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행성 최강의 ICBM 보유국" 자부…유엔, 안보리 소집

한국도 당사국으로 안보리 참여…北, ICBM 발사에 '김정은 딸 동행' 공개

북한이 지난 18일 이뤄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그 가족이 참석했다고 밝히며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을 자부하고 나섰다. 유엔은 오는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유엔 안보리 소집한 미국 "美본토 위협 아니나…北, 발전하고 있다"

유엔은 미국 뉴욕시간으로 오는 21일 오전 10시에 안보리 공개회의를 열기로 했다.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한국도 이해당사국으로 참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북한의 반복된 안보리 결의 위반에 국제사회가 엄중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이 스스로 화성-17형이라고 밝힌 이번 ICBM 발사에 대해, 미국이 이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는 이번 안보리 회의를 소집하며 이례적으로 성명문을 내고 "북한에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측 주장이나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화성-17형은 최대사거리 1만5000킬로미터로 미 본토 전역이 타격권에 들어간다. 존 커비 미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온라인 브리핑에서 "북한이 직전에 발사한 미사일 자체를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북한은 매번 발사를 할 때마다 실패나 부분적 성공을 통해 배우며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진전된다"고 지적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것이 우려의 이유"라며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과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프로그램이 역내 및 국제사회에 초래하는 위협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정보 평가에 들어가지는 않겠다"며 답을 피했다.

커비 조정관은 "북한이 계속 도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조건 없이 앉아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그러나 북한은 이런 제안에 응답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있다", "이 사안에 관해 북한과 어떤 직접적인 대화도 없다"고 했다.

김정은, 부인·딸 데리고 ICBM 현지지도…노동신문 "행성 최강 ICBM 보유"

북한은 이번 ICBM 발사 이후 연이어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당의 엄숙한 선언' 제하 정론에서 "이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 이 말이 안고 있는 무게는 실로 거대하다"며 "그것은 핵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국가가 미국의 핵 패권에 맞설 수 있는 실질적 힘을 만장약한 명실상부한 핵 강국임을 세계 앞에 뚜렷이 실증하는 가슴벅찬 호칭"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적대세력들의 발악과 공세가 가증될수록 우리의 자위적 핵무력의 질량적 강화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당의 철의 신념이 과시된 역사적 장거"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ICBM 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이번 발사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무력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통신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 형은 최대정점고도 6040.9킬로미터까지 상승하며 거리 999.2킬로미터를 4135초(69분)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의 예정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밝혔다.

김 국무위원장은 시험발사 이후 "우리의 핵무력이 그 어떤 핵위협도 억제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또 다른 최강의 능력을 확보한 데 대해 재삼 확인하게 되었다"며 "최근 우리국가 주변에서의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위협이 노골화되고 있는 위험천만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압도적인 핵억제력 제고의 실질적인 가속화를 더 간절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남조선 것들을 비롯한 추종 세력들에게 우리를 상대로 하는 군사적 대응 놀음은 곧 자멸이라는 것과, 저들의 안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을 재고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더욱 명백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며 "적들의 침략전쟁연습 광기에 우리 당과 정부의 초강경 보복의지를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미 제국주의자들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와 전쟁연습에 집념하면서 군사적 허세를 부리면 부릴수록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적들이 핵 타격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엄숙히 천명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과학연구 부문에서는 우리 식의 주체전략무기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들과 모든 전술핵운용부대들에서는 고도의 경각성을 가지고 훈련을 강화해 임의의 정황과 시각에도 자기의 중대한 전략적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들', 즉 ICBM을 운용하는 인민군 내 복수 조직의 존재를 공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20일자 <노동신문> 정론에는 "우리 후대들의 밝은 웃음과 고운 꿈을 위해 우리는 평화 수호의 위력한 보검인 핵병기들을 질량적으로 계속 강화할 것이며 그 길에 애국의 아낌없는 마음을 다 바칠 것"이라는 대목이 실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ICBM 발사 현지지도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리설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셨다"고 해 김 위원장의 딸이 공개석상에 처음 등장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흰색 패딩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붉은색 신발을 신은 어린 여자아이가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미사일 옆을 걷거나 발사를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연령대를 고려하면 사진의 주인공이 지난 2013년 북한을 방문한 미국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통해 알려진 김 위원장의 둘째딸 김주애일 가능성이 있지만, 나이나 이름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 딸을 대동하고 이 장면을 공개한 의도가 무엇이냐를 놓고 추측이 분분한 가운데 나온 <노동신문> 정론은, 북한이 ICBM 발사가 "후대의 밝은 웃음과 고운 꿈을 위해" 이뤄진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김주애(추정) 동행 장면을 공개한 것이라는 해석에 힘을 실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녀를 처음으로 공식 공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9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소식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시여" 발사 과정을 지도했다고 밝혔다.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과 그의 딸이 함께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여러 장 공개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