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조작 피해자' 유우성 "이시원 검사, 사과 한 마디 없었다"

"벌 받아야 할 사람이 공직기강 중책? 제대로 된 인사 다시 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담당 검사였던 이시원 변호사를 임명한 것과 관련, 당시 사건 피해자였던 유우성 씨가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유 씨는 9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비서관 임명이 발표된) 지난 5일 가족들과 놀러가려고 준비하다가 아는 기자에게 소식을 들었다"며 "동명이인이 아니냐고 생각할 정도로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유 씨는 재북 화교 출신으로, 지난 2004년 탈북한 후 서울시 공무원으로 채용돼 일하던 중 검찰에 의해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유 씨의 출입경기록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사건은 검찰의 '흑역사'로 남았다.

유 씨는 "이 검사가 수사부터 기소까지 다 책임졌다"며 "처음에는 국정원에서 (조작 사실이) 만들어졌지만 수사부터 기소까지는 다 검찰에서 지휘한다. 처음에도 국정원에서 모든 자료를 검찰에 이관했지만, 검찰에서는 저에게 이로웠던 것, 저의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는 다 빼놓고 재판부에 제출하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씨는 이후 증거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이 검사 등 당시 검찰 담당자들은 증거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결론이 난 데 대해 "(검사가) 모를 수가 없다. 그 내용은 제가 국정원 조사 때 이미 상세하게 말씀드렸고 (알리바이 입증 사진이) 휴대폰 어느 위치, 어느 폴더에 있는지까지 상세히 말씀드렸다. 그런 내용을 모르고 이런 큰 사건을 기소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에서는 모든 내용을 알고도 조작에 가담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징계 (정직) 1개월은 검사들에게 휴가를 준 거라고 생각한다. 수사부터 기소까지 장장 3년 이 사건을 한 사람들인데, 너무 억울하고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유 씨는 "검찰총장이 이 사건에 대해 최종적으로 사과한 지 2년밖에 안 됐다"며 "아주 오래된 일도 아닌데 이게 현실인가,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기가 막히다는 심정을 밝혔다.

유 씨는 그러면서 "이 전 검사는 사과하고 사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에는 훌륭한 인사가 많지 않느냐. 제대로 된 인사를 다시 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그는 "윤석열 당선인께서는 후보 시절 대한민국은 공정과 상식이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죄를 짓고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공직기강을 바로잡는 중책을 맡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유 씨는 이 검사 등 당시 수사 담당자들이 증거조작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자신과 동생에게 사과 한 마디 없었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재판 증인으로 채택돼 담당 수사관, 검사들을 만나기도 했는데 정말 뻔뻔스럽게도 한 명도 사과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 씨는 당시 이 검사에게 자신과 함께 취조를 받았던 여동생 유가려 씨의 반응에 대해 "동생이 통곡하고 울면서 '정의라는 게 무엇이냐', '이게 말이 되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유 씨는 "수사 중에 동생이 '이 모든 게 다 거짓말이고 우리 오빠는 간첩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갑자기 이 검사가 수사관들 다 나가라고 하고 동생하고 단둘이 앉아서 '이렇게 말하면 너희 가족을 도와줄 수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기존에 있던 거짓 진술을 유지하라는 취지로 동생을 회유했다고 한다"며 "동생은 '그랬던 사람이 어떻게 새 정부가 만들어지는 자리에 갈 수 있느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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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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