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4대강 '녹조' 시즌이 또 다가오고 있다

[함께 사는 길] 결국 밥상까지 올라온 4대강 녹조

4대강 재자연화가 늦어지면서 결국 4대강사업의 비극이 밥상까지 올라왔다.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낙동강 인근 노지에서 재배된 배추, 무에서도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환경연합과 대구환경연합 등으로 구성된 민간 합동 조사 결과 밝혀졌다. 금강 하굿둑으로 막혀 녹조로 몸살을 앓는 금강 하류에서 구매한 현미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지난해 마이크로시스틴이 함유된 낙동강 물로 실험 재배한 상추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적이 있지만 노지에서 재배돼 시중에 유통 중인 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쌀 등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환경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낙동강 인근 노지에서 재배된 배추와 무, 그리고 금강 하류 부근 정미소에서 판매중인 쌀을 구입해 부경대 이승준 교수 연구팀에게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을 의뢰했다. 이에 연구팀은 미국 환경청(EPA)의 일라이자(ELISA) 방법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한 결과 무와 배추에서 각각 1.85μg/kg, 1.1μg/kg의 마이크로스시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금강 하류 부근 정미소에서 구매한 현미에서는 1.3μg/k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 낙동강을 농업용수로 이용해 재배된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마이크로시스틴은 4대강사업 후 매년 강을 뒤덮는 녹조 중 유해조류인 남세균(남조류)이 생성하는 독성 물질 중 하나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대표적인 간 독성물질로 국제암연구기관은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는 간 손상 외에 신경계와 생식 및 발달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세계 주요 기관은 국민 안전을 위해 마이크로시스틴의 일일 허용량을 정해 규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마이크로시스틴의 간 손상 안전 기준을 0.04μg/kg-day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즉 체중 1kg 당 마이크로시스틴의 일일 섭취량이 0.04μg(1μg은 100만 분의 1g)을 넘어서는 안 된다.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은 정자 수 감소 등 생식 독성 안전 기준을 0.001μg/kg-day 이하로 정했다. 캘리포니아주 환경보호국 환경건강위험평가소(OEHHA)는 간 병변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일허용량을 0.0064μg/kg-day로 제한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생식독성과 관련해 마이크로시스틴의 기준치를 0.0018μg/kg-day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작물이 우리 밥상에 올라온다면 얼마나 위험할까? 일단 마이크로시스틴은 열을 가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부경대 이상길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상당히 안정된 물질이라서 300℃ 이상에서도 분해되지 않는다. 만약 벼에서 독소를 배출하는 시스템 없이 축적만 된다면 밥을 지어도 (독소가) 분해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된 쌀 등의 작물을 가열해 조리해도 독성은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인체에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쌀(1.3μg/kg)을 몸무게 60kg 성인이 하루 300g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마이크로시스틴의 하루 섭취량은 0.39μg. 여기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무와 배추를 동시에 취식할 경우 0.295μg까지 더해 총 0.685μg를 섭취하는 셈이다. 몸무게 30kg 아이의 경우 0.332μg(쌀 150g, 배추 및 무 50g 섭취 가정)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경우 WHO의 간 손상 기준치는 밑돌지만 OEHHA의 간 병변 기준치와 독성 기준치를 각각 1.8배, 6.3배 초과한다. ANSES의 생식독성 기준치와 비교하면 11.4배나 초과하는 수치다.

단순 계산이지만 주식인 쌀과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와 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점, 실험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재배 과정 후 시중에 유통 중인 작물이라는 점,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다른 농작물의 검출 가능성이 적지 않은 점, 여러 해외 연구 사례 결과 농업용수에 포함된 남세균 독소 중 최대 40%, 적게는 5~10%가 농작물에 축적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강 벗어난 녹조, 주변 환경까지 영향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 외에 다른 독성물질도 검출됐다. 환경연합에 따르면 2021년 7~8월 매주 두 차례 낙동강과 금강 21개 지점에서 채수한 샘플을 분석한 결과 21개 지점 모두에서 실린드로스퍼몹신이 검출된 것이다. 특히 매곡취수장 부근 등 8개 지점에서는 미국 EPA의 레저 활동 기준인 15μg/L을 초과했다. 실린드로스퍼몹신은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성물질 중 하나로 신장과 간에 악영향을 주고 유전독성 및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실린드로스퍼몹신은 그동안 국내에선 '유전자 발견' 또는 '불검출'만 보고되었을 뿐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준 교수는 "우리나라 강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보면 실린드로스퍼몹신(CYN)이나 삭스톡신(STX) 관련 독성생성물질 유전자들은 과거부터 검출이 된 상태였다. 또한 국립환경과학연구원에서도 CYN 이 낮은 농도지만 검출이 되었다고 들었다. 다만 MC(마이크로시스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가이드라인이나 별도의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보고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연합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마이크로시스틴과 실린드로스퍼몹신의 독성이 시너지 효과를 나타난다는 해외 연구 결과 있다. 다시 말해 두 가지 독성이 합쳐져 2가 아닌 3 또는 4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지하수에서도 실린드로스퍼몹신이 검출되었다는 점이다. 고령 객기리 연리들 지하 관정 샘플(2021.08.04. 채수)에서 2.64ppb 검출됐다. 이승준 교수는 "남세균 독성물질이 지하수에서 검출되었다는 것은 강에서 생성된 남세균 독성물질이 토양, 지하수 등을 포함한 주변 환경의 오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연구사례들을 보면 이미 지하수에서 시아노톡신(마이크로시스틴 등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성물질) 검출되었다. 즉 녹조현상이 심해지면 주변 환경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며 우리가 겪고 있는 녹조문제는 더 이상 강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이크로시스틴, 실린드로스퍼몹신 외에 또다른 독성물질이 검출될 가능성도 크다. 이 교수는 "강의 상태나 환경이 더 안 좋아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후변화로 녹조 현상이 심화되고 독성물질에 의한 피해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이수진 의원과 환경연합·대구환경운동연합·<오마이뉴스>·<뉴스타파>·(사)세상과함께가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 홀에서 남세균 검출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운동연합

