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가 던진 불씨, 경제당국이 부랴부랴 진화…"모든 지자체 매입보증 확약"

정부·한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개최…레고랜드가 촉발한 채권시장 불안에 50조 투입키로

강원도의 보증채무 미이행으로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 불안이 커진 가운데, 경제당국 수장인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모든 지자체가 보증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여당 소속인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일으킨 파장에 대한 사후 대응인 셈이다. 정부는 한편 채권시장에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오후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등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연 뒤 "부동산 프로젝트펀드(PF) 시장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지자체 보증 ABCP에 대해서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확약드린다"고 강조했다.

시선은 추 부총리의 발언 중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한 데 쏠렸다. 이는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도가 ABCP에 대한 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신용 경색상황에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앞서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28일 강원도는 보증 의무 이행 능력이 없다며 레고랜드 건설사인 강원도 중도개발공사(GJC)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앙정부와 동급의 높은 신용도를 가진 것으로 간주되던 지방정부가 사실상 채무 불이행 선언을 한 것으로, 시장에 막대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여겨졌다. 

김 지사는 결국 지난 21일 "늦어도 내년 1월 29일까지 GJC 변제불능으로 인한 보증채무를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채권시장의 불안은 치솟을 대로 치솟은 후였다. (☞관련기사 : 김진태가 쏘아올린 공…강원 레고랜드 부도 사태, 금융권 뒤흔든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부총리는 이같은 '보증 확약' 선언과 함께 "최근의 회사채 시장·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 원 플러스 알파' 규모로 확대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가동하는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 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 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 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 원 등이다.

다만 증권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시장금리 이상의 금리를 적용하고 익스포저 규모, 차환 필요시기 등 증권사 여력과 자금 수요 긴급성을 따져 유동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시장안정방안은 ABCP를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것에 대한 미시조치라서 거시 통화정책 운영에 관한 전제 조건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행정안전부도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13개 지방자치단체의 보증채무 이행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원도 등 2개 광역 지자체와 충북 충주·음성 등 11개 기초 지자체는 보증채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행안부는 지자체가 채무를 보증한 사업의 추진 상황을 분기별로 점검하고 사업을 지연하는 규제를 발굴해 관계기관과 함께 해소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위기 대응에 손 놓은 윤석열 정부는 사과하라"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의 위기 상황을 '시장실패'가 아닌 '국민의힘 실패'로 규정한다"며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윤석열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위원회는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9월 28일 레고랜드 사업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10월 21일 다시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번복했다"며 "경제에 무지한 단체장이 오직 정치적 목적으로 전임자 흠집내기에 나섰다가, 아무런 실익도 얻지 못하고 국가 경제에 중대한 피해만 입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지자체의 지급보증을 일거에 철회한 김진태 지사의 경거망동은 대내외 여건으로 인해 가뜩이나 위축된 자금조달시장에 불신의 망령을 들게 하였다"고 강하게 힐난했다.

위원회는 "무지와 탐욕으로 트리거를 자초한 김진태 지사보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자가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금융시장이 한 달 전부터 위험 신호를 보내왔음에도 야당 탄압에나 몰두하느라 위기를 수수방관한 대통령이 화마를 키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정부가 내놓은 대안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며 평가절하했다. 이들은 "당국이 제시한 채안펀드 1조 6천억 원은 사태 진압에 기별도 가지 않는 수준:이라며 "지난 한 달 새 투자자들이 환매하고 떠난 회사채 펀드 설정액만 1조 7천억 원이며, 대규모 펀드런 발생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안일한 대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채권시장의 생명과도 같은 '신뢰'를 무너뜨리고 경제위기 트리거를 자초한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국민께 공개 사과하라. 또한 채무를 언제까지 어떻게 상환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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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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