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당선인 '여성부 폐지' 불변, 여성단체 간담회는 요식행위?

안철수 "시대 변하면 역할도 변하는 게 정부 조직"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여성단체 간담회를 열었다. 여성단체들은 비판과 우려를 전했으나 인수위는 "여성단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해당 분과에서 심도있게 검토하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30일 오후 여성단체 간담회를 직접 주관하며 "여성가족부가 2001년에 생긴 이래 참 많은 역할을 해왔다"면서도 "시대도 변하고 역할도 변하는 게 정부조직"이라며 윤 당선인의 여성부 폐지 입장애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안 위원장은 "항상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부의 역할이 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바르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점검하는 게 인수위의 역할"이라며 "어떻게 (정부가)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고견을 듣고자 청했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여성단체들은 여성부 폐지 공약은 물론, 윤 당선인과 그 주변 정치세력의 성평등 관련 인식에 대해 우려를 전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구조적 성차별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 신문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2월 7일자 <한국일보>)라고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김민 대표는 "안 위원장은 대선 공약 과정에서 성평등 정책 강화를 통해 미래지향적으로 정책을 만들어 나가려 했던 노력이 있었음을 기억한다"며 "헌법적 가치, 국제(기준 등에) 근거해 성평등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여성의 목소리 반영하는 과정이 너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 대표는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성평등을 담당할 독립 부처가 분명히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과거로의 퇴행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변화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원영희 YWCA 회장은 "올해 YWCA 100년, 여성운동 100년이 되는 해"라며 "그런데 이때 여성운동을 이끌고 협업해야 하는 여성부 폐지라는 공약을 내놓은 대통령 당선인께서, 과연 그 공약이 어디까지 구체성을 갖고 있을지, (이것이) 긍정적 이야기인지 아니면 여성부 폐지와 함께 여성·성평등 운동의 제재를 예고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분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은 "여성부 폐지에 대해 여성단체는 우려되는 점도 있지만 효율적 대안이 있다면 찬성한다. 앞으로 더 효율적인 대안이 있다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며 "여성들의 육아나 경력단절, 양성평등(을 다룰) 부처가 생겨서 여성들의 유리천장이 없어지고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싶어서 참석했다"고 했다.

인수위는 비공개 전환 후 여성단체들이 “성격차지수, 성별 임금 격차, 유리천장 지수 등 각종 지표가 여성의 열악한 지위를 보여주는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성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 추진 체계로서 여성부가 본래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변화하는데 (있어서) 지위와 권한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임이자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는 "여성부는 여성 외에도 학교 밖 청소년 등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를 보듬는 역할을 해온 만큼 유사기능을 모아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안과, 여성의 권익과 지위를 제고할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에는 이들 단체와는 별도로 한국여성단체협회 허명 회장, 이민정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가족 구성원의 복지까지 관할하는 방안'을 포함한 다양한 건의사항을 청취했다고 인수위 대변인실은 밝혔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오른쪽 세 번째)이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여성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여성단체 대표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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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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