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진료 제한은 위법'…법정 싸움서 녹지병원 또 승소

5일 제주지법 판결 나와…실제 영리병원 설립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 녹지병원의 내국인의 진료를 제한한 제주도의 결정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5일 나왔다.

이로써 녹지병원은 관련된 모든 소송에서 승소하게 됐다. 다시금 영리병원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지난 2018년 12월 5일 제주도는 녹지병원에 외국의료기관 개설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 진료할 수 있다는 제한을 걸었다.

녹지병원 측은 이에 반발해 이듬해인 2019년 2월 14일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관련 소송을 냈다. 해당 소송 판결이 이번에 내려진 셈이다.

소송에서 녹지병원 측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할 수 있다는 관련 법령이 없는 만큼 위법하고,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조건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해당 조건으로 내국인이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 병원 수익성이 떨어져 사실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고 녹지 측은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지난 1월 13일 대법원의 개설 허가 취소 위법 판결에 이어 다시금 녹지 측이 법정에서 완승하는 재판 결과가 나왔다.

당시 대법원은 제주도의 녹지병원 개설 허가 취소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녹지병원 관련 논란은 지난 2017년 녹지 측이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지하 1층, 지상 3층, 전면적 1만 7679제곱미터(㎡) 규모의 병원을 짓도록 해달라는 개원 허가 신청서를 내며 발생했다.

시민 사회와 의료계가 녹지병원 개원 허가는 영리병원 허가라는 입장을 내고 이를 저지하려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논란이 이어지자 제주도는 2018년 10월 공론화 결과 '개설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 비율이 58.9%로 과반을 넘김에 따라 개설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같은해 12월 5일 제주도는 녹지병원 개설을 불허할 경우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외국인 진료로 진료 대상을 제한하는 조건부로 녹지병원을 승인 결정했다.

이 결정이 논란이 돼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고, 여태까지 결과는 녹지 측이 바라는 대로 완전한 영리병원의 설립 가능성이 커지는 방향으로 굳어져가는 모양새다.

영리병원은 투자자로부터 자본을 투자받아 병원을 운영해 수익을 남기고, 이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주식회사 형태의 병원이다. 비영리병원은 병원 수익을 다시 의료시설 확충과 연구비, 인건비 등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영리병원과 차이가 있다. 영리병원 운영에는 공공성보다 영리에 방점이 찍혀 국내 보건사회단체 등은 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과반을 넘거나 500만 달러 이상의 자본금을 가진 외국계 의료기관이 투자자로 나설 경우 제주도를 비롯한 8개 경제자유구역에 이를 허용하도록 했다.

제주 녹지병원이 그 신호탄이 된 셈이다.

다만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녹지병원이 예정한 대로 영리병원이 될 지는 아직 미지수다. 녹지 측이 이미 올 1월에 녹지병원 건물 소유권을 국내 법인인 디아나서울에 넘겼기 때문이다. 디아나서울은 해당 건물을 비영리병원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은 밝힌 바 있다.

ⓒ녹지국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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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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