에서 통용되는 40%가 아니라 31.2%로 소개되었을까?

국민연금의 급여구조의 특수성: 하후상박

국민연금의 급여액은 자신의 소득에 가입기간을 곱하여 산출된다. 아래 급여산식에서 보듯이, 자신의 소득(B값)과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A값)을 합한 금액에 급여상수 1.2를 곱하고, 다시 가입기간을 곱한다. 여기서 소득과 가입기간은 국민연금 제도 밖의 변수이다. 소득이 높고, 오래 가입하면 연금액이 많을 것이다.

반면 국민연금 제도 설계에서 급여 강도를 결정하는 지수는 '급여상수'이다. 현재 국민연금 급여산식에서 급여상수 값은 1.2이고, 이것이 산정결과 값으로 소득대체율 40%를 만든다(국민연금법에는 1.2 급여상수가 명시될 뿐 40%라는 수치는 없다). 이 상수가 1.5이면 40년 가입기준 소득대체율이 50%가 되고, 1.8이면 60%가 된다. 즉 연금 개혁 논의에서 명목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는 주장은 국민연금법에서 급여상수 값을 올리자는 걸 의미한다.

위 급여산식에서 보듯이, 국민연금 급여구조는 가입자 자신의 소득(B값)에 비례하는 비례급여가 절반, 가입자 평균소득(A값)에 연동하는 균등급여가 절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균 소득자는 두 급여가 동일하고, 상위 소득자는 균등급여에 비해 비례급여가 크며, 하위소득자는 반대이다. 이 결과 소득분위별로 자신 소득 대비 소득대체율이 누진적인 구조를 지닌다. 모두가 40년 가입했다면, 평균 소득자는 소득대체율이 40%이지만 상위소득자는 30% 수준으로 낮아지고, 하위소득자는 분모인 자신의 소득이 워낙 작으므로 소득대체율은 100%까지 높아진다.

▲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연합뉴스

첫 번째 이유: 국민연금의 하후상박 급여구조

이제 국민연금 평균 소득대체율이 OECD 보고서에서 40%가 아니라 31.2%로 계산된 이유를 알아보자.

OECD 회원국의 공적 소득비례연금을 보면, 대다수는 완전소득비례연금이다. 필자의 분석에 의하면, OECD 29개 회원국에서 운영하는 공적 소득비례연금에서 형식상 누진 구조는 9개국에서 발견되고 이 중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지닌 사례는 미국, 스위스, 체코, 슬로바키아, 벨기에, 한국 등 6개국 정도이다.

완전소득비례연금에서는 어느 소득분위든 소득대체율이 동일하다(단, 소득상한이 있는 경우 기여와 급여에 동시에 상한이 적용되기에 상한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은 낮아질 수 있음). 반면 국민연금은 균등급여의 존재로 인해 소득대체율이 하후상박 구조를 지닌다. 대다수 외국의 소득비례연금과 비교하여 국민연금이 지닌 특수성이다.

여기서 OECD 보고서에서 한국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게 산정된 첫 번째 이유가 설명된다.

OECD 연금보고서는 회원국 연금제도를 비교하기 위하여 소득대체율 계산에서 표준틀을 적용한다. 이때 회원국 공적연금을 대표하는 기준소득이 선정되는데, 바로 상시고용 평균소득(AW: Average Wage)이다. 이는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월 383만원으로 국민연금 평균소득 244만원(A값)의 1.6배에 달한다. 국민연금의 하후상박 구조에서 중상위 소득에 해당하는 AW 가입자가 국민연금을 대표한 결과 OECD 연금보고서에서 소득대체율이 평균 소득대체율에 비하여 낮게 산정된 것이다.

