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힘 첫 의총서 "인수위 네트워크 필요한 분?"…이준석 도발?

친윤계 '당정청 플랫폼' 논란 진화 직후 시점에…李-安간 최고위원 등 인선 논의는 불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당 의원총회에 처음 참석한 자리에서 이준석 당 대표를 자극하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모았다. 최근 친윤계 의원 모임인 '민들레 모임'이 '당정청 소통 플랫폼'을 표방한 일에 대해 이 대표가 "사조직"이라고 비판하는 등 날선 반응을 보였었는데, 안 의원이 의총 첫 인사말에서 자신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경력을 과시하며 "정부에 네트워크 필요하신 분들 계시면 (저와) 같이 협력하자"고 한 것.

안 의원은 14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같은 당 의원들에게 인사말을 했다. 이날 의원총회는 반도체 산업 전문가인 이주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불러 특강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그에 앞서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자들로부터 인사를 듣는 순서가 있었다.

안 의원은 먼저 영화 <인터스텔라>의 모래폭풍 장면을 언급하며 "어쩌면 우리나라가 지금 처해 있는 환경이 그렇지 않나"라고 경제위기론을 편 후 자신의 당내 정치활동 포부에 대해 간략히 언급했다.

안 의원은 "같이 합당을 하고, 같이 열심히 당직자, 당원들이 노력해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선, 지방선거를 잘 넘겼다. 그래서 앞으로도 저도 초심자의 입장에서 열심히 노력하고자 한다"면서 "그리고 또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하면서 정부에 많은 네트워크를 가지게 되는 그런 행운을 누렸다. 그래서 혹시 그런 일들이 필요하신 분들 계시면 같이 협력하고, 저도 정부의 발전·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핵관'으로 불린 장제원 의원과 인수위 출신 이용호·이철규 의원 등이 참여한 가칭 '민들레 모임'은 정부 및 대통령실 인사를 초청해 정책 관련 설명을 듣는 등 당정청 간 플랫폼·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에 대해 이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공식 당정 대화 라인이 무력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었다.

특히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와 취재진 질의응답 등을 통해 "당정청 연결 기능을 누가 (그 모임에) 부여했느냐", "공조직이 구성돼 있는데 그것(공조직)에 해당하지 않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조직은 사조직"이라고 하는 등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이 자신의 인수위원장 경력과 정부 내 네트워크를 내세운 것은 결과적으로 의원총회 데뷔 무대에서부터 이 대표를 면전 도발한 모양새가 됐다.

안 의원과 이 대표는 현재 옛 국민의당 몫 당직자 인선을 놓고 대립 중이다. 안 의원 측에서는 국민의당에 배정된 최고위원 2자리에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과 함께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을 추천했는데,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 논의를 거쳐 '적절하지 않다'고 안 의원 측에 재고를 요청했다. 안 의원 측에서는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정점식 전 의원이다. 정 의원은 국민의당과는 접점이 없고, 오히려 현재 국민의힘 내 친윤 그룹에 속하는 인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법대 5년 후배이면서 사법연수원·검사 기수로는 3년 선배가 된다.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을 받은 것이나, 자당 의원을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하겠다는데 당 대표가 이를 굳이 거부한 것이나 이례적이기는 매한가지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놓고 '차기 당권 도전을 노리는 안 의원이 당내 신주류인 친윤계와의 제휴를 위해 정 의원을 자기 몫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했다. 이 대표가 이를 사실상 반려한 것 역시 안철수계와 친윤계가 손을 잡는 것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장에서 만나 서로 밝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다른 사람들과의 인사보다 더 오래, 약 10초가량 손을 잡고 흔들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밝힌 바에 따르면, 이때 '최고위원 인선 관련 담판을 하자'는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에게 "안 의원에게 '회의(의총)가 끝나면 만나뵙고 지도부 구성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자'고 했는데, 반도체 강의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내가 다음 일정을 가야 해 오늘은 논의를 못할 것 같다"며 "앞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안 의원은 그러나 '김윤·정점식 추천' 입장을 재고할 뜻이 없다고 이날 밝혔다. 안 의원은 의총 후 취재진과 만나 "이제 한 당이 됐는데 국민의당 출신들만 제가 고집하는 것 자체가 화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지 않느냐"며 "당 현역의원들 중 좋은 분인데 지금까지 기회를 못 가진 분들 중에서 제가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자신의 추천은 오히려 "화합의 제스처"라며, 정 의원을 추천한 이유가 친윤계와의 동맹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는 "여당 의원들이 다 대통령·정부와 가까운 사람들 아닌가. 여당 내에 대통령과 먼 사람, 가까운 사람을 나누는 게 꼭 옳은 판단 같지는 않다"고 너스레로 맞섰다.

김윤 위원장이 과거 국민의힘을 '걸레' 등 언사로 비난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선거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나올 수 있는 말들 아니겠느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시각을 보였다.

이 대표는 안 의원 측뿐아니라 친윤계와도 긴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친윤계 중진인 정진석 국회부의장과의 공개 설전은 멈췄지만, 전날 최고위 비공개 회의에서는 인수위 기간 대통령당선인 대변인을 지냈던 배현진 최고위원이 "혁신위가 이 대표 사조직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윤계 등 당 주류에서는 이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띄운 '최재형 혁신위'가 공천 시스템 개혁에 손대는 데 대해 불편함이 전해져 온다. 최고위원들은 혁신위원을 각 1인씩 추천하기로 했는데, 배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선캠프 상황부실장 출신 정희용 의원을 추천했지만 혁신위 의제로 공천 문제가 포함되느냐는 등의 논란이 일자 부담을 느낀 정 의원이 최근 이를 고사하는 일도 있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과거에 비해서 대통령께서 몇 발짝이나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다. 이제 우리 여당이 바뀌는 모습을 보여줄 때"라며 "더 혁신하고, 더 개혁하고, 더 새로운 모습으로 대한민국의 발전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뛰겠다"고 재차 '혁신'을 강조하며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14일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이 이준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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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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