국민 건강마저 방치하는 환경부

강을 넘어 국민 건강까지 우려되는 조사 결과에도 환경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실험재배 상추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낙동강 채수에서 마이크로시스틴 초과 검출 등 민간 차원의 연이은 충격적인 조사 결과에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지난 2월 18일 보 개방에 따른 농업용수 차질이란 보도에는 곧바로 농업용수 이용에 차질이 없도록 운영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현재 환경부는 '녹조관리 선진화 방안 연구 용역'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9월 발주한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연구기간이 6개월이며 그 기간 동안 국내 실정에 맞는 조류경보제 운영지점 설정, 마이크로시스틴-LR 외의 조류독소(총마이크로시스틴, 아나톡신, 삭시톡신 등)의 영향 검토 및 적정 분석항목 설정, 에어로졸로 인한 인체 영향 및 관리 방안 제시, 녹조가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그간 제기된 문제들을 단 6개월 안의 연구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승준 교수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장기적인 연구와 끊임없는 소통 그리고 오염의 예방이 가장 중요한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환경관련 연구는 지금처럼 1~2년 해서 이해하거나 해결될 수 없다. 농민, 환경단체, 정부, 학계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조율하고 녹조를 실제로 저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녹조를 연구하는 세계 석학들은 지금의 기후변화와 인간의 활동이 녹조현상을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해마다 돌아오는 여름에 우리는 녹조에 관한 수많은 기사를 내지만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매일 당연히 쓰는 물의 가치는 매길 수 없다. 미국에서 물은 블루 골드(Blue Gold)라고 불린다. 우리는 지금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초록색 물을 물려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안숙희 환경연합 국장은 "녹조 시즌이 또 다가오고 있다. 취양수시설을 조속히 개선해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 취양수시설 개선 예산이 부족하긴 하지만 선제적으로 양수시설을 점검하고 임시 양수기 등을 통한 임시조치를 취해서라도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농림부 역시 농산물과 연결된 문제이니 만큼 환경부에게 떠넘기지 말고 시중에 유통 중인 농산물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국민들에게 그 결과를 투명하게 알리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낙동강네트워크

누가 수문 개방을 막고 있나

환경연합과 대구환경연합은 지난 2월 8일 오마이뉴스, 뉴스타파, 세상과함께, 양이원영 의원, 이수진 의원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조사 결과를 알리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다. 낙동강 인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곽상수 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농민이 무슨 죄가 있는가. 농민들에게 쓸 수 없는 물을 공급하는 세력이 있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우리는 4대강 이후 10년 동안 고생했다. 농산물까지 이런 현실이 됐다. 화살이 농민과 농산물에게 돌아오지 않도록 정치권에서 해결해 주길 바란다. 우리 강을 살리고 농민을 살리고 마을 공동체를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여전히 닫혀 있는 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오면서 낙동강이 흐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여전히 낙동강은 흐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면 바뀔 줄 알았는데 또 하나의 세력이 있었다. 환경부다. 4대강사업을 추진했던 세력들이 다시 환경부로 넘어와서 보 처리 관련 업무를 보고 있다. 과연 될 수 있을까 우려했으나 역시 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환경부만이 아니다. 양이원영 의원과 이수진 의원은 4대강사업이 정쟁이 되어버린 현실을 전했다. 이수진 의원은 "수문을 개방하기 위해선 보를 만들면서 높여놓은 취수구를 다시 낮추는 공사를 해야 한다. 굉장히 기초적인 제안이자 해법 아닌가. 하지만 지자체장이 안 움직인다. 공사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도 환노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4대강 보를 개방하고 해체하는 그 결정에서 환경부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국회, 정치라는 공간에 오면 사실이 왜곡되고 이상하게 꼬여 버린다. 취수구를 밑으로 내리면 해결될 수 있는데 동의를 해줘야 할 지자체장들이 정치적 결정을 한다. 거기에 가짜뉴스가 여론을 호도한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환경 및 안전 문제가 정쟁이 되어버렸다. 정부와 여당이 돌파를 해서 성과를 냈어야 하는데 뼈아프다. 여기서 더 나아가야지 퇴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노력한 만큼 강은 살아나"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농민, 환경단체 활동가, 전문가 들은 강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강을 살릴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낙동강 수문 개방으로 뻘이 사라지고 모래톱과 함께 사라졌던 생명들이 돌아온 것을 온 국민이 목격했다. "강은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가 노력한 만큼 낙동강은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이 낙동강을 통해 독극물을 먹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새로운 정부에서는 생명과 건강과 직결된 이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은 또 한 번 희망을 걸고 있다. 그의 바람은 강의 건강과 국민들의 안전을 바라는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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