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국민 대통합'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을 사면할 것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청한 가운데 '사면권 남용'을 지적한 과거 발언이 재조명받고 있다.
1995년 당시 서울지검 검사였던 홍 시장은 "수억 원대의 뇌물, 사기, 횡령죄를 범한 지도자 및 정치인들은 이른바 화합 차원에서 사면 복권되어야 하는가"라며 "어느 나라건 지도자의 준법의식이 미약한 나라는 반드시 부패로 국가가 무너져 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11일 홍 시장은 윤 대통령에게 "정치력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십시오"라고 조언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사면할 것을 요청했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곧 8·15 광복절이 다가온다. 옛날 왕조시대에도 새로운 왕이 등극하면 국정 쇄신과 국민 통합을 위해 대사면을 실시해 옥문을 열어 죄인을 방면했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돌아오는 광복절에는 국민 대통합을 위해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 인사를 대대적으로 사면하고 경제 대도약을 위해 이 부회장을 비롯해 경제계 인사를 대사면 해 국민통합과 경제 대도약의 계기로 삼도록 윤 대통령께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검찰총장이 아닌 대통령이다. 정치력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십시오"라며 "아울러 코로나로 인해 몰린 서민들에 대한 신용 대사면도 검토해 주십시오. 치솟는 물가와 민생고로 서민 생활이 피폐해져 간다"고 덧붙였다.
"개혁의 기지를 내건 정부가 국민의 열렬한 환호 속에 부패 권력자들을 추방한 지 이 년 즈음 대통령은 이들을 모두 용서해 버렸다"
2017년 재출간된 홍 시장의 에세이집 '소신이 있으면 두려움이 없다'에 실린 '사면권 남용'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해당 에세이는 자신의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도 올라와 청년들의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내가 검사를 그만둔 이유'에서 그는 "마치 우리나라 감옥에는 죄 없는 사람들이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갇혀 있거나 재수가 없어 법망에 걸린 사람들만 우글거리며 이들을 어떤 명분으로든 풀어 주면 화합이 되고 민주화도 된다는 식이 었다"며 1995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누구도 법과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이 같은 특별사면. 그리고 시대착오적인 왕조시대의 유습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개혁의 기지를 내건 문민정부가 전 국민의 열렬한 환호 속에 부패 권력자들을 추방한 지 이 년이 겨우 지난 즈음 대통령은 이들을 모두 용서해 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내 나라의 낡은 유습(謬習, 잘못된 버릇이나 습관)을 그대로 지나칠 수가 없었다"라며, "나는 대통령의 사면복권조치가 단행되자마자 곧 그 주일의 어느 주간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었다"고 했다.
"사면권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통령의 권한... 봉건시대의 잔재"
해당 글에서 당시 홍준표 검사는 "사면권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통령의 권한으로서 봉건주의 시대의 잔재"라고 전제하고 "따라서 현재의 사면권은 극히 제한적이고 형평에 맞게 행사돼야 하고 절대로 어느 정파의 이익을 위해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소한 도둑이나 소액의 뇌물, 사기, 횡령죄 등을 범한 일반 국민은 중죄로 처단받고 수억 원대의 뇌물, 사기, 횡령죄 등을 범한 지도자 및 정치인들은 이른바 화합차원에서 사면 복권돼야 하는가"라며 사면권의 정치적 남용을 지적했다.
이어 "수억 원대의 뇌물, 사기, 횡령죄를 범한 지도자 및 정치인들은 이른바 화합 차원에서 사면복권되어야 하는가"라며 "어느 나라건 지도자의 준법의식이 미약한 나라는 반드시 부패로 국가가 무너져 왔다"고 경고했다.
사면권 남용 비판 홍준표, MB와 같이 사면혜택
1996년 서울 송파 갑 지역에 제15대 국회의원으로 정가에 입성한 홍준표는 1999년 3월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그는 2000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DJ와 영수회담을 갖고, 추경예산 편성과 남북 경협자금을 승인해주는 대신 이명박, 홍준표 등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한 사면에 합의했다.
그 해 광복절 특사 때 사면돼 피선거권을 회복한 그는 2001년 치러진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을 보궐선거에 당선되어 국회로 복귀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95년 검사의 신분으로 썼던 글은 온 법조계의 화제였다"며 "그런 그가 5년뒤 사면의 대상인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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