OECD 보고서의 표준틀이 국제 비교에서 참고자료로 유용하지만, 국내에서 실제 연금개혁 취지에서는 시야를 AW 가입자를 넘어 전체 가입자로 확대해야 한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국민연금 급여상수 값 1.2는 그렇게 낮은 수준이 아니다. 만약 급여상수 값의 변화없이 급여구조만 현행 '균등급여 + 비례급여 (A+B)'에서 '비례급여 + 비례급여 (2B)'로 바꾸어 가정해보자. 그러면 AW 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은 현재 A값 소득자의 소득대체율, 40년 가입기준으로 40%가 된다. OECD 연금보고서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게 계산된 이유가 명목소득대체율 인상과 관련된 급여상수가 아니라 하후상박 구조라는 점을 명확히 하자.

두 번째 이유: 국민연금의 짧은 완전가입기간

한국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게 보고된 두 번째 이유는 완전가입기간의 차이이다. 앞에서 살펴본 국민연금의 급여산식은 간소하게 '지급률' 지표로 설명될 수 있다. 지급률은 1년 가입했을 때 부여되는 급여값이다. 국민연금은 A값 소득자 기준으로 40년 가입하면 소득대체율이 40%이니, 평균 지급률이 1%인 제도이다. 또한 하후상박 급여구조여서 OECD 보고서의 대표 가입자인 AW 소득자의 지급률은 0.82%로 하향한다.

OECD 연금보고서에서 미래 소득대체율은 대표행위자의 지급률에 완전가입기간을 곱해 계산된다. OECD 표준틀에서 완전가입기간은 각국 제도에서 22세 신규 가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정해진 전체 기간을 의미한다. 이에 한국은 22세에서 만60세 미만까지, 즉 38년이 완전가입기간이다. 그래서 OECD 연금보고서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AW 소득자의 지급률 0.82%에 38년을 곱하여 31.2%가 된다.

그런데 OECD 연금보고서에서 회원국들의 미래 완전가입기간 평균은 44.1년으로 우리보다 6.1년이 길다. 이에 소득대체율 계산에서 우리보다 가입기간이 6.1년 더 반영된다.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논의에서 논점은 40%를 45% 혹은 50%로의 인상, 즉 급여상수 인상 여부이다.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 여부를 다루는 연금개혁 취지에서는, 소득대체율 국제비교에서 완전가입기간의 차이는 통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면 국민연금도 0.82% 지급률인 AW 소득자가 44.1년 가입했으면 소득대체율은 36.2%로 올라가고, 완전소득비례연금으로 가정하면 AW 소득자도 평균 지급률이 1%가 되므로 44.1년이 적용되어 소득대체율이 44.1%로 오른다.

이는 우리나라 연금개혁에서 우리가 중점적으로 논의할 주제가 가입기간임을 알려준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게 만든 또 하나의 원인이 짧은 완전가입기간이라면 해법 역시 가입기간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60세 미만으로 한정되어 있는 의무가입연령을 상향하고, 출산/군복무/실업 크레딧 등 사회적 경제적 연금약자에게 가입기간을 추가 인정하는 제도를 강화하고, 저소득자에 대한 국가의 보험료 지원도 늘려야 한다.

세 번째 이유: 기초연금 미포함

OECD 보고서에서 평균 소득대체율 42.2%는 공적연금의 수치, 즉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합이다. OECD 회원국의 소득분위별(O.5AW – AW – 2AW) 소득대체율이 최종적으로 대부분 누진적 구조를 띠는 이유도 기초연금이 포함되고, 또한 소득상한이 적용된 결과이다(기초연금은 하위계층 소득대체율을 상향하고, 소득상한은 해당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을 낮춘다). 그런데 한국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만의 수치이다. 즉 기초연금은 포함되지 않았다.

