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를 했지만 소 키우는 농가는 잘 살지 않냐고 묻는 도시민에게  

[한미FTA 발효 10년] (3)

2012년 3월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당시 국회 외통위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가 충돌, '폭력 사태'까지 벌어졌을 정도로 첨예한 이슈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한미FTA는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을까. 한미FTA는 비준 당시 내세웠던 '비전'을 달성했을까. 국제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가 한미FTA 비준 10년을 맞아 연속 기고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불구하고 소를 키우는 농가들은 잘 살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입니다. 다만, 지금 소를 대규모로 키우는 농가들에게 대해서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대가를 기후 위기 시대의 한국 사회가 치르고 있습니다. 대규모화된 축산은 탄소배출 기지가 되었고, 곡물자급률은 20%선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미FTA 발효 후, 2020년 현재, 소규모로 한우를 기르는 사육농가는 52.7% 감소했습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 그러니까 20마리 미만으로 한우를 기르는 축산 농가는 2012년 10만8000농가에서 2020년에는 5만1000농가로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한우 농가도 크게 줄었습니다.

탄소배출농업이 된 한국 축산

한-칠레FTA 이후, 농정의 목표는 FTA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규모화에 두었습니다. 소 사육 두수를 늘리기 위하여 농지법을 개정하여 논에 축사를 짓도록 했습니다. 그리하여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 허가를 받지 않아도 시멘트 축사 가설건축물이 농지에 대거 들어섰습니다. 2010년에는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을 허용했습니다. 축산허가제를 도입하여 시설기준을 두어 소 사육의 대규모화를 촉진했습니다.

그 결과 소규모 한우 농가 2명 중 1명은 한우 축산에서 탈락한 것입니다. 축산 농가들은 대규모화, 계열화되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한우 사육 두수는 증가했습니다. 한우는 한미FTA 9년간 305만 마리에서 339만 마리로 늘었습니다. 돼지도 마찬가지입니다. 2020년 현재 1,107만 마리입니다.

소 똥을 받아 줄 농지는 줄고

그러나 이 과정에서 축산과 작물재배업(경종)의 연결고리는 끊어졌습니다. 대규모 축산 농가들은 사료를 해외에서 수입합니다. 풀도 수입합니다. 소가 먹을 풀을 기르는 초지는 한미FTA 발효 기간 13.5% 감소했습니다. (2020년 기준)

국내에서 기르는 소, 돼지, 닭 숫자는 계속 늘어 그들이 싸는 똥도 늡니다. 그러나 그 똥을 받아 퇴비로 돌려 줄 농지는 줄고 있습니다. 한미FTA 발효 기간 10.5% 감소했습니다.(2021년 154만7,000ha 기준)

여기에 더해, FTA 규모화 시대의 농민들은 소 똥으로 퇴비를 만들지 않습니다. 화학비료를 쓰는 편이 돈벌이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FTA 대책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시설농업(비닐하우스, 스마트 팜)도 대규모화되면서, 소와 돼지의 똥으로 퇴비를 만드는 자원 순환형 농업 방식은 성장할 기회가 없습니다. 1ha(헥타) 당 화학비료 사용량은 2012년 267kg(킬로그램)에서 2020년 266kg으로 그대로입니다. 오히려 1ha당 농약사용량은 같은 기간 9.9Kg에서 10.5Kg으로 증가했습니다.

대신, 한미FTA 발효 기간, 친환경생산농가는 2012년 10만7000가구였으나 2020년 5만9000가구로 감소했습니다.(유기농가와 무농약농가 기준) 45%나 줄었습니다. 친환경경작농지는 2012년 12만7,124ha에서 2020년 8만1,827ha로 감소하였습니다. 농촌은 하나의 사회로서 유지되지 못하고, 농민들이 각자도생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FTA에 맞선다는 규모화 경쟁력 정책에서, 축산과 경종의 상호 연계와 순환은 더욱 분명하게 끊어졌습니다. 축산은 탄소배출농업이 되었습니다.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며, 그들의 똥을 퇴비로 자연에 되돌리지도 못합니다. 오늘날 규모화된 축산은 석유, 화력발전, 원전을 동력으로 삼아 돌아갑니다. 농업분야에 면세로 공급한 휘발유, 등유, 경유는 2020년 기준으로 141만Kl(킬로리터)입니다. 대규모 축산은 기후 위기의 한 원인이며, 기후 변화에 취약합니다.

곡물자급률 20%선 붕괴

한미FTA는 이러한 모순을 더 격화시킵니다. 미국산 콩 무관세 수입량 조항을 봅시다. 수입 콩에 매기는 487%의 높은 관세를 아예 없애주는 무관세 수입량을 한도가 없이 ‘복리로’ 매년 3% 늘려야 합니다.(한-미 FTA <부속서 2-B>) 이 무관세 미국산 콩 수입량이 국내 콩 생산량을 따라 잡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입니다. 콩 재배 면적은 2012년 12만 3000ha에서 2020년 8만1000ha로 감소하였습니다. 생산량도 같은 기간 12만3000t(톤)에서 8만1000t로 감소하였습니다.

이땅에는 곡물을 먹어야 사는 사람들과 가축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먹는 곡물 중 국내에서 자급하는 비율을 곡물자급률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발표한 가장 최근의 자료인 2020년, 20.2%입니다. 작년 2021년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선이 무너졌을 것입니다.

탄소중립 시대인데도. 농업을 대규모화로 떠미는 FTA 전략은 폐기해야 합니다. 농업의 목적은 FTA 대응이 아닙니다. 땅을 돌보고 농촌 지역 사회를 유지하는 농업을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가축 사육과 논밭 경작이 서로를 지탱하는 순환을 회복해야 합니다. 농민의 논밭과 도시민의 밥상의 거리를 줄여야 합니다. 현재 조합원 77만 명의 서울 한살림 협동조합이 그러하듯이 도시민이 농촌을 살리는 농업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FTA를 했지만 소 키우는 농가는 잘 살지 않냐고 묻는 도시민에게 드리는 저의 대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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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도 먼 자유무역협정을 풀이하는 일에 아직 지치지 않았습니다. 경제에는 경제 논리가 작동하니까 인권은 경제의 출입구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 넘고 싶습니다. 남의 인권 경제가 북과 교류 협력하는 국제 통상 규범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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