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또 한국 핵무장론을 들고 나왔다. 과거 홍준표 대표가 이끈 자유한국당 시절과 마찬가지로 현실성이 희박한 주장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안보 불안 심리를 파고들려는 것은 집권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SNS에 쓴 글에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에 의해 휴지조각이 됐다"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보수정부인 노태우 정부의 유산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플루토늄·우라늄 핵폭탄을 핵무기고에 쟁여놓고,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보유했다"며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의 한쪽 당사자인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대한민국을 겨냥한 전술핵 운용부대의 실전훈련까지 하고 있다. 우리만 30여 년 전의 남북간 비핵화 공동선언에 스스로 손발을 묶어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북이 약속을 어기고 핵개발한 순간부터 이미 비핵화 공동선언은 폐기된 것"이라며 "우리만 지금 전술핵을 다 물리치고 핵 없는나라가 됐지만, 북한은 정반대로 핵개발하고 핵 고도화하고 핵무장 완성했다. 더 이상 그 선언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당연히 그것은 폐기돼야 마땅하고, 이미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그는 다만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서는 "바로 그거랑 연결짓는건 좀 무리라고 생각한다. NPT(비확산)체제를 우리가 쉽게 어겨서 넘길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 올해 초까지 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도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도 우리를 지키기 위한 자위적 수단을 강구해야 된다. 핵에 대해서 다른 비대칭적 무기인 재래식 무기로는 이길 수가 없으니 결국 우리 스스로도 핵 능력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며 "나토 방식으로 핵 공유를 할 것이냐? 아니면 전술핵의 재배치, 그러니까 미국이 갖고 있는 전술핵의 우리 대한민국 재배치를 요구할 것이냐? 아니면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할 것이냐? (이런) 여러 가지 단계도 있지만 저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핵무장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가지고 가야 된다. 그래야 우리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가 가령 핵무장을 어떤 방식으로 하든지 국제질서에서 과연 그것이 쉽게 받아들여지겠느냐? 또 우리가 거기에 대해서 국제질서를 거부했을 경우에 오는 경제적 충격은 얼마나 클 것이냐? 그런 우려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범 사태를 보면서 자국의 방위 능력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에 얼마나 그 나라와 국민들이 비참해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을 아주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중진들의 이같은 주장은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밝힌 입장과도 상이하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에 '담대한 구상이 북한 비핵화에 유효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비핵화는 30년간, 1990년대 초반부터 우리도 전술핵 철수하고 한반도 전체 비핵화 차원에서 추진됐는데 북한이 꾸준히 (핵을) 개발하며 고도화해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세계를 핵으로 위협하고 있다"면서 "핵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까지 했다. '핵을 통해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말은 국민의힘 내부의 핵무장론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기에 대해 수없이 얘기를 드렸고, 대통령으로서 이렇다 저렇다 공개 입장 표명을 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작년 10월 11일 TV토론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는 얼핏 보면 핵 안보를 강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북한을 핵 강대국화시키고 (북핵 협상이)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이 되도록 하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그건 아니다'(라고 한다)"며 "핵공유나 남한 미군기지에 (미국) 핵무기를 배치했다고 치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다 풀어줘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게 바로 그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후 미 CNN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은 일축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