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청노조 "300만 원 짜리 감옥에 살고 있다"

법원 "대우조선 점거 노조 퇴거하라…안 하면 1일 300만 원씩 배상"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내 1도크(선박 건조 공간)에서 농성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이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리고 계속 점거할 시 하루 당 3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청 노조는 처참한 하청 상황을 법원이 고려하지 않아 안타깝다며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은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 측이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상대로 낸 집회 및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제기한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법원은 "조선소의 제1독을 폐쇄하거나 배타적으로 점거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되고, 이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하루당 3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형수 거통고지회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판결을 두고 "(한진중공업에서 고공농성을 했던) 김진숙 지도위원이 '100만 원짜리 인간'이 됐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은 300만 원짜리 감옥에 살고있다고 표현한다"며 "우리가 돈을 많이 받거나 자기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아니고 진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데 이렇게 해야하나"라고 말했다. 

다단계 하청구조로 이루어진 조선업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저임금과 고용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은 지난달 2일부터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의 원상 회복(30% 인상)과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1년여간 이어져 온 교섭에 이렇다할 진전이 없자 결국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끝장 투쟁'에 나섰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가로·세로·높이가 각 1미터인 쇠창살에 스스로 자신을 가뒀다. 6명의 하청 노동자도 같은 사업장에서 20미터 높이의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관련기사 : 1㎡ 쇠창살에 몸 가둔 노동자..."이대로 살 수 없지 않나")

▲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 1도크에서 건조 중인 대형원유운반선 철 구조물에서유최안 부지회장이 스스로 들어가 쇠창살로 용접해 농성하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이에 경총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공권력 집행에 나서야 한다"며 경찰의 강제진압을 촉구했다. 경총은 유 부지회장이 "조선소의 핵심시설인 도크와 건조 중인 선박을 불법 점거하고 있다"며 "조선업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불법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하고, 정부도 현존하는 불법 앞에서 노사의 자율적 해결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공권력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공권력 투입과 긴급조정권 발동에 일단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한편에서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면서도 "공권력 투입 논란 없이 당사자가 자율적이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호소하는 것이 오늘 담화문의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정부 공동담화문 발표 다음날인 지난 15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와 협상을 위한 노조 안을 만들었다"면서 "오는 23일 휴가 시작 전에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상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김 지회장은 "지난 15일에도 기자회견을 했지만 사실 우리는 작년부터 교섭을 이어왔고 이렇다할 성과가 없자 궁지에 내몰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16년 조선사업에서 엄청난 구조조정을 해서 2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고 밀려났고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 당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그러니까 지금 조선소에서 사람이 필요해도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에는 주목하지 않고 우리의 투쟁이 불법이니, 이런 이야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좀처럼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김형수 거통고지회장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사법부는 우리의 행위가 합법인지 불법인지만 판단하겠지만, 행정부는 파업행위가 왜 일어났는지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관 아니냐"며 "하청노동자에게 압박만 가하고 있는 상황이 굉장히 문제적이고, 이들의 처우를 나몰라라 하는 것은 정부가 조선산업을 살리겠다는 게 아니라 망치겠다는 이야기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만약 정부가 경총의 요구대로 공권력을 투입하면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노조는 오는 20일 총파업대회를 서울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앞에서 동시에 열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대우조선해양에 공권력을 투입하면 오는 20일로 예정된 총파업과 관계없이 즉시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18일) 오전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원래 예정된 일정이던 총리 오찬 회동 전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특정 현안을 대상으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와 경찰청 차장도 이 회의에 소집됐다. 여당은 이번 점거 투쟁을 '테러 행위(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로 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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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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