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딸 김주애가 후계자? "가부장적 北에서 불가능" vs "얼마든지 논리 만들 수 있어"

"북한 7차 핵실험, 외교 관계와 기술적 필요성 감안할 때 실행 가능성 높지 않아"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연합 군사 훈련과 북한의 미사일이 부딪히면서 한반도 긴장이 상당히 고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원한다는 제스처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 이를 잘 읽어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16일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진행된 통일연구원의 '2023 한반도 연례정세전망'에서 남북관계 관련해 주제 발표를 맡은 김상기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남북대화가 4년 이상 단절됐는데 1971년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후 이렇게 오랜 기간 단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1월 18일 신형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한 자리에 딸인 김주애와 동행한 것을 두고 "(김정은) 본인도 가정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맨 마지막 단계에서 사용하는 것이 핵무기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핵무기의 사용보다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핵문제를 둘러싸고 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여러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고유환 원장은 당장 김주애를 후계자로 확정할 수는 없지만,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소위 '백투혈통'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후계와 관련 짓지 않을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반론도 나왔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통상적으로 북한이 해왔던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다면 단언하기 쉽지 않다. 북한은 어린 시절부터 후계자를 공개해온 바가 없다"며 김주애를 후계자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은 항일 무장투쟁을 정통성 차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부장적이며 군사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기존 남성 중심적 계승성이라는 것이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잡았는데 이를 여성으로 하려면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그걸 북한이 감당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홍 실장은 "후계자의 신변을 미리 노출시키는 것이 최고 지도자의 보안이나 경호 등의 차원에서도 쉽지 않다"며 "김정은의 활동 전반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시장세대의 통합과 결속을 도모하기 위해 김주애 성장과정을 전반적으로 노출시킬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고 원장은 북한 지도자에게 성별 문제가 핵심적인 변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후계의 기준은) 남성, 여성에 상관 없이 수령 체제를 가장 잘 끌고 갈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라며 "나머지(의 지도자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간단하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두혈통 계승성이라는 측면에서 김주애가 후계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후계자가 꼭 남자일 것이라고 단정하지도 않는다"라며 "후계 논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성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수십 년이 남았는데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지난 11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11월 20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이날 추가로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과 손 잡고 나란히 걷는 모습.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이날 고체 연료를 이용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출력 로켓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홍 실장은 "공개되기 전에 이미 수백 번 시험하기 때문에 이미 상당 부분 궤도 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했던 과업 중에 고체형 ICBM, 핵잠수함,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군 정찰위성, 무인정찰기 등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성과를 내려는 시도로 봐야 한다"며 "다양한 전략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텐데 고체형 ICBM으로 궁극적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해 홍 실장은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최근 연대를 강화하고 있고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 기술적인 필요, 정치적 실익 등을 고려했을 때 당장 실시하기가 쉽지 않다"며 "군사 기술적으로 북한은 이미 전술핵 보유와 작전화를 공언한 상황이기 때문에 핵실험을 해야 하는 기술적 필요가 당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히려 미국 본토, 미군 주둔지, 전시증원 루트, 확장억제력 등을 교란할 수 있는 전술적, 전략적 가치가 큰 전술핵, 전략핵 투발수단, 정찰위성, SLBM, 무인기 등이 당장 한미 확장억제 대응수단으로 의미가 있고 대미억제력과 협상력 높이는 데 효용성이 있다"며 "다만 핵실험 준비 동향을 노출해서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미국을 압박하는 효과를 지속할 가능성은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승수 평화연구실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대북 제재에 동참한 것을 매우 큰 실책으로 평가하고 있고 북한은 러시아와 협력 의지를 다방면으로 표출하면서 러시아 내에서 그동안 북한에 너무 소홀히했다는 인식이 나오고 있다"며 한반도 현상 유지가 필요한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과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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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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