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시민단체 "반지하 없애기, 가능한 지는 따져 봤나"

주거시민단체 22일 기자회견 … "근본적인 대책은 공공임대주택 확대"

주거시민단체들이 폭우로 반지하 등에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주거취약계층이 겪는 재난 위험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반지하 완전 폐쇄' 주장을 비판하며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주거복지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와 주거권네트워크, '불평등이재난이다' 재난불평등추모행동, 용산정비창공대위 등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폭우참사 희생자 추모 주거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에 종부세 감면, 세율 인하 등을 예고했"다며 현 정부 성향상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재원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정부 기조와 반대로 "취약계층에 대한 중앙정부 주거복지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폭우로 인해 희생된 이들의 죽음을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이자 '재난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회적 참사'로 규정했다. 앞서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살던 40대 발달장애인 홍아무개씨 등 일가족 3명이 폭우로 고립돼 집 안에서 숨졌다. 같은 날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도 침수된 반지하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사망했다.

▲12일 오후 집중호우로 발달장애 가족의 참변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반지하에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서울시의회 앞에서 주거시민단체들이 '반지하 SOS: 재난에 잠기지 않는 집에 살 권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프레시안(박정연)


참사 후속 대책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 주택 퇴출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진실성이 있느냐고 시민단체들은 지적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은 "반지하, 지하집을 무조건 없앤다는 단순한 발표로 주거취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상식적으로 현재 지하층의 보증금이나 월세를 가지고 지상으로 주거상향을 할 수가 없다"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반지하 완전 폐쇄' 주장을 반박했다.

이 같은 비판 여론이 커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8일 "충분한 기간을 두고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이라며 "금지, 퇴출 이러다 보니 거주하는 분들을 퇴출하는 듯한 거부감이 생기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부집행위원장은 "사람들이 돈 벌 수 있는 도시와 가까운, 그러면서 저렴한 곳을 찾다보니 (집값이 비싼) 수도권에만 (전국) 반지하의 95%가 넘게 몰렸다"며 "결국 도시와 멀리 떨어져있는 외곽에 공공임대주택을 짓는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것)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안으로 매입임대주택 확대를 제안했다. 매입임대주택은 서울주택공사(SH)와 LH가 민간주택을 매입하여 취약계층에 임대해주는 정책이다. 그는 "그런데 SH는 매입임대 예산이 없어서 공급을 축소하겠다고 한다"며 "공공임대를 확대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데 김헌동 사장은 대놓고 매입임대가 손해나서 못하겠다고 하니 굉장히 분노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혜미 용산정비창 공대위 활동가는 "(오세훈 시장의) 반지하 없애기 진정성은 서울시에 한토막 남은 공공택지인 용산 정비창 기지를 다루는 방안에서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폭우 참사에도 내놓은 답안지는 실패한 개발정책들 뿐"이라고 질타했다. 용산정비창 일대 약 50만㎡에 달하는 공공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김 활동가는 "목조르는 집값과 빚더미에,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 눈물과 핏물이 되는 지경"이라며 "불평등의 사회에서 신음하는 서울시민의 삶을 대체 누가 지켜주겠나. 서울 시민을 위한 정치를 진심으로 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반지하 주택을 대체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윤석열 정부 임기 내 2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 10% 이상으로 확대 △SH공사의 매입임대 후퇴 계획 철회 △주거빈곤 중심 공공임대주택 공급 우선순위 재설정 △용산정비창 등 도심 내 공공택지 민간 매각 중단 및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비율 상향 등을 포함한 10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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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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