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높이 최고치 기록…'힌남노' 같은 태풍 더 세지고 더 잦아진다

[초록發光] '일상'이 된 기후위기, 기후정의 '행동'에 나서자

기후위기를 가름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온실가스 농도와 해수면 높이가 지난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4.7ppm을 기록해 2020년보다 2.3ppm 증가했다. 해수면 높이는 인공위성을 활용한 관측이 시작된 1993년 평균 수위보다 97mm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0년보다 4.9㎜ 상승한 것으로, 10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양 열 함량도 계속해서 증가해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태풍이나 허리케인 같은 열대성 폭풍은 97차례 발생했다. 그 중 슈퍼 태풍 라이로 인한 재산 피해는 10억달러(약 1조3500억 원)에 달했고 사망자만 400명에 이르면서 필리핀 역사상 세 번째로 큰 피해로 기록됐다. 허리케인 이다가 입힌 재산 피해는 75억달러(약 10조 원)로 1980년 이래 다섯 번째로 큰 피해였다.

올해 들어서도 역대급 폭우와 폭염, 사상 최악의 가뭄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석 달째 이어진 강우로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최악의 홍수로 1200여명이 사망했고, 약 3300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깨끗한 물을 구하기 어려워 홍수로 범람한 물을 마실 수밖에 없는 이재민들은 이질·콜레라 같은 수인성 질병에 노출돼있는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파키스탄 홍수를 최고 수준의 비상사태로 설정했다.

올해 여름 전 세계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미국 북서부 지역은 평년보다 10도가량 높은 고온이 지속됐고, 유럽에서는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이 이른 더위를 맞았으며, 영국에서는 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40도를 넘어섰다. 아시아는 중국에서 폭염이 한 달 이상 지속됐고, 일본에서도 오전 기온이 40도를 상회하고 최고 기온이 50도에 육박하기도 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지역에서의 기록적인 폭염은 가뭄으로 이어지고 발전소와 공장을 멈춰 세웠다. 중국은 1961년 이후 최악의 폭염과 가뭄으로 전력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장을 멈추는 등 피해가 컸다. 전체 전력의 약 80%를 수력 발전에서 생산하고 있는 중국 쓰촨성은 최근 가뭄으로 댐이 말라 전력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 제조업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유럽에서도 기록적인 폭염으로 라인강, 다뉴브강, 포강 등 주요 하천이 마르면서 운송, 산업, 에너지 등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독일에서는 폭염과 가뭄으로 라인강 수위가 평균 이하로 낮아지면서 물류 운송에 차질을 빚었다. 전력 생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7월 기준 유럽 전체 수력 발전량은 1년 전보다 20% 감소했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수력 발전량이 40% 넘게 감소했다. 전력 생산의 70%를 원자력발전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총 56개 원자로 중 절반을 가동 중단했다. 가뭄과 수온 상승 등으로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 한국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8월 8일 서울의 강수량은 381.5㎜였다. 하루 동안 내린 비로는 기상관측 사상 최대치였다. 비상 상황에 대한 초동 대처 미흡과 배수 관리 미비 등이 더해지면서 극심한 호우 피해를 입었다. 전국적으로 사망 14명, 실종 6명, 부상 26명, 이재민 2873명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장마의 시기와 장마 이후의 무더위 등 오랜 날씨 법칙이 깨지고 예측 불가능한 기후위기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했다.

세계적으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기후변화 관련 소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해 각국 정부에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이제는 화석연료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후소송도 늘어나고 있다. 

런던정경대 그래덤 기후변화·환경연구소의 집계에 따르면 23일 현재 세계 각국과 국제법정 등에서 제기된 기후소송은 2089건에 이른다. 이 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기후변화 소송 국제 동향 2022' 보고서를 보면, 2015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제기된 소송 건수만 1200여건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4건의 기후소송이 진행 중이다.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청소년기후소송', 같은 해 11월 청소년 2명이 제기한 기후소송, 지난해 10월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 등 123명이 낸 기후소송, 그리고 올해 6월 태아를 포함한 어린아이 62명 낸 '아기기후소송' 등이다. 4건 모두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법 기본법)'과 시행령 등에 규정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시민과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이다.

탄소중립 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 유엔환경계획(UNEP)이 분석한 결과,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보다 7배 이상 더 감축해야 한다. 또한 국제기후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AT)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사회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에 '매우 불충분한' 국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 건설사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실무안에도 강릉과 삼척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과 운영이 반영돼 있다. 이에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석탄발전소 건설사업의 취소를 위한 법제화 요구가 시작되었다. 탈석탄법 입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는 국회에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한 국민동의청원은 9월 한 달간 진행된다.

9월 24일에는 '924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된다.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슬로건으로 서울 광화문에 '기후시민'들이 모일 예정이다. 이들은 "재난과 위기는 우리에게 두려움과 절망을 안겨주지만 '기후정의'는 기후재난을 겪는 세계를 함께 헤쳐나갈 방향이자 대안"이라며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있는 자본 권력에 적정한 책임을 부과하고, 정부가 불평등한 체제를 종식하도록 하는 기후정의행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무사히 지나가길 바란다. 태풍은 우리에게 두려움과 절망을 안겨주지만, 태풍이 지나간 자리로부터 기후위기에 공감하고 기후정의를 실현하기를 갈망하는 시민들이 모여 기후정의를 외치며 함께 행동하길 기대한다.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간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옆 공장 지반이 유실되면서 건물이 하천 쪽으로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