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의료 기관 대리자가 후보? 우리는 '복지부' 장관을 원한다"

[시민건강논평] 부처의 존재 이유에 반하는 김승희 장관 후보자

자치단체장과 의원까지 지역에서 일할 사람들이 새롭게 구성되었지만, 중앙의 각 부처 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자리 중 하나다. 이전 후보자는 일반 사람들은 이해하거나 접근하기 힘든 방법과 기술로 기득권을 세습하려던 행태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사퇴했다. 새로운 후보자 역시 부를 축적하고 세습하는 과정 등 다양한 논란들을 일으키며, 고위 공직자로서의 윤리적 자질에 대해 의심을 사고 있다.

새 장관 후보자는 이러한 개인의 윤리적 문제들을 감수하면서까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될 만큼 대단한 능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 걸까? 새 후보자는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고 최근까지 로펌에서 바이오·제약·헬스케어·입법지원 및 법제컨설팅·행정소송 관련 고문으로 활동했다. 그가 고문으로 있는 동안 해당 로펌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한 소송 27건을 대리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불법 의료행위를 한 기관을 대리하는 편에 있던 사람이 그러한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할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간다니, 그 책임을 충실히 수행할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이 의혹 투성이 후보자를 연이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 정권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아직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사람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일까.

우리는 현 정권의 이런 시도가 그들의 국정운영 철학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필연적인 선택이었다고 판단한다. 현 정권은 그들의 지향에 매우 부합하는 사람을 선정하는 탁월한 안목을 발휘하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해상충 역시 국무총리 임명 과정에서의 그들의 논리와 같이 신중하지 못했던 결정의 결과라기보다는 매우 당파적이면서도 소신 있는 결정이었다고 판단했으리라고 본다.

새로운 정부는 공공연하게 시장을 중시하고, 경제권력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친 시장, 친 경제권력의 사람을 내정하는 것이나, 그 사람이 사기업이나 사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부는 비효율적이고, 시장은 효율적이고 우월하다는 인식 속에서 그러한 경력은 오히려 경륜과 전문성으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새로운 장관 후보자가 식약처장과 국회의원 시절 추진했던 사업들은 우리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2015년 식약처장 재임 당시에는 제약회사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의약품 안정공급 특별법'을 추진했다. 2016년에는 국회의원으로서 '첨단재생의료법'을 발의하면서 또다시 안전성 및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 판매가 가능하도록 시도하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이익을 도모했다. 그러는 가운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나 치매안심센터 확대에 예산을 쓰는 것에는 반대했다.(☞ 바로 가기 : 무상의료본부 5월 31일 자 '<성명> 제약·바이오·의료기기 기업 민원 해결사, 의료 민영화, 규제 완화 김승희 후보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더 부적격이다')

사람들이 건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아플 때는 의료 서비스, 돌봄이 필요할 때는 돌봄 서비스를 부담 없이, 부족함 없이 적시에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반을 확보하는 것. 여러 위험이 가득한 사회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극한 상황에 내몰리지 않게끔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 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 상황 시, 여러 핵심 자원을 조정, 연계, 지원하면서 사회구성원들을 보호하는 것. 사람들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이런 것이다.

결국 사람들의 건강과 복지에 가장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책임지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존재 이유일진대, 장관 후보자의 경력을 보면 과연 그러한 책임을 다할지 우려스럽다. 사람들의 건강과 복지는 시장에 내맡기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보다는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시민들의 안전 대신 기업 이윤을 옹호하지는 않을지 말이다.

정부는 장관 임명을 재고하길 바란다. 경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모든 부처의 장관들이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각 부처에는 본래의 역할을 가장 우선시할 장관이 필요하다. 우리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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