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키맨' 김만배 극단선택 시도…검찰 '이재명 연루설' 규명 차질 빚나

유동규·남욱 '李연루' 주장 부인하던 金에 자금추적, 측근들 체포로 압박한 檢

대장동 사건 수사·재판 국면을 좌우할 핵심 인물로 꼽힌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 씨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는 제동이 걸리게 됐다.

김 씨는 지난 14일 오전 2시께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에서 흉기로 자신의 목과 가슴 등 부위를 찔러 자해, 이후 자신의 변호인에게 연락해 자해 사실을 알렸고 변호인은 밤 9시50분쯤 119에 신고했다.

김 씨는 유동규·남욱·정영학 씨 등과 함께 대장동 사건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그는 경제지 법조기자 출신으로 쌓은 인맥으로 화천대유 고문단을 구성하고 정치권에 대한 민원과 인허가 등을 전담했으며, 2009년부터 대장동 사업을 이끌어온 남욱 변호사가 2015년 대장동 개발 로비 혐의로 구속된 후부터는 사업 주도권을 쥐기도 했다. 김 씨는 지난해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구속기한 만료로 지난달 24일 석방됐다.

김 씨는 유동규·남욱 씨의 최근 주장과는 달리, 대장동 사업에 대한 '이재명 연루설'을 부인해 왔다. 문제는 유동규·남욱의 검찰·법정 진술은 대부분 '김만배로부터 들었다'는 전언의 형태를 띄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 씨의 진술이 '이재명 연루설'의 성립 여부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 상태였다.

김 씨는 본인과 가족 명의로 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3호 지분을 통해 대장동 사업 민간 지분의 49%를 확보하고 있다. 김 씨는 이처럼 자신이 지배력을 행사하던 천화동인1호(화천대유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숨은 지분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유동규·남욱 등에게 했다는 것이 이 두 사람의 검찰·법원 진술 요지다. 

김 씨는 그러나 석방 이후에도 이들 두 사람과는 달리 '이재명은 무관하고 천화동인1호의 실소유주는 바로 나'라는 수사·재판 초기부터의 입장을 유지해 왔다. 유동규·남욱은 대장동 개발 배당금 등에서 나온 돈이 2014년 성남시장 선거,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2022년 대선 등 선거자금으로 전달됐다고 주장해 왔으나 김 씨는 이에도 동조하지 않고 있다. 김 씨가 이 대표 연루설을 부인하는 이유는, 이를 인정할 경우 자신의 혐의와 형량이 과중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김 씨는 현재 구속된 이 대표의 측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혐의 입증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정 실장의 혐의는 김 씨 등을 대장동 사업자로 선정해주는 대가로 천화동인1호 지분 일부를 약속받았다는 것 등이다.

김 씨가 직접 입을 열지 않는 가운데, 유동규·남욱 씨나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 대표 쪽에 의심의 화살을 겨누고 있는 검찰은 김 씨에 대한 다방면 압박에 나선 상태다. 검찰은 김 씨의 측근인 이화영 의원실 보좌관 출신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와 '오토바이맨'으로 알려진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 인테리어 업자 A씨 등을 김 씨의 범죄수익 은닉을 도운 혐의로 지난 13일 체포했다.

김 씨는 이에 심리적 압박을 크게 받았으며, 자신 탓에 무고한 지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주변에 하기도 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체포된 김 씨의 주변 인사들은 현재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이들 3명을 체포한 것은 김 씨가 100억 원대의 범죄수익을 추가로 은닉했다는 혐의와 관련돼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말 기소 전 추징보전으로 김 씨 등 대장동 일당의 부동산 등 800억 원 규모 재산을 동결했다.

검찰 또는 유동규·남욱 발(發)로 보이는 언론 보도도 김 씨에 대한 여론·심리적 압박의 일환으로 보인다. 지난 7일 TV조선은 김 씨가 남 변호사에게 연락해 '김만배-유동규 700억 약정설에 대해 말하면 나는 죽는다.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라고 해달라'고 회유했고, 남 변호사는 이 대화 내용을 메모로 남겨 보관하다 최근 검찰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3일 JTBC는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모 씨가 남 변호사에게 보낸 내용증명을 김 씨가 검토했으며, 이 내용증명 문건을 검찰이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15일 <서울신문>은 김 씨가 과거 주변에 '유동규·김용·정진상 등 이 대표 측근 인사들이 천화동인1호 지분 428억에 대한 지급 약정서를 요구했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대장동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이처럼 검찰 등으로부터 압박을 받던 김 씨는 결국 입을 여는 대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검찰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 씨의 입원으로 인해 당장 물리적으로 조사가 불가능하게 된 것은 물론, 이 대표 연루설 등 '윗선' 수사를 위해 김 씨를 무리하게 압박한 것 아니냐는 여론 부담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사건 재판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 씨는 14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