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밤'…"파리협정 미준수 땐 해수면 5m 상승"

7월 평균 최저기온 1885년 이후 최고…"세계 최대 남극 동부빙상 운명 '우리 손에' 달렸다"

지난달 지구온난화가 배후로 지목되는 폭염이 덮치며 미국인들이 1885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무더운 밤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파리협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남극 동부 세계 최대 빙상이 녹아 2500년엔 해수면이 5m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하와이 등 해외에 위치한 주와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 48개주 전역의 야간 평균 최저기온이 17.53도로 1885년 관측 시작 이래 가장 높았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직전 기록인 2012년 7월의 17.52도를 넘어선 것이다. 7월 평균 기온은 24.68도로 1936년 7월과 2012년 7월에 이어 세 번째로 더웠다. 7월 텍사스의 일일 최고기온 평균이 37.88도에 달하는 등 기후변화가 배후로 지목되는 폭염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지만 낮기온보다 밤기온 상승 속도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남부와 서부의 거의 모든 지역이 평균보다 훨씬 더운 밤을 경험했다. 남부 텍사스주 갤버스턴의 경우 지난달 최저기온이 30도에 달하는 밤이 지속되며 한 달 중 24일이나 일일 최저기온 최고치를 새로 썼다. 콜로라도의 7월 평균 최저기온은 13.27도로 1954년 7월(13.11도) 이후 가장 높았고 뉴멕시코(16.66도)의 경우도 2011년 7월(16.44도) 이후 가장 높은 평균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은 무더운 밤이 낮 동안 이어진 폭염에서 회복할 시간을 빼앗아 시민들의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특히 고령층, 기저질환자,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며 냉방기구가 부족한 저소득층에게도 마찬가지다.

무더운 밤은 에어컨 가동 수요를 증가시킨다. <워싱턴포스트>는 7월 텍사스의 일일 최고 전략 사용량 기록이 깨졌다고 보도했다. 클라이밋 센트럴은 에어컨 사용이 느는 것이 단지 연료값을 많이 무는 문제가 아니라 에어컨을 가동할 전력이 화석연료에서 나올 경우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미국은 밤낮으로 이어진 폭염 외에도 심각한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덮치는 이상기후를 경험했다. 본토의 절반 이상이 가뭄에 시달리는 한편 켄터키주 등에는 폭우가 쏟아져 돌발 홍수가 발생하며 최소 37명이 숨지기도 했다.

한편 10일 과학전문학술지 <네이처>에 2015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약속한 파리협정의 목표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지구상에서 가장 큰 빙상인 남극대륙 동부빙상(EAIS)이 더 빨리 녹아 2500년엔 해수면이 5m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파리협정에서 당사국들은 지구 표명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구진은 파리협정을 준수할 경우 2500년까지 EAIS가 해수면을 0.5m 상승시킬 것이지만, 협정이 준수되지 않고 계속해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2300년에는 3m, 2500년에서 5m까지 해수면이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가디언>은 연구를 이끈 크리스 스토크스 영국 더럼대 지리학 교수가 "EAIS의 운명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며 "이 방상은 세계에서 가장 크며 우리가 이 '잠자는 거인'을 깨우지 않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는 남극 동부빙상이 서부나 그린란드보다 기후변화에 덜 취약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우리는 이미 몇몇 지역에서 얼음이 소실되고 있는 징후가 보이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6일(현지시각) 스위스  알프스 산맥 빙하가 녹아 흐르는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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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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