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반쪽짜리' 시정연설 "경제·안보 엄중 상황, 국회 협력이 절실"

"경제·안보 엄중, 여야 따로 있을 수 없다"…민주당, 시정연설 첫 보이콧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가졌다. 그러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뒤 시정연설에 불참, 정국 경색은 물론 향후 예산안 심사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기립박수 속에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윤 대통령은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이 입는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약자 복지'에 연설의 방점을 뒀다.

또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금융 안정성과 실물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의 국제신인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대외적으로는 "산업과 자원의 무기화, 그리고 공급망의 블록화라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최근 유례 없는 빈도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위협적인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나아가 핵 선제 사용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뿐 아니라 7차 핵 실험 준비도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안보 위기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압도적인 역량으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시정연설 보이콧 방침을 정한 민주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아 윤 대통령의 협조 요청은 힘을 잃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우리 정부가 글로벌 복합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어떻게 민생현안을 해결해 나갈 것인지 그 총체적인 고민과 방안을 담았다"며 639조 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을 설명했다. 특히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한 것"이라며 재정건전성 강화에 방점을 뒀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됐고, 나라 빚은 GDP의 절반 수준인 1000조 원을 이미 넘어섰다"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며 기초생활보장 지원, 장애인과 한부모 가족에 대한 맞춤형 지원, 저임금 근로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예술인의 사회보험 지원 대상 확대, 장애인과 한부모 가족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언급했다.

또한 지난 폭우 때 피해가 집중됐던 반지하·쪽방 거주자들 대책과 관련해 "이분들이 보다 안전한 주거환경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보증금 무이자 대출을 신설하고, 민간임대주택으로 이주할 경우 최대 5000만 원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방향을 겨냥한 듯 "무너진 원자력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며 "원전(핵발전소)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해체기술 개발 등 차세대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 위협 대응과 관련해선 "현무 미사일, F-35A, 패트리어트의 성능 개량, 장사정포 요격체계 등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에 5조 3천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병 봉급을 2025년 205만 원을 목표로 현재 82만 원을 내년에 130만 원까지 인상해 병역의무 이행에 대해 합리적 보상이 매년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예산안은 우리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지도이고 국정 운영의 설계도"라며 "국회에서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주고, 미래 성장을 뒷받침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예산안 시정연설 불참을 결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야당탄압 중단하라', '국회무시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다가, 윤 대통령이 국회 본청에 들어오자 구호 제창 대신 침묵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의장실에서 이뤄진 사전 환담에도 불참했다. 

윤 대통령은 김진표 국회의장과 사전 환담을 마친 후 본회의장에 들어와 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의 본회의장 입장 전 김 의장은 "오늘 연설을 계기로 국회와 정부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밀도 있고 원만하게 진행함으로써 민생경제가 조속히 안정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의원들도 연설을 경청해주시기 바란다"고 모두발언을 통해 당부헀으나,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불참으로 그의 당부도 빛이 바랬다. 

연설을 마친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퇴장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사전 환담에서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른바 북미 순방외교 도중 발생한 '이XX' 발언 논란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자 "사과할 만한 일이 없었다"며 이를 거부했다고 환담 참석자들이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사진에 보이는 빈 의석이 민주당 의원들의 자리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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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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