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외교안보 수장들 "월북몰이 할 이유가 뭔가…이건 마구잡이식 보복"

노영민·박지원·서훈, 서해사건 반박 기자회견… "월북몰이 없었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지휘부급 인사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월북 몰이'를 했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월북'으로 몰아갈 이유도 실익도 전혀 없었다"면서 전 정권 죽이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와 검찰 수사에 대한 반박성 회견이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 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월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현 정부는 다른 실종 원인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판단을 제시해야 한다. 이에 대한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월북 몰이'를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도 근거도 없는 마구잡이식 보복"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월북'한 민간인까지 사살한 행위는 북한의 잔혹성과 비합리성만 부각시킬 뿐"이라며 "이처럼 흉포한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국민적 비판만 돌아갈 뿐일 것"이라며 당시 남북 대화를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가 '월북 몰이'를 할 이유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 "새로운 국방부 장관이 취임한 지 사흘 만에 우리 어선의 월선을 방지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어업지도선에서 '월북'이 발생하했면 당시 정부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 아니겠는가"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경위와 관련된 은폐할 수 없는 중요한 단서였기에 있는 그대로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이들은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에 대해 "그간 당시의 자료들을 정확히 살펴본다면 진실이 밝혀지리라 기대했으나 오히려 현 정부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채 관련 사실들을 자의적·선택적으로 짜 맞추면서 사건을 왜곡·재단하고 있다"며 "역사와 국민 앞에 이렇게 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감사원은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의 국가 위기 관리 지휘본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외교안보 라인 책임자들이 해당 사건을 고(故) 이대준 씨의 '자진 월북' 사건으로 결론 내기 위해 증거 자료를 왜곡하거나 은폐했다며 5개 기관 소속 20명에게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이들은 "현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안보 관련 문제를 북풍 사건화 하면서 전 정부에 대한 정치 보복에 매달리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료를 국민 앞에 모두 공개하고 공정하고 상식적인 실체 규명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노 전 실장은 "윤석열 정부에 의한 일방적인 흔들기가 사실인 양 보도되고 이것이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며 "청와대는 정보와 첩보를 생산하는 기관이 아니라 보고받는 곳이다. 청와대가 기관에 생산된 정보·첩보를 수정·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 또한 "대통령·청와대·안보실로부터 자료를 삭제하라는 어떠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고 국정원장으로서 삭제를 지시한 적도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삭제할 수도 없는 자료를 삭제했다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제가 (삭제를) 지시했다고 했다가 나중엔 제가 비서실장을 통해 지시했다고 한다"면서 "삭제했다고 한 시간도 기관마다 제각각이다. 감사원은 (제가) 9월 23일 청와대에서 심야삭제했다고 했으나, 고발장에는 23일 아침 제가 삭제를 지시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의 요청이 오면 당당하게 조사받겠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두고 안보 장사를 하려는 세력이 있는데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이 연루된 자료 삭제 의혹과 관련,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윤건영 의원은 "국정원에는 보고서를 생산해서 올라가는 메인 서버가 있는데 이건 삭제가 불가능하다"며 "첩보를 보관하고 배포하는 데 용이하게 만든 서버가 별도로 있는데 이 서버가 삭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인 서버는 삭제 안 되고. 보관 배포하는 서버만 (삭제가 가능한데). 국정원이 마치 메인 서버가 삭제될 수 있는 것처럼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전 실장은 "근거 없이 월북으로 몰아간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실익도 없다"면서 "자료 삭제 지시는 없었다. 국민의 생명과 명예를 놓고 근거 없는 조작은 상상할 수도 없다"면서 강하게 부인했다.

서 전 실장은 이어 동해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서도 "탈북 어민이 아니라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1차로 북한 도주에 실패한 뒤 나포된 흉악범죄인들"이라며 "국민 안전을 위해서 이들을 국민 곁에 놓을 수는 없는 일로 전 세계 어느 국가도 같은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위기 관리와 안보를 위한 절차적 판단이 범죄로 재단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서 전 실장은 아울러 서해 사건 자료 은폐 혐의로 구속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서훈 전 실장 지시에 따라 월북 판단과 첩보 삭제가 이뤄졌다'고 진술한 데 대해 "자료 논의 자체가 없었기에 그런 진술을 했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며 "안보실장과 국무위원은 지시를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며 저는 한 번도 이에 어긋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과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도 입장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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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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