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내기' 미주부의장의 한탄 "바이든에 칭찬받고 윤 정권에 겁박받는다"

윤 대통령 친구 장악한 민주평통, 정치 편향성 여과없이 드러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가 미국에서 한반도 평화 관련 컨퍼런스를 주관한 미주지역 부의장에 대해 직무정지 통보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제기된 민주평통의 정치 편향성 논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광철 미주부의장은 지난 6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민주평통 미주부의장 '직무정지' 통보를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5일자로 직무를 정지한다는 석동현 민주평통 사무처장 명의의 이메일을 6일 저녁 6시 24분에 받았다고 밝혔다. 

최 부의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민주평통으로부터 경위조사를 받았다. 그는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대표를 겸하고 있는데, 지난해 11월 14일~16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2 KOREA PEACE CONFERENCE(한반도 평화컨퍼런스 2022)' 행사를 주관했다는 이유였다.   

해당 행사는 '한반도 평화법안' (HR 3446)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고 보다 많은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에게 공동 발의를 촉구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브래드 셔먼, 앤디 김, 메릴린 스트릭랜드 등 미 연방의원 12명과 김경협·임종성·김민철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등이 참석했다.

문제가 된 것은 행사의 성격이었다. 이 법안은 (1)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2) 한반도 영구 평화를 위한 로드맵 작성 (3) 미국과 북한에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4) 이산가족 상봉 추진 등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 이 법안의 발의를 촉구하는 것이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맞지 않았고, 실제 미국 내 보수적인 자문위원과 시민단체 등이 민주평통에 민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민주평통은 이들의 민원을 받아 미주지역 자문위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이메일을 보내 "최근 미주 부의장 주도 하에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한반도 평화컨퍼런스 2022 행사'와 관련하여 다수의 민원이 제기되어 당 사무처에서 관련 자문위원에 대해서 경위조사에 착수하였음을 알려드린다"며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민주평통 관계자는 경위조사에 대해 민원이 제기되어 진행하게 된 것이고 자문위원을 해촉하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 이같은 경위조사의 경우 이전에도 시행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사안이 최광철 부의장에 대한 직무 정지로 귀결되면서, 지난해 벌였던 민주평통의 경위조사는 정부의 기조에 맞지 않는 인사를 정리하기 위한 사전작업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게 됐다.   

민주평통 사무처 측이 최광철 부의장에 대해 직무 정지 조치를 내린 명분 또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 부의장은 민주평통 측이 해당 이메일에 "일부 협의회장들을 사주한 듯한 입장문과 미주지역회의 간사가 지역회의 운영비 회계정리를 부정확하게 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최 부의장이 언급한 입장문은 지난해 12월 11일 미주지역 20개 협의회장이 채택한 것으로, 여기에는 최 부의장의 직무정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CBS>가 입수한 입장문을 보면 미주지역 협의회장들은 최 부의장에게 △대표를 맡고 있는 KAPAC(미주민주참여포럼)과 미주부의장직 가운데 하나만 선택할 것 △대통령의 평화통일 정책을 존중하고 북한의 태도에 맞는 평화통일 정책을 홍보 자문할 것 △조직을 생각해며 사무처와 대화할 것 등을 건의했고 민주평통에는 '어느 한 당에 치우침이 없이 중도적으로 가기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운영비 문제에 대해 최 부의장은 "사무처에서 보내준 소액의 운영비 보다 훨씬 더 많은 경비를 후원 지출하며, 그동안 미주지역회의 간사가 사무처 가이드라인대로 투명하고 정확하게 관리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연방의원들로 부터는 평생봉사상과 칭찬을 받고 윤석열 검찰정권 검사출신 민주평통 사무처장으로 부터는 미주부의장 직무정지 통보와 겁박을 받는다"며 씁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최 부의장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은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또한 사회통합기구인 민주평통을 갈라치고 분열시켜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극우정권의 관변 단체로 전락시키려는 불법 부당한 행위들을 막아내기 위해서도 가능한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민주평통 사무처의 조치를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프레시안>은 민주평통 측에 직무정지 통보 사실과 일시, 이전 사례 등을 문의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10월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편향 논란 이어지는 민주평통

민주평통의 이같은 정치적 편향성은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석동현 사무처장이 부임하면서부터 불거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14일 취임식에서 현 정부 기조와 맞는 인물들로 자문위원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실제 몇몇 분과위원장들이 물러나기도 했다.

이어 석 사무처장은 지난해 12월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취임 이후인 10월 29일 윤사모 회원들이 민주평통 사무처장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민주평통 자문위원에 윤사모 회원들을 많이 등용하겠다고 했다는데 사실이냐는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의 질문에 "그런 취지로 이야기했다. 두루 (자문위원으로) 추천해 달라고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 20일에는 「평화공공외교 추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통일공공외교 추진을 위한 특별위원회」로 변경하고,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를 위한 특별위원회」와 「남북공동올림픽 유치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폐지하기로 하는 등 전 정부 색채 지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

석 사무처장의 부임 이후 민주평통이 사실상 대통령의 정책을 받드는 이른바 '친위대'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기관의 근거법령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제2조에는 민주평통은 통일에 대한 국내외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며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을 결집하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민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정책 수립 및 추진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대통령의 자문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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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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