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양당 광역지자체장 후보자 55명 중 17명이 농지 소유

경실련, 전농 등 시민·농민단체 양당 광역지자체장 농지 소유 실태조사 발표

6.1 지방선거 광역지자체 거대 양당 후보 55명 중 17명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후보자 전체 소유 면적은 15만1941제곱미터(㎡) 약 4만6043평이다. 농민·농업인 단체들은 "농지 투기 의혹이 있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농지소유 경위, 농지이용 실태 등을 철저하게 소명하여 경자유전의 원칙 위반이 없는 후보자"임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농업 단체는 25일 서울 정로구 경실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역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 농지 소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재산공개 자료가 사용됐다.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들에게 농지 소유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과 이해충돌 여부 때문이다. 지자체는 농지가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관리·감독해야하는 책임이 있다. 지난 18일부터는 개정 농지법의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농지를 취득할 때 제출하는 농업경영계획 서식 개편, 농지위원회 설치 등이 시행되면서 지자체의 역할이 더 커졌다.

농지 투기를 막아야 하는 지자체의 책임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거대 양당 광역지자체장 후보 30%는 농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후보자 정당별 농지 소유 현황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17명 중 7명으로 약 41% , 국민의힘이 17명 중 9명으로 52%의 후보자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 면적 소유 상위 5명은 임미애 후보(민주, 경북)가 7만8028㎡(2만3645평)으로 제일 많았고 이정현 후보(국민의힘, 전남) 1만4266㎡(4323평), 서재헌 후보(민주, 대구) 1만874㎡(3295평), 김영환 후보(국민의힘, 충북) 1만226㎡(3099평), 박완수 후보(국민의힘, 경남) 6132㎡(1858평) 순서로 조사됐다.

경실련 윤순철 사무총장은 "공직자의 경우 본연의 업무로 인해 실제 경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농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본인의 공직에서의 권한과 정보 등을 이용하여 미래의 지가 상승을 추구하는 등의 투기 우려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농지 구입 경위, 이용실태를 철저하게 소명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경실련 오세형 경제정책국 부장은 "선출직의 경우 농지를 소유하고 있어도 농업 대표성을 가지는 농민 후보자인 경우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경북지사에 출마한 임미애 민주당 후보의 경우 경북 의성에서 30년 가량 소를 키우는 농민 정치인으로 알려져있다. 오세형 부장은 "농민 대표성을 가지는 후보 외에는 농지 소재지, 면적, 가액을 확인하면 농지 투기가 의심되는 경우도 있어 후보자들 스스로 유권자에게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자 농지 소유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경실련,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단체 소속 참가자들이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금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지를 소유한 후보자들이어도 농민·농업인들이 제시한 지자체 차원의 농지 전수조사 정책에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민·농민·농업인 단체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15개 농정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경실련 등 단체는 농정공약 중 지자체 차원의 농지전수조사 실시, 농지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금지 공약에 대해 광역지자체 후보자들에게 추진 여부를 물었다.

3000평 가량의 농지를 소유한 김영환 후보(국민의힘, 충북)의 경우 지자체 농지전수조사 주기적 실시에도 반대하고, 매년 실시하는 전수조사는 "예산낭비 실효성 없음"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농지 1858평을 소유한 박완수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 또한 농지전수조사는 "비용과 시간 대비 효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농지 태양광 설치 금지에 대해서도 "국가 전체 발전과 에너지 시설 설치를 전반적으로 검토 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양옥희 회장은 "아직도 많은 농민은 농지를 구하지 못해 농사를 짓지 못하고 특히 여성 농민은 본인 명의 농지를 얻기도 어려워 한다"라며 "세금을 받는 국회의원, 시·도지사부터 경자유전 원칙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고창건 사무총장은 "지자체 선거는 항상 농지를 침탈해왔다"라며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산업단지 등을 유치해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농어촌 파괴 공약을 해왔다"라고 농지 뿐만 아니라 농정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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