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파행 사태 성남시… 끝내 ‘준예산 체제’

‘청년기본소득’ 놓고 여야 이견… "설계부터 잘못된 정책" VS "청년 복지향상 위한 것"

‘청년기본소득’ 사업을 두고 발생한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못하면서 시의회 파행이 이어져 온 경기 성남시가 결국 ‘준예산 체제’에 돌입했다.

성남시의 준예산 사태는 지난 2013년 이후 두 번째다.

▲성남시청 전경. ⓒ프레시안(전승표)

2일 시와 성남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가 제출한 3조4406억1700만 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이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의 파행으로 인해 회기 내 처리되지 못하면서 준예산 사태를 맞게 됐다.

준예산은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경우 ‘지빙자치법’에 따라 전년도 예산에 준해 법정 경비만 집행하는 것으로, 준예산 체제에서는 법과 조례로 정한 △기관·시설 운영비 △의무지출 경비 △계속 사업비 등 한정된 법정 경비만 집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공근로·노인 소일거리·아이돌보미 일자리·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 등의 취약계층 지원을 비롯해 사회단체·공동주택 보조금, 학교 무상급식 지원금, 주민센터·청소년수련관 강좌 사업 등의 민생예산 집행이 불가능하다.

이번 사태는 청년기본소득에 대한 시 집행부 및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 차로 인해 발생했다.

앞서 시 집행부는 청년기본소득 예산의 지급 근거인 ‘청년기본소득 조례’가 이번 정례회에서 폐지되는 것을 전제로 관련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은 채 본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해당 조례가 폐지되지 않고 유지된데다 이를 근거로 민주당이 30억 원의 관련 예산을 편성, 사업 진행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민주당의 요구와 달리 시 집행부와 국민의힘은 본예산에 청년기본소득 항목이 없는 점과 새로운 청년지원사업으로 ‘청년취업 올패스’를 도입하는 만큼, 민주당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이처럼 청년기본소득 예산처리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면서 시의회는 본회의 개의조차 하지 못한 채 회기 종료시한을 넘겼다.

당초 시의회 여야는 지난달 29일 타협을 위한 회동을 가졌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고, 2022년의 마지막 날인 31일에도 원 포인트 임시회 개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원들을 대기시켰음에도 끝내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다.

▲2일 오전 신상진 성남시장이 ‘준예산 사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성남시

사정이 이렇자 신상진 시장은 이날 오전 올해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시의회에 촉구했다.

신 시장은 "시는 올해 예산 편성을 위해 한정된 재원의 적재적소 활용을 위한 재정혁신 TF팀을 구성하고, 연례적·반복적·낭비성 예산을 줄이는 등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예산안을 준비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의회에서 청년기본소득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며 지난해 12월 31일까지도 2023년도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아 시는 결국 준예산 상황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30억 원에 불과한 청년기본소득 예산을 볼모로 3조4406억여만 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 전체를 발목 잡는 것은 정치적 이익만을 관철하고자 92만 성남시민의 민생을 포기하는 명백한 직무유기 행위"라며 "청년기본소득은 만 24세의 청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금액 역시 충분치 않아 정작 도움이 필요한 대다수의 청년들이 실질적인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대형학원과 온라인 교육 등에는 사용할 수 없는 등 정책설계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준예산 사태로 인해 2023년도 예산안 의결 시까지 부득이하게 전년도 예산에 준한 예산만 집행이 가능해 신규 투자사업과 주요 현안사업이 모두 중단된다"며 "시는 청년기본소득의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매년 증가하는 자격증 응시료와 수강료를 지원해 취업역량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청년취업 올패스 사업’을 위한 예산을 편성한 만큼, 시의회는 즉시 임시회를 소집해 2023년 예산안을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준예산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성남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반면, 민주당은 "성남에서 처음 시행됐고, 도내 시·군 전체가 경기도와 7대 3 비율로 예산을 편성해 시행하고 있는 ‘성남시 청년기본소득 조례’는 성남지역 청년의 복지향상과 취업역량 강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으로, 청년기본소득의 원활한 지급을 위해 적정한 규모의 예산을 마련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2023년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예산을 추경에라도 반영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엄중한 준예산 사태를 막고, 청년들을 위해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법적 근거도 없고 절차상 하자투성인 ‘청년 올 패스’ 사업 예산 100억5000만 원 전액 부활 등에 동의하며 구두 협의하는 등 소수 야당임에도 국민의힘에 대화와 타협을 시도해 왔다"며 "하지만 국민의힘은 다수당이자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채 의회 파행사태를 그저 민주당 탓으로 돌리기에만 급급했고, 지난달 29일 신 시장이 2023년도 본예산에 대한 수정예산을 제출하겠다는 메시지를 의회에 전달하자 이튿날 2차 본회의 보이콧과 31일까지 회기 연장 불가를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은 즉각 의회로 돌아와 현 준예산 사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앞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준예산 사태를 하루속히 해결하고, 사회적약자와 서민들을 위한 민생예산이 정상 집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결처분권 발동도 검토하고 있다.

선결처분은 예산안 의결이 지체될 경우 주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긴급하게 필요한 사항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사는 예산집행 비상 조치권이다.

시 관계자는 "의회가 하루빨리 예산안을 처리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서민 생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다각도로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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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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