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정부와 경찰의 갈등 정도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에게 대기발령 조처를 하며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이번엔 경감, 경위 등 중간, 초급 간부들이 경찰국 신설 관련 회의를 개최하기로 나서는 등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경찰대 14기)은 24일 경찰 내부망을 통해 30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감, 경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현장팀장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팀장회의에서는 경찰국 신설의 정당성과 전국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에 대한 징계와 감찰의 정당성이 논의될 계획이다. 김 경감은 지난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와 같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참석을 병행하고 동참 의사 화환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경감은 류 총경의 대기발령 조처를 두고 "자신을 버려가며 올바른 행동을 하는 훌륭한 지휘관들을 잃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자신의 이익에 눈 먼 충견 지휘관들 밑에서 정권의 하수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경감)도 25일 오전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30일 오후 2시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에서 열리는 전국팀장회의에 전국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이 참석하는 것을 제안한다"며 "저부터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장은 "혼자 받는 대기발령보다 같이 (징계를) 받으면 덜 외롭다"며 "경찰청은 우리 동료인 감찰이나 정보기능 인력을 동원하지 말고 제가 먼저 자수하니 이 글을 근거로 (징계) 조치하시면 쿨하게 받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찰국 신설에 사실상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대기발령 내린 후폭풍이 거센 셈이다.
여기에다 경찰 직장협의회 회장단은 25일부터 29일까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서울역에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대국민 홍보전을 열 뿐만 아니라,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국회 입법 청원 온라인 서명 운동도 할 계획이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는 류 총경의 대기발령을 비판하는 1인 시위도 열린다.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지부와 한국노총 경찰청주무관노조도 25일부터 29일까지 주요 KTX 역사에서 대국민 홍보전을 연다는 방침이다.
경찰 내부의 강한 반발에도 윤석열 정부는 경찰국 신설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4일 입수한 '행안부·법제처 간 입법예고 단축 사유서 및 확인서'를 보면 행안부는 지난 15일 법제처에 입법예고 및 관계부처 의견조회 기간을 기존 40일에서 4일로 줄여 줄 것을 요청했다.
행정절차법은 입법예고 기간을 통상 40일 이상 두고 있으나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 등과 같은 경우에는 법제처장과 협의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다. 행안부는 이러한 예외 규정을 활용한 셈이다.
법제처는 행안부 요청을 수용했고, 입법예고 기간은 4일(15일~19일)로 단축됐다.
이에 지난 21일 차관회의를 통과한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은 26일 국무회의를 거친 뒤 8월 2일 공포·시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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