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최저임금 차등제 도입을 사실상 찬성하는 발언을 했다. 과거 노동운동 당시 최저임금 차등적용안 반대 입장에서 전향한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과거 입장보다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안을 주장하는 새 정부의)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 후보자는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업종별 차등 적용에 반대 의견을 냈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는 최저임금 관련한 국정철학은 업종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인데 상충하지 않냐. 장관의 소신이 궁금해서 묻는다"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를 받고 이같이 답했다.
먼저 그는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지급에 대한 질문에 "현행법상 차등을 둘 순 없다"고 답했다.
다만, 업종별 구분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께서 심의해서 결정하면 가능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도 "위원들이 독립성을 가지고 논의하는데 (제가) 발언하는 것이 적당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1986년 한국노총에 들어간 이후 노동운동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2016년 한국노총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국회 정문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했고, 당시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시간당 1만 원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영세한 업체는 망해야 한다"며 "자영업자가 어려운 것도 단순히 최저임금 부담 때문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장관 후보자가 된 그는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했다는 지적에 "첫해 (최저임금을) 많이 올린 것은 맞다"며 "가파른 임금 상승으로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김 의원은 "과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지급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었는데 지금은 전향된 답변을 하는 것 같다"고 호응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국민들이 제게 바라는 위치는 현안이 있을 때 노사간 타협과 합의로 해결책을 찾으라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 입장보다는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향'을 인정한 셈이다.
또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무작정 외치던 노조 대표가 아니라 사회 제반 요건을 고려한 정책을 생각하는 국무위원으로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라는 김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노사가 협의해 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도입도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두고도 입장을 바꿨다. 지난 1월 한 언론에 쓴 칼럼에서는 "규모별로 법 적용을 달리하는 입법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경영계가 규제완화 등 친기업 지원책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이같은 기업 대응은 세계적 메가트렌드와는 맞지 않다"고 비판 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 답변서에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대한 '단계적 적용'을 검토하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정권이 바뀌면서 철학도 바뀐 것이냐"며 "자기부정이 불가피한 후보가 노동정책을 이끌어갈 적임자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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