OECD는 왜 한국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계산에서 기초연금을 포함하지 않았을까? 우선 AW 소득인 월 383만원 소득자는 기초연금 수급대상이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한국 기초연금 설계가 무척 복잡하여(국민연금 연계 감액 등) 소득대체율 모델링이 어렵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기초연금의 현실과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국내 연금개혁 논의에서까지 기초연금을 공적연금의 보장성 계산에서 제외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우선 AW 소득은 아직 은퇴하지 않는 경제활동인구의 소득이고, 기초연금은 노인 하위 70%에 속하는 은퇴자 소득으로 대상 기준이 다르다. 현재 383만원을 버는 노동자가 은퇴 이후 기초연금을 받지 못할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2022년 기초연금 급여지출 총액이 약 20조원으로 국민연금 30조원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이렇게 비중이 크고 실제 현실에서 운영되는 공적연금이 소득대체율에서 빠지는 건 이후 소득대체율 계산식에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내 학계에서 기초연금 개편을 핵심 주제로 다룰 예정이고 소득대체율 산정 여부도 검토하리라 본다. 기초연금 30만원을 AW 기준 소득대체율로 계산하면 7.8%이다. 만약에 한국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계산에서 기초연금액의 절반을 인정한다면 소득대체율은 3.9%p. 오를 수 있다.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론의 '실태 오진'과 '어긋난 제안'

이 글이 OECD 연금보고서의 수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OECD 표준틀에 따라 AW 소득자 기준으로 분명 한국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31.2%이다. 하지만 AW 소득자는 OECD 보고서에서 설정된 국민연금 대표 가입자일뿐이다. 우리 연금개혁 논의는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급여 수준을 보아야하고, 기초연금까지 포괄해 가자는 제안이다.

위에서 확인했듯이, OECD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수치가 회원국 평균보다 낮은 이유는 명목 소득대체율 수준을 결정하는 급여상수에 있지 않다. 급여상수는 그리 낮지 않으나, 하후상박 급여구조, 짧은 완전가입기간, 기초연금 미포함으로 소득대체율 수치가 낮아진 것이다.

따라서 OECD 보고서에서 한국 AW 소득자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을 올리려면 필요한 조치는 급여상수 인상, 즉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하후상박 급여구조를 비례방식으로 전환하고(그러면 AW 소득자의 소득대체율이 38년 가입기준 38%가 됨. 필자가 현단계에서 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님), 완전가입기간을 늘리며(예: 의무가입연령을 만 60세에서 65세 미만으로 개정), 기초연금을 일부 포함하도록 하면 된다.

정책 대안은 명확한 실태 진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OECD 연금보고서에서 한국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으므로 명목 소득대체율을 인상하자는 주장은 국민연금에 대한 오진에서 비롯된, 따라서 현실과 어긋난 제안이다.

국민연금 보장성,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이 아니라 '실질 소득대체율 강화'로

물론 필자 역시 국민연금 보장성을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장수 시대에 국민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의 중요한 수단이다. 단, 그 방안이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은 아니다. 이는 보험료율 인상이 추가로 수반되기에, 현재 40% 소득대체율에 부합하는 기여도 책임지지 않는 현세대가 말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 또한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은 주로 중상위 소득자의 연금액을 늘리기에 하위계층의 노후소득보장 개선에 그리 효과적이지도 않다.

대신, 가입기간늘 늘려 실질적으로 소득대체율을 강화해 가자. 의무가입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출산크레딧, 군복무크레딧, 실업크레딧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또한 저소득 노동자의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현재 10인 미만 사업장에만 적용), 앞으로는 본인이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도시지역 가입자의 보험료를 국가가 절반 지원하자. 이는 전체 가입자의 가입기간을 늘리면서 동시에 사회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입자들을 집중 지원하기에 국민연금의 공적 역할에도 부합한다.

정리하면, 진정 우리가 국민연금에서 집중할 보장성 개혁은 의무가입기간을 늘리고 공적연금 약자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는 '실질 소득대체율 강화'이다.

* 심층 학습을 원하는 독자는 "오건호(2023), "한국 공적연금 소득대체율 수준의 재구성: OECD 국제 비교", <동향과 전망> 117호"를 참고하기 바란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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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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