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악의 10조' 이어 이번엔 MBC 기자 슬리퍼까지 지적

"대통령 도어스테핑 때 슬리퍼, 너무 무례…기자가 깡패냐"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문화방송사(MBC) 기자의 순방 전용기 탑승 거부를 정당화하기 위해 거친 말을 쏟아낸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MBC 기자의 '슬리퍼'까지 지적 대상으로 삼아 공세를 펴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혁 비대위원은 토요일인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때 대통령 뒤통수에 대고 소리지르고 비서관과 고성으로 싸운 MBC 이모 기자, 얘기할 때 팔짱이야 뭐 낄 수 있겠는데 슬리퍼를 신고 온 건 뭐라 해야 할까"라며 "드레스코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건 너무 무례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은 "대통령이 아니라 남대문 지게꾼하고 만나도 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는 없다. 그게 인간에 대한, 취재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팔짱 끼고 슬리퍼 신고 회견장에 서 있는 모습은 기자라기보다 주총장 망가뜨릴 기회를 찾고있는 총회꾼 같아 씁쓸하다"고 주장했다.

김 비대위원은 "언론 자유는 반드시 존중돼야 하지만 언론의 책임과 인간으로서의 예의도 한 번 생각해 보라"며 "기자는 깡패가 아니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김 비대위원은 중앙일보사 기자 출신이며, 현재 국민의힘 비대위원(평시 최고위원에 해당) 겸 당 혁신위 위원, 혁신위 대변인을 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청년 참모인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도 "대통령과 언론의 만남, 국민의 만남인 도어스테핑이라는 역사적 결실의 장에서 MBC 이모 기자는 '쓰레빠' 질질 끌고 나와 언성을 높이며 난동을 부렸다"며 "도어스테핑이라는 역사적 산물을 소중히 여기고,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췄으면 한다"고 비슷한 주장을 폈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테핑 자리에서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거부 이유를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직접 밝히고, 현장에서 MBC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냐'고 되묻자 윤 대통령은 답 없이 들어가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나서 '무례하다'고 하면서 해당 관계자와 기자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이후 대통령실은 이재명 부대변인 명의로 "무엇이 악의적이냐는 질문에 답하겠다"며 '악의 10조' 또는 'MBC 보도가 악의적인 10가지 이유'라고 할 만한 공식 논평까지 발표하면서 (☞전문 보기 : 대통령실 'MBC 악의 10조'에…민주당 "머리에서 '뉴욕 욕설' 지웠나") 오히려 논란을 더 키웠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유승민 전 의원 등 일각에서는 "이 일이 정말 그렇게까지 할 일인지, 계속 확대 재생산해서 논란을 이어갈 일인지 대통령부터 차분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말실수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면 됐을 일이다. 백번 양보해서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면 침묵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왜 자꾸 논란을 키워가는 건지 안타깝다"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판했지만, 국민의힘 내 친윤 주류 및 지도부는 대통령실 쥐재 기자의 '팔짱', '슬리퍼'까지 거론하며 꺼져 가는 이슈를 계속 재점화하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출근길 도어스테핑을 한 후, MBC 기자의 질문을 뒤로 하고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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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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