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안 하니 시민들이 에어컨 설치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싸운다 – 쿠팡을 바꾸기 위한 쿠팡물류센터노동자 투쟁이야기] ④정동헌 쿠팡물류센터지회 동탄센터 분회장

사람이 아닌 물건만을 위해 설계된 쿠팡물류센터에는 냉난방 설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마땅한 휴게시간도, 휴게공간도 없이 로켓배송을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다녀야 하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등에는 날마다 소금꽃이 한가마니씩 피어납니다.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쓰러져 죽어간 노동자만 2020년 이래 10명.

이렇게는 못살겠다고, 노동조합을 만들고, 쿠팡에 노동자를 존중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쿠팡은 묵묵부답. 그리고 돌아온 것은 조합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간부들에 대한 잇다른 해고였습니다. 결국 쿠팡 대표이사를 직접 만나기 위해 노동자들은 본사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폭염에 맞선 '에어컨 설치투쟁'을 하기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덥고 습한 장마철의 꿉꿉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는 밤낮 할 것 없이 평균 30도가 넘어가고 습도가 50%가 넘는 찜통 같은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장마가 끝나고 시작될 본격적인 폭염이 더 걱정이다. 노동자들은 작업 현장에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몇 대와 회사에서 지급해주는 얼음물 한~두개로 버텨야 한다. 옷에는 소금꽃이 피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휴게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센터별로 상이한데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동탄 물류센터는 8~9시간 근무에 식사시간 50분과 휴게시간 20분(무급10분+유급10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5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열사병 예방 이행 가이드'에 실내 작업장에도 적용될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된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5분~15분의 휴게시간이 추가로 주어지고 있다고 한다.

쿠팡이 노조가 요구하는 폭염대책 마련 없이 올여름도 어물쩡거리며 넘어가는 동안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7월에만 3명의 노동자가 119에 실려 갔다. 인천의 경우 인천1 물류센터 점심시간 60분, 인천4 물류센터 점심시간 70분 외에 일하는 중에 휴게시간이 없다가 최근 정부의 폭염대책에 따라 현장 체감온도 33도가 넘으면 15분의 휴게시간을 주고 있다.

▲7월7일 인천4센터 4층 온,습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23일 '에어컨 없는 쿠팡에 시원함을 부탁해! 에어컨 로켓 배송 도보행진단' 도보행진 목적지였던 동탄센터 도착해서 에어컨설치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6월 23일 노조가 쿠팡 본사 로비 점거농성을 시작할 즈음 쿠팡은 폭염대책을 완벽하게 준비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얼음물 200만개, 아이스크림 100만개, 선풍기와 에어 서큘레이터 등의 장비들을 충원하여 올 여름을 나겠다는 내용이었다.

기가 차다 못해 분노가 치밀었다. 현장에서 얼음물 한~두개 주고, 아이스크림 몇 개에 그나마 있는 선풍기 및 에어 서큘레이터도 찾아다녀야 하는 현실을 폭염대책이랍시고 떵떵거리며 자랑하는 쿠팡의 뻔뻔함에 화가 났다.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실질적인 폭염대책 마련과 유급휴게시간 보장에 쿠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노동조합의 주장에 변명하고 반박하기에 급급한 사이 쿠팡 물류센터 현장의 노동자들은 더위에 지쳐 쓰러져 가고 있다.

쿠팡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하는 에어컨 설치는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있는 노동자들의 당연한 요구이고 인권의 문제이다. 쿠팡은 이러한 노조의 주장들을 깎아내릴 시간에 현장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폭염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그 시작은 찜통 같은 물류센터 현장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충분하게 쉴 수 있는 유급휴게시간의 보장이다.

쿠팡이 에어컨을 설치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들이 직접 설치하겠다. 더위에 지쳐 쓰러져가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바람을 선물하려고 한다. 우리들의 현장을 우리들의 손으로 직접 바꾸려 한다. 7월 20일 쿠팡 잠실 본사를 출발하여 7월 23일 쿠팡 동탄센터에 도착하는 일정의 도보행진을 진행했다. 많은 다른 노동자와 시민들이 연대했다. 3박4일 도보행진동안 우리들과 함께한 로켓에어컨도 무사히 도착했고 가열찬 투쟁으로 쿠팡 동탄센터에 에어컨을 전달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에어컨 없는 쿠팡에 시원함을 부탁해! 에어컨 로켓 배송 도보행진단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실제로 에어컨을 설치한 건 아니지만 될 때까지 뭐든 시도하고 요구하고 싸울 것이다. 폭염에 지쳐있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퇴근하는 출구를 바꾸고 셔틀버스 시간을 당긴 사측의 방해공작(?)으로 많은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였지만 우리들의 목소리 분명 전달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담이지만 23일 쿠팡 동탄센터 집회 직후 사측과 용역들에 의해 쿠팡 잠실 본사 농성장은 침탈당했다. 쿠팡 측에서 도보행진을 시작할 때 아무 내용도 없는 안을 선심 쓰듯 던져주어 노동조합이 단호히 거절하자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일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쿠팡이 탄압하면 할수록 우리들의 투쟁은 더 활활 타오를 것이다. 끝나지 않은 쿠팡 자본에 맞선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싸움에 많은 연대와 관심 지지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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