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항복' 요구하는 푸틴 "고위급 협상 희망"

우크라이나 '친러정부 수립' 목표 가시화

우크라이나 침공 이튿날인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요구하며, 친러시아 정부 수립 목적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을 논의하며 "우크라이나와 고위급 협상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오랫동안 러시아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무시하고 약속을 거듭 어겼다"며 "군사를 계속 배치해 러시아의 전략적 마지노선에 도전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냉전적 사고를 지양하고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중시하고 존중하며 협상을 통해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가능한 유럽안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푸틴 대통령의 요구에 응해 저항을 끝내고 무기를 내려놓으면 언제든 회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 정권은 신나치 세력, 미국이 이끄는 서방 등 두 가지 외부의 통제에 복속됐다"라며 "우크라이나의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내일의 운명을 결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입장은 우크라이나가 저항을 포기하고 항복하면 협상에 나서겠다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도 이번 통화를 계기로 나토 동진 정책에 반대하는 러시아 입장을 지지하는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협상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는 중재자 역할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협상 요구에 앞서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영상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죽음을 멈추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자"고 러시아에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사적 개입에 주저하는 미국과 유럽이 내놓은 러시아 제재안에 실망감도 드러냈다.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포위한 러시아군이 시내 진입만 남겨둔 상태이고 미국은 직접적인 파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푸틴 대통령이 요청한 고위급 협상은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부 수립을 목표로 한 제안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오늘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면서 벨라루스 민스크로 협상 대표단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처음부터 군사작전의 목표가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와 탈나치화라고 말했다"면서 "이는 중립국 지위의 불가분적 요소"라고 했다. 사실상 친서방 성향인 현재의 젤렌스키 정부 축출을 협상 조건으로 내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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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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