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준석 가처분 일부 인용…주호영 직무집행 정지

法 "절차상 하자 없으나 '비상상황'이라 보기 어려워"…與, 또 격랑 예고

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소속 당 및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에 대해 사실상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직무 집행이 정지됐다.

특히 법원은 이번 결정문에서 이례적으로 "외부적인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기보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판시해 주목을 끌었다. 법원 결정에 따라 국민의힘은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됐다.

법원 "국민의힘, 비대위 설치해야 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6일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사건 결정문에서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채무자 주호영은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그 이유에 대해 "채무자 국민의힘 당헌 제96조에 따르면, 전국위원회가 비상대책위원장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비상상황이 발생해야 하고, 비상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는 의무가 아닌 선택인데,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되는 경우 당원과 국민에 의해 선출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이 그 지위와 권한을 상실하게 된다"며 "그러므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및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요건인 '비상상황'은 엄격하게 해석해 당 대표 또는 최고위원회의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게 되고 당헌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위 기능을 회복할 수 없거나 회복이 매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 취지를 종합해 알 수 있는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 국민의힘에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해야 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정당 내부의 사정에 대해서는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없는 한 행정소송법의 '사정판결'과 마찬가지로 정당 자체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온 기존 판결 방침에서 벗어나, 국민의힘이 현재 '비상 상황'에 처했는지 아닌지를 다투는 실체적 부분에 대해 법원이 적극적 판단을 내린 것이어서 주목된다.

법원은 그와 관련해 "정당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전제인 자유롭고 공개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되나, 정당의 활동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고, 정당은 정치적 조직체인 탓에 그 내부조직에서 형성되는 과두적, 권위주의적 지배경영을 배제하여 민주적 내부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 규제가 불가피하게 요구된다"는 대법원 판례(2021. 12. 30. 선고)를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이어 "헌법 제8조 제2항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정당법 제29조는 '정당이 민주적인 내부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 및 집행기관을 가져야 하고 위 기관의 조직·권한 그 밖의 사항에 관해 당헌으로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정당의 대의기관이 당헌에 따라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 민주적이어야 하고, 민주적 내부질서 유지와 당원의 총의를 반영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정당 대의기관의 권한 행사가 내재적 한계를 일탈했는지 여부는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국민의힘의 비대위 전환 결정이 이같은 '내재적 한계'를 일탈한 이유에 대해 "채무자들(국민의힘 및 주 비대위원장)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당헌 제96조 제1항이 예시적 규정이라 하더라도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당 대표가 궐위된 경우 또는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된 경우'에 준하는 사유가 발생해야 하고, 여기서 '준하는 사유'라 함은 당 대표 궐위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상실과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일이 발생해 당의 의사결정 등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이 사건 상임전국위 의결에서 들고 있는 사유인 '당 대표 6개월간 사고'는 당 대표의 직무수행이 6개월간 정지되는 것에 불과해 당 대표 궐위에 해당하지 않음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고,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서 당 대표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 당을 대표하는 의사결정에 지장이 없으므로 당 대표 궐위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실제로 당 대표 직무대행 권성동이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고, 당헌 개정안을 공고하고,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당 대표 직무 수행에 아무런 장애가 발생한 바 없다"고 실례를 들었다.

법원은 '비상 상황'이라는 또 다른 근거인 '최고위원회의 정원의 과반수 이상 사퇴'에 대해서도 "최고위원 중 일부가 사퇴하더라도 남은 최고위원들로 최고위원회의 운영이 가능하므로 최고위원회의 정원의 과반수 이상 사퇴로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된다고 볼 수 없다"는 점, "일부 최고위원의 사퇴로 최고위원회의가 정원 9명의 과반수를 채우지 못하게 되더라도 당헌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할 수 있는데, 이 사건 상임전국위 의결 당시 사퇴하거나 사퇴 의사를 표명한 최고위원은 4명이므로 전국위원회에서 1명만 선출하면 위 사유가 해소될 수 있다"는 점, "설령 당 대표 6개월간 사고와 최고위원회의 정원의 과반수 이상 사퇴의사 표명이 비상상황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 당 대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 선출로 최고위원회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으므로 그 해소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설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이유가 없다고 봤다.

법원은 국민의힘 측이 "정당의 자율성 원칙에 비추어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 사건 상임전국위 의결 및 전국위 의결은 정당 활동의 자율성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정당이 그 활동에 있어서 자율성을 가진다 하더라도 당원의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정당민주주의 원칙과 민주적 내부질서를 해하는 경우까지 허용된다고 할 수 없다"며 "통상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 사이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져 왔고, 이러한 경우에는 이에 관한 당원의 총의를 추정할 수 있어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 할 수 없으나, 비대위 설치에 관해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의 사이 및 최고위원들 사이에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에는 비상대책위원회 설치가 당원의 총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에 비례해 구성된 당 기구 사이의 민주적 내부질서를 해할 수 있어 허용될 수 없다"고 결정했다.

특히 법원은 "전국위는 당원 중 1000인 이내로, 상임전국위원회는 50인 이내로 구성돼, 1만 인 이내로 구성되는 전당대회에 비해 민주적 정당성이 작다고 할 수 있는데,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의 의결로 수십 만 당원과 일반 국민에 의해 선출되고 전당대회에서 지명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키는 것은 정당의 민주적 내부질서에 반한다"며 "경위를 살펴보면 당 기구의 기능 상실을 가져올 만한 외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기 보다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채무자 국민의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 이는 지도체제를 구성에 참여한 당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써 정당민주주의에 반한다"고까지 했다.

법원은 "이 사건 전국위 의결 중 비상대책위원장 결의 부분은 당헌 제96조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당헌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정당의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및 '민주적인 내부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당원의 총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기관 및 집행기관을 가져야 한다'는 정당법에도 위반되므로 무효"라고 결정했다.

법원은 다만 이 전 대표가 주장한 절차상 하자 주장에 대해서는 "상임전국위 의결에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설령 이 사건 최고위 의결이 무효라 하더라도 이 사건 상임전국위 의결에 따라 소집된 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채권자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물리쳤다.

또 전국위 의결이 ARS 투표료 이뤄져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 전 대표 측 주장에 대해서도 "ARS 전화투표는 통화자가 휴대전화를 통해 직접 안건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서면에 의한 결의' 또는 '대리인에 의한 결의'라고 할 수 없어 정당법 규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한편 이 전 대표의 가처분신청 중 주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부분에 대해서는 채무자 적격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자료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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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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