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재명 조사' 필요성 첫 언급에…민주당 "인간 사냥 중단하라"

정성호 "당 분열은 자멸하는 길" vs 박용진 "李, 정치적 책임 언급은 필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을 처음 언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예고하자, 민주당은 "'사건'이 아닌 '사람'에 집중하는 인간 사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찬대 최고위원 등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 하에서 벌어지는 무도한 검찰 수사가 이재명 대표와 그 주변 인사들을 넘어 야당과 전임 정부 전반을 향해 몰아치고 있다"면서 "대장동 일당을 앞세운 조작 수사,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이 대표 측근을 비롯한 야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대해 "조작 수사, 정적 제거 전담 수사부냐"고 비난했다. 이들은 "윤석열 사단 인사들로 채워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1·2·3부, 반부패수사 1·2·3부 6개 수사부는 검사만 총 47명이고 수사관과 실무관까지 포함하면 수사 인력이 1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대선 이후 수사 검사들이 윤석열 사단으로 채워지고, 수사 검사들이 바뀌자 범죄 혐의자들의 말이 바뀌기 시작한다"면서 "검찰은 유동규가 700억(세후 428억)을 받기로 약속했다며 기소했지만 최근 들어서 유동규는 '428억에 내 몫은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뒤바뀐 주장에 필적하는 객관적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갑작스러운 유동규와 남욱의 진술 변화는 검찰의 '조작 수사'의혹을 입증하는 방증일 뿐"이라면서 "선택적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해악"이라고 비판했다.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지키기'에 전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친(親)이재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총선을 앞두고 당이 분열하는 것은 자멸하는 길"이라며 당이 단일대오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당 전체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선 "당이 총동원돼서 방어막을 치고 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게 아니다"라며 "수사의 부당성과 같은 내용을 얘기할 순 있지만 그것 때문에 당이 당무를 제대로 처리 못한다거나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정 의원은 "만약 검찰에서 궁극적으로 이 대표를 사법 처리하기 위해 조사하고 영장을 청구하겠다고 하면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협의해서 대응하면 되지 그게 당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친이낙연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포스트 이재명'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소설 같은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박용진‧조응천 등 일부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이 이 대표의 유감 표명을 요구하는 데 대해선 "이미 이 대표가 일정한 정도의 유감스럽다는 말을 몇 번 했던 것으로 안다"며 "사건 자체를 다투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해명을 한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보복 탄압 수사이고 본인들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 달리 뭐라고 더 해명하겠나"라고도 덧붙였다.

민주당 복당을 앞둔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단합, 단결해서 싸워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이든, 정진상이든, 노웅래든 가리지 말고 총력대응을 해야 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당연히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동지"라며 "같은 당이라는 건 무리 당(黨) 자이다"라며 거듭 단합을 강조했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이날 오전 한국방송공사(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단호하게 맞설 건 맞선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책임에 대한 언급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자타공인 측근들이 기소, 구속된 상태라는 건 여러 가지로 기분이 나쁠 수 있겠지만 그 부분에 대한 본인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밝힐 필요는 있다"며 "정치적인 책임 부분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박 의원은 다만 김해영 전 최고위원 등 일각에서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데 대해선 "저는 아직 그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먼지 털 듯이 수사하고 있는데 아직 이 대표와의 직접적인 연루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하면 그렇게까지 얘기할 것이 뭐가 있느냐란 생각"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대한노인회중앙회 정책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속 기소된 김용, '당헌 80조' 논란에 자진 사퇴

이 대표의 최측근이자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사의를 표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부당한 정치탄압으로 구속되어있는 김 부원장이 당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여건을 들어 사의를 표명했고, 당은 수리했다"고 밝혔다. 안 수석대변인은 이어 "정진상 당대표비서실 정무조정실장도 사의를 표명했으나 구속적부심을 받고 있어 그 결과를 보고 추후 판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부원장이 구속 기소되자 당 내에서는 '개인 비리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당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당헌 80조'를 적용해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비명계 의원들은 물론이고 친명계인 정 의원 또한 김 부원장의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이같은 당 내 분위기에 따라 김 부원장은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스스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이날 오후 구속적부심 심사를 받고 있어 결과에 따라 거취가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측근의 권한 행사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조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건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을 처음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재명과의 관련성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하는 건 구속된 정진상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검찰은 이미 정 실장을 뇌물 혐의 등으로 압수수색하면서 정 실장과 이 대표의 관계를 '정치적 공동체'로 규정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석방된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이어가면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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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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