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 도중 사망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31일 서울 동국제강 본사를 '포위'하는데 동참했다. 동국제강 하청업체 노동자였던 고 이동우 씨의 산재사망사고와 관련해 동국제강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고 이동우 씨는 동국제강 포항공장 크레인 기계정비업체 창우이엠씨 소속 비정규직 직원이었다. 지난 3월 21일 동국제강에서 크레인 보수 업무를 수행하던 중 기계가 갑자기 작동하며 안전벨트 줄이 몸이 감기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원청인 동국제강은 작업현장에 안전관리자나 안전담당자를 두지 않았고, 작업자 배치에 앞서 천장크레인의 동작 전원을 완전 차단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관련기사 : "잘 갔다 올게"라는 남편의 말은 유언이 됐다)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 등은 원청 동국제강의 책임을 촉구하며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마다 본사 건물을 둘러싸고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는 이날 동국제강 본사 앞을 찾아 이 씨의 배우자를 위로했다. 이 씨의 배우자인 권금희 씨는 임신 6개월 차로 만삭의 몸을 이끌고 동국제강 본사 앞 분향소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족들은 동국제강 경영책임자인 장세욱 대표이사의 공개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며 본사와 교섭을 이어갔으나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임신 중인 권금희 씨가 싸우는 모습을 보니 제가 용균이를 위해 국회에서 싸웠던 날들이 생각났다"며 "왜 아직도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일을 해야 하나. 그래서 청년들을 보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김 대표는 "동국제강 이슈가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 계속해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투쟁상황이 길어지고 있다"며 "유족으로서 그 참담한 심정에 공감하고 상황이 해결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년세대에게 미안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저는 아직도 애(고 김용균 씨) 생각에 잠을 설친다. 청년들한테 정말 너무 미안하다"며 "청년들이 목숨을 내놓고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우자인 권금희 씨는 "시민 분들이 조속한 해결을 바라며 한 목소리를 내주 시고 계시다"며 "남편의 시신은 포항 장례식장 안치실에 있는 채로 아직 장례도 못 치루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도 (동국제강 측에서) 제게 사과한 적은 없다"고 했다.
권 씨는 남편 이야기에 금새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임신5-6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배도 많이 나오고 몸이 무거워지고 많이 힘들어지고 있다"며 "그래도 (뱃속의 아기가) 아빠를 위해서 같이 싸우는 중이라 괜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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