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소환 통보에 대해 "말 꼬투리 하나 잡았다"며 비판적 입장을 내놓았다. 민주당 의원들도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정부와 검찰을 규탄하고 나섰다. 당 지도부나 친(親)이재명계에 속하지 않은 의원들까지 비판 발언에 동참하며 모처럼 당도 한 목소리를 냈다.
이 대표는 2일 오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아주 오랜 시간을 경찰‧검찰을 총동원해가지고 이재명 잡아보겠다고 하셨는데 결국 말 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고 했다. 관련 언급을 아껴왔던 이 대표가 검찰 발표 하루 만에 첫 유감 표명을 내놓은 것이다.
이어 "국민들께서 맡긴 권력을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만들고 민생을 챙기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써야지 이렇게 먼지털이하듯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거 가지고 꼬투리 잡고, (이런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 말을 꼭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는 정부와 검찰을 향한 성토회장을 방불케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정이 아니라 사정이 목적이었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속내가 명백해졌다"면서 "야당 대표를 상대로 맞을 때까지 때리겠다는 정치 검찰의 두더지 잡기식 수사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치 검찰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호위무사를 동원해 제1야당 대표를 소환하겠다는 사상 초유의 일을 정기국회 첫날 발표했다. 이 대표가 직을 맡은 지 불과 나흘만"이라며 "대통령실부터 믿을 수 있는 검찰 측근으로 가득 채우고, 정부 온갖 곳에 검찰 출신을 꽂아 넣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듭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민생 경제는 뒷전인 채 전 정부와 야당 인사에 대한 표적 수사만 넓혀 왔다. 전 정부 먼지털기식 사정 정국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급기야 야당 대표를 소환하려는 만행까지 저질렀다"며 "윤 정부가 정치 보복을 위한 검찰 공화국에만 몰두한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정감사 답변과 언론 인터뷰 내용을 놓고 더구나 사실관계가 확인된 발언을 문제 삼아 야당 대표를 소환하겠다는 건 명백한 정치 탄압"이라며 "대통령 부인 주가조작·논문표절, 사적 채용, 수주 특혜, 대통령 취임식 문제 인사 초청과 고가 보석 신고 누락 등 살아있는 권력을 둘러싼 차고 넘치는 의혹에는 눈 감으면서 정치 보복에 혈안이 된 검찰 공화국에 국민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자신과 불과 몇 달 전 경쟁했던 대선 후보를 선거법으로 기소하려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우리는 앞두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권은 참 나쁜 정권이다. 윤 대통령,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정 최고위원은 "수 없이 털었던 먼지도 나오지 않으니까 선거법으로 기소하는 야비한 정치 보복 야당 탄압 자행하고 있다"면서 "주의 주장과 생각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처음이다. 이것은 이재명 당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 전체 문제이고 또 진보 민주 개혁 진영에 대한 도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동단결해서 반드시 싸워 이기겠다"고 밝혔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가 소환일로 발표된 6일은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여부 결과가 발표되는 것으로 예고된 날이다, 왜 하필이면 같은 날인지 모르겠다"면서 "김건희 여사를 살리고자 하는 행동들이 계속 보이고 있는데, 애꿎은 대통령실의 많은 직원을 잘라내고 압수수색을 통해 탄압하는 것은 물론 야당 대표 무리하게 흔들어대는 것을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검찰의 소환 통보가 알려진 전날부터도 당 내 다수 의원의 규탄이 이어졌다. 친명(親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전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명백한 정치탄압이고 정치보복이며 검찰의 노골적인 정치 개입"이라면서 "서면 조사로도 충분한 정도의 것을 갖고 정기국회 첫날 소환장을 보낸다는 것은 협치는 말장난이고 야당 대표를 망신주고 야당의 반발을 유도해 발목잡기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야당의 내부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친문계 중진 김태년 의원도 "윤석열 정권,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일단 소환부터 해서 망신이라도 주겠다는 속내가 졸렬하기 짝이 없다. 마구잡이 기소로 다수야당의 두 손 두 발을 묶을 심산인가. 그러면 바닥에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열하고 졸렬한 무신 정권의 정치보복 이제 그만 하라. 대한민국 국민의 민도는 세계최고 수준"이라며 "국민 눈치조자 보지 않는 저열하고 추잡한 짓은 반드시 대통령의 위상을 시정잡배 수준으로 추락시키고야 말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전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오는 6일로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 지사로 재직하던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이 국토부의 '협박' 때문에 이뤄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은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이 대표를 고발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출석 여부에 대해 박성준 대변인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면서도 "불출석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연기하거나, 서면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날 당 법률위원장으로 임명된 양부남 의원은 출석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소환 필요성이 전혀 없다. 현재 당 대표께서 했던 모든 말이 녹음 돼 있어서 서면 조사로 끝낼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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