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쏘겠다는 김정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현안진단] 북한의 핵위협과 차기 정부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화살

4.25 열병식에서 북한은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나

북한은 김일성의 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4.25)을 기념하여 근래 힘을 쏟아 개발 중인 각종 핵무기와 신형 전략무기들을 총동원한 역대급 열병식을 거행했다.

김일성을 연상케 하는 '원수' 군복을 입고 나타난 김정은은 연설을 통해서,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 억제이지만 자신들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있는 경우에도 사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지금까지 강조해온 핵공격 억지 차원을 벗어나 자의적 판단으로 핵을 선제 사용할 수 있다고 조건을 확장한 것이다. 북한은 이제 핵무장의 마지막 단계인 핵교리 정립 단계에 진입했으며 그것이 공세적이고 위협적인 성격을 가질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다.

김정은은 잔뜩 상기되어 "우리 무력은 그 어떤 싸움에도 준비돼 있다. 어떤 세력이든 군사대결을 기도하면 그들은 소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ICBM, SLBM, 극초음속미사일 등 각종 전략전술무기를 실물 공개하여 이런 언급이 빈말이 아니라는 점도 보여주고자 했다.

경제난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대규모 재래식 전력유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다, 유사시 미군의 추가개입 가능성은 북한 안보의 핵심적 약점이자 불안요인이며, 이러한 불안감은 그들이 핵개발을 감행한 주요한 동기가 되었었다.

이제 ICBM 등 전략 핵무기로 한반도 유사시 본토로부터의 미군증원을 견제하는 한편, 전술핵무기로 한반도에서의 전술적 우위를 확보하여 한반도에서의 정치군사적인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번 열병식으로 내외에 보여준 것이다.

최근 외부환경 변화도 북한의 자신감을 측면에서 고무하고 있다. 미·중 경쟁이 갈등위주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러 갈등도 확대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 연대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 지난 3월 북한이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7호를 발사한 것은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의장성명조차 채택하지 못하는 주목할 상황이 벌어졌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공조의 입장에서 본다면 화성 17호 발사보다 안보리 규탄결의 불발이 더 큰 타격이 되었으며, 북한에게는 역으로 외교적 고립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기대를 높여 주었다. 뿐만 아니라 어떤 도발적 행위도 징벌 없이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다는 잘못된 힌트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한편 앞으로 북한이 전술핵무기 중심의 대남군사전략을 짜면서 대규모 병력 유지가 필요한 재래전력 위주의 기존전략을 바꾼다면 많은 인적자원을 경제현장으로 재배치할 수도 있다는 계산에서, 2021년의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새로운 길'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다.

여하튼 이번 4.25 열병식에서 북한이 내외에 보여주고자 한 것은 그것이 비록 자기도취 수준이라도 나름의 자신감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평양에서 열린 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다. ⓒ로동신문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세 개의 화살

핵위협을 포함한 북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최소한 세 개의 화살을 가져야 한다. 군사적, 외교적, 근본적 대응책이 그것이다.

첫째는 말할 것도 없이 북한의 어떤 도발도 제압하고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는 일이다. 특히 북한의 핵전력을 감안하고 세계질서의 새로운 변환에 맞추어 우리의 전략과 전술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의 첨단 전략자산을 충분히 활용하도록 한·미 연합전력태세를 섬세하게 점검하는 한편, 우리 자체 전략자산 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종심이 짧은 한반도 특성을 적극 활용하여 가능한 무력화시키고 재래(비핵) 전력의 압도적 우위로 유사시 주전장을 북쪽에 펼칠 수 있도록 전략전술과 무기체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6.25 이래 북한군을 휴전선에서 막아내고 미군 증원군을 기다려 격퇴시킨다는 전통적인 군사대응 개념은 이제 적합하지 않다. 유사시 휴전선은 방어선이 되지 못할 것이고 미증원군은 북한의 확전 위협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대응책이 시급해졌다.

우리 국방부는 이런 점을 감안한 대응책을 마련 중일 것이다. 국방부 청사 이전이 청사의 근무환경 뿐만 아니라 한반도 안보환경도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을 확인하는 상징이 될 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새롭게 다듬어야 할 대응책은 외교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세기 말 공산권 붕괴로 시작된 탈냉전 질서에서 우리 외교는 북방정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지만, 냉전시절 치열했던 남북한 외교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성취감에 빠져 북한 문제를 북한 핵문제로 축소시켜 버렸다. 남북한 국력과 국제적 위상의 압도적 격차로 북한 정도는 핵문제만 해결되면 충분히 다룰 수 있다는 생각은 자만이었다.

물론 북한 핵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북한 비핵화가 우리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것은 어쩔 수 없었고 또한 적절한 대응이었지만, 핵문제가 북한문제의 전부인 것처럼 프레임이 짜인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북한과의 핵협상은 번번이 중단되었고 협상이 진행된 시간의 총합보다 중단된 기간이 훨씬 길며, 역시 중단상태인 지금 상황에서 보자면 우리의 외교 영역에서 북한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핵협상 국면에서도 우리 외교가 많은 노력을 했지만, 핵문제의 성격상 미국과 북한이 주도권을 가지고 협상을 전개하면서 우리 외교는 주변적 역할에 머물 뿐이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 외교의 주도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북한 핵문제를 넘어서는 시야의 확대가 필요하다. 과거 냉전시기 남북한 대결외교의 관점은 말할 것도 없고 탈 냉전기 북핵문제를 북한문제의 전부로 인식하는 시각 모두를 극복해야 한다. 탈 탈냉전(脫 脫冷戰)의 새로운 전략이 요청되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세 번째 화살은 근본적인 처방을 지향한다. 요리사가 든 칼과 강도가 든 칼은 모두 위험한 물건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위협은 칼 자체가 아니라 칼을 든 당사자가 누구냐에 달려있다.

북한의 핵위협은 근본적으로 핵무기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와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이라는 상대가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점에 기인한다. 우리의 동맹인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는 위험한 것이기는 하나, 우리가 그것을 위협으로 체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북핵문제의 근본적 대응책은 북한 비핵화와 함께 남북 적대관계 해소 노력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 4주년을 즈음하여 친서를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퇴임인사를 겸한 친서에서 "남북이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하고, 북·미 대화도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했고(4.20), 김 위원장은 "아쉬움이 많지만, 남북관계 이정표가 될 역사적 선언과 합의들을 내놓았고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언급했다.

북한과의 적대관계 해소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는 것은 북한을 신뢰해서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북한의 핵위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필요에 기인한 것이다.

차기 정부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이상의 세 가지 화살을 갖출 수 있기를 바라며, 적어도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해나가는 것이 당위이자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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