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세계 자유·평화 위협"

유엔총회 연설서 "어느 국가 자유 위협 받을 때 국제사회 연대해야"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시작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복합 위기에 관한 해법으로 '자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의 연대를 통한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이번 유엔총회는 코로나19로 인해 화상 연설회의 방식으로 변경됐던 2020~2021년과 달리, 2019년 이후 3년 만에 회원국 정상들이 유엔 본부에 직접 참석해 대면하는 외교무대로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유엔총회 중심 주제가 '분수령의 시점'으로 명명된 만큼, 우크라이나 사태로 야기된 전세계적 안보·경제 위기가 초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회원국 정상 가운데 10번째로 연단에 선 윤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유엔 시스템과 보편적인 국제 규범 체계가 과연 유용한 것인지에 관하여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위기는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확고한 연대의 정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연대의 정신에 입각한 유엔의 시스템과 그동안 보편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아온 규범 체계가 더욱 강력하게 지지돼야 한다"며 "유엔 시스템과 보편적 규범 체계에 등을 돌리고 이탈하게 된다면 국제사회는 블록화되고 그 위기와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염두에 둔 듯 "한 국가 내에서 어느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대해서 그 위협을 제거하고 자유를 지켜야 하듯이 국제사회에서도 어느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하여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또한 "오늘날 국제사회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과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 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국제질서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지목하는 한편, 핵실험이 임박한 북한을 향해서도 우회적인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은 유엔과 국제사회가 그동안 축적해온 보편적 국제 규범 체계를 강력히 지지하고 연대함으로써 극복해 나가야 한다"며 미국 주도의 '가치 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출발점은 우리가 그동안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축적해온 국제 규범 체계와 유엔 시스템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어 "진정한 자유와 평화는 질병과 기아로부터의 자유, 문맹으로부터의 자유, 에너지와 문화의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면서 '기여 외교'에 관한 유엔의 폭넓은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또한 팬데믹, 탈탄소, 디지털 기술 격차 해소를 각각 언급하며 개도국에 대한 유엔과 선도국들의 기술 공유와 전수, 투자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최근 긴축 재정에도 불구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ODA 예산을 늘렸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확대가 지속 가능한 번영의 기반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어려운 나라에 대한 지원은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또한 "대한민국은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ACT-A 이니셔티브(코로나19 대응 국제 협력 이니셔티브)에 3억 달러, 세계은행의 금융중개기금에 3천만 달러를 공약하는 등 글로벌 보건 체계 강화를 위한 기여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며 "글로벌 감염병 대응이라는 인류 공동과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글로벌펀드에 대한 기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했다.

아울러 "기후 변화 문제에 관해서도 대한민국은 그린 ODA(공적개발원조)를 확대하고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도울 것이며 혁신적 녹색기술을 모든 인류와 공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자정부 디지털 기술을 개도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 이전하고 공유해 왔다"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더 많이 공유하고 지원과 교육 투자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시작된 유엔총회 일반토의는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대신해 참석한 왕이 외교부장은 24일에, 북한은 26일에 연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